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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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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국내도서>인문
저자 : 이외수
출판 : 해냄출판사 200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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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그간 글 좀 쓴다 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서들을 수두룩하게 읽어왔다. 하지만 '매일 써라. 엉덩이가 힘이다.' 등의 결론만 수렴한 채 실제로 글을 쓸 때는 일전에 새겨두었던 글쓰기 비법들이 하나도 발휘되지 않는 것이다. 평소 이외수 선생님의 짧은 호흡의 문체를 꽤 좋아하던 터라, 이번에는 이외수 선생님이 지도하는 실전 문장 비법서를 읽어보기로 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이외수 작가가 춘천 생활을 정리하고 화천 감성마을로 들어가기 전 정리한 글쓰기 지침서라고 한다. 지난 시간 동안 그가 무수한 소설들을 펴내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문하생들에게 전수하는 마음으로 상세히 적어 놓았다. 한 마디로 작가의, 작가에 위한, 작가를 위한 '실전적 문장 비법서'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려면 우선 글 감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글 감이 되는 단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단어 채집을 할 것을 권하고 이외수 선생님의 노하우를 일러주신다. 또 실제 글쓰기의 기술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법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는다.

수사법만 해도 우리가 쉬이 알고 있는 직유법, 은유법외에도 무수히 많은 수사법들이 존재한다. 활유법(活喩法)과 의인법(擬人法), 제유법(提喩法)과 대유법(代喩法), 과장법(誇張法), 반복법(反復法), 점층법(漸層法), 설의법(設疑法), 돈호법(頓呼法), 대구법(對句法), 대조법(對照法). 이 많은 수사법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하나하나 예문을 들어 설명한다. 이 외에도 본성을 찾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는 방법 등 창작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책장을 덮으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어떤 글일까.
'척'하지 않고 수수하고 소박하지만 저렴하지 않게 쓰고 싶다. 힘을 실어 강단 있게 쓰고 싶다. 사람들이 찾아 읽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아름답게 쓰고 싶다. 마음을 담아 진실되게 쓰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이 모든 마음들을 차곡차곡 담아, 언젠간 향내가 나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


■ 본문 중에서

# 바람의 속성 - 24p.
보이지 않는다. 움직인다. 소리를 동반한다. 씨앗을 퍼뜨린다. 땀을 식힌다. 자유롭다. 물을 증발시킨다. 때로는 눈과 비를 동반한다. 거처가 없다. 머무르지 않는다. 울기도 한다.

# 단어 하나의 선택이 떠나간 그대 사랑을 되돌릴 수도 있다 - 49p.
글은 타인의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마음을 바꾸기도 하고 영혼을 바꾸기도 한다. 만약 그대가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면 일단 그대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먼저 진단하라. 그리고 그대의 진실을 대변해 줄 단어부터 채집하라.

# 문장의 사전적 의미
- 91p.
국어사전은 대추를 대추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라고 풀이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추나무를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은 대추나무를 대추가 열리는 나무라고 풀이하고 있었다. 젠장. 국어사전은 어떤 단어를 찾아보아도 철저하게 감성이 배제된 풀이만 매달고 있었다. 나는 그때 감성이 철저하게 배제된 언어는 기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 하수와 고수 - 97p.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내가 달라지면 반드시 세상도 달라진다. 그대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직 달라져 본 적이 없는 하수다.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 문체 - 261p.
문체는 작가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개성을 형성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수사학적으로는
길이에 따라 만연체(蔓衍體), 간결체(簡潔體)
느낌에 따라 우유체(優柔體), 강건체(剛健體)
수식에 따라 화려체(華麗體), 건조체(乾燥體)
등으로 분류된다.

#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기를 소망하지 말라 - 288p.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아픔을 발효시키고 지혜를 숙성시킨다. 산도 나이를 먹어야 생명체들과 조화하는 성정을 가지게 된다.산이 생명체들을 키우기 위해 헐었던 살과 뼈들은 모두 흙이 되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낮은 곳으로 흘러가서 평지를 만든다. 평지는 산의 정신이 발효된 생명의 안식처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기를 소망하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평지가 되기를 소망하라. 한 글자 한 문장이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가 되기를 소망하라.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들 속에서 수많은 생명과 영혼들이 무성하게 자라 오르기를 소망하라.

# 그대는 지금 어디서 놀고 있나 - 291p.
인연에는 악연이 있고 호연이 있다. 글을 쓰는 자에게는 글을 방해하는 인연이 악연이고 글에 도움을 주는 인연이 호연이다. 그대가 어떤 인연을 만나든 상관하지 않고 향내가 나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대에게는 악연이 없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해냄출판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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