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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시대] 6~70년대의 음악과 낭만, 쎄시봉 친구들의 음악과 우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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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시대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조영남,이나리
출판 : 민음인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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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지난해 가을 무렵 <놀러와> 추석특집에서 '쎄시봉'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에 대해 처음 접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렇게 예순이 넘은 네 명의 가수들이 통기타를 퉁기며 하모니를 빚어 내는 모습에 감탄하고, 아웅다웅 얘기하는 모습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더랬다. 몇 달이 지난 겨울 <놀러와> 특집 콘서트에서 이번엔 이장희와 쎄시봉의 몇몇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노래에 또 한 번 감동 받았다.

방송 출연 이후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의 세시봉 네 멤버들은 세간의 폭발적인 찬사를 받았다. 멤버들의 우정 이야기에 대한민국 수 많은 중년들이 공감을 했고, 오랜만에 한 가족이 어울려 앉아 두런두런 그 시절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연일 아이돌과 젊은 탤런트들이 도배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 시대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오랜만에 동년배들의 그 시절 그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이들의 마음 또한 꿈틀거렸다. 유명한 낙원동 악기 전문 상가에도 통기타가 동났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박을 친 셈이었다.

그리고 쎄시봉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더 궁금해진 나는 책으로 출간된 <쎄시봉 시대>에서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났다. 조영남 선생님의 글을 통해 60~70년대의 음악과 낭만 이야기와 함께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김민기, 윤여정. 서로가 얽히고 도와가며 살아가던 얘기를 만날 수 있었다. 또 TV에서는 듣지 못했던 (똘강)이백천 선생과 이상벽 등의 그 시절 어른들 얘기도 듣고, 가수 박정운의 부모님도 등장했다. 조영남 선생은 책 속에서 솔직한 고백을 통해 자신의 부끄러운 얘기도 들추어내며 맛깔스럽게 독자들을 이끄는 이야기꾼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옥의 티라면 지면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등장 인물들의 출신과 배경에 할애되어 있었다. 어느 학교 출신의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의 얘기가 궁금했던 것이 아니라 오롯이 그 시절 그들의 애환과 음악 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인데,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억압된 정치 상황이 빚어낸 주옥 같은 음악 이야기. 쎄시봉 시대에 자유로운 영혼들은 아직도 우리 곁에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따스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우리 시대 젊은이들은 아직도 그들의 음악을 지척에서 들으며 따스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콘서트 티켓만 구입하면 '트윈폴리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 본문 중에서

70의 기량만으로 상대방을 눌러야 한다. 나머지 30의 기량은 다음 경기를 위해서 비축해 두어야 한다. 매번 100의 기량을 보여 주면 상대방 선수로부터 금방 너의 모든 기량이 들통 나는 법이다. 30을 아낄 줄 알아라. 70과 30의 관계를끊임없이 연구 분석하라. 그리하여 승부에 관계없이 넉넉한 선수가 돼라. 네가 링에 오르면 우선 상대방으로 하여금 너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게 하라. (이백천) - 51p.

쎄시봉엔 생업인 방송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싱싱함과 자유로움. 그곳에는 싹을 자라게 하는 기운이 있었다. 누구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아무도 잘난 척하거나 못난 척하 수가 없었다. 통기타 1세대들은 그렇게 자생했다. (이백천) - 72p.

사람들은 행복을 향해 달리죠. 그러면서 모두 생각해요. 돈 벌면 여행도 가고 멋지게 살겠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꿈이에요. 여행을 안 다녀본 사람이 갑작스레 그 묘미를 터득할 수 있나요. 사람 욕심은 끝이 없어요. 물론 매달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겠지만 그 다음은 마음먹기 나름이에요. 여행이 꿈이면 지금 바로 떠나야지요. 국내든, 국외든, 그 어디든 말이에요. (이장희) - 167p.

500장 밖에 찍지 않은 이 음반이 그야말로 초희귀 음반이 된 데이는 당시 박정희군사정권의 기여(?)가 컸다. 이듬해 3월 김민기는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식에서 수록곡 중 하나인 <꽃 피우는 아이>를 부른다. 애잔하고 서정적인 노랫말을 '저항적'이라고 판단한 유신정권은 이튿날 새벽 그를 동대문경찰서로 연행했다. 음반은 전량 압수, 폐기당했고 마스터테이프마저 빼앗겼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들이 수차례 남산 중앙 정보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그에겐 불온 음악가라는 딱지가 붙었다. 이후 그의 노래는 가요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됐다. 신화의 시작이었다. - 240p.

멋지게 헤어지는 게 쿨한 이 시대에 통용되기에는너무나 순진하다고 할 가사들이다.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정말 토라졌을까, 밤새 잠 못 자고 끙끙 앓았는데', '왜 이렇게 앞만 보며 남의 애를 태우나'와 같은 노랫말들은 '언제라도 잊을 수 있고', '당장 만나고', '애를 태울 것 없이 핸드폰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요즘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실감이 나지 않는, 마치 고문(古文)의 언어들이나 같다.
하지만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음악에 실린 이 영롱하고 쿨하지 않은 노랫말에 젊은 세대는 비웃기는 커녕 오히려 마음이꿈틀거렸다. - 285p.


<쎄시봉 시대>
조영남, 이나리 지음
민음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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