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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로마인 이야기 1]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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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시오노 나나미(Nanami Shiono) / 김석희역
출판 : 한길사 200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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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천년사의 운명을 추적하고 평을 더해 출간한 책이다. 1992년 제1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발표된 이래 15년 동안 해마다 한 권씩 발표하여 2006년 전15권으로 완결되었다.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혹자들은 작가의 지나친 제국주의적 성향과 그에 젖은 문체 때문에 혹평을 훨씬 더 많이 늘어놓는다. 또 역사학자가 아닌 여류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더했기 때문에 로마사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게 될 수 있다고 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돈의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나라면 어떠했을까?'라는 도전적 역사해설과 소설적 상상력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로마사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평설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990년대 말, 2000년 초반 국내 독서계를 뜨겁게 달구던 화제의 중심으로, 인문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한 동한 유지할 만큼 <로마인 이야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의 끝까지 한 호흡에 읽어내기를 선호하는 내 성격 탓에 15권의 완결이 발표된 후에야 그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2006년 완결이 발표된 후로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이제서야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건국되었다고 한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로마는 기원전 270년에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했다고 한다. 제1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 500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 그간 숱하게 영화와 소설로 접해왔던 기원전 로마의 이야기가 익숙한 듯 때론 낯설게 펼쳐진다. 

로물루스의 로마 탄생에서부터 기원전 390년 켈트족에게 로마를 점령 당할 때까지의 약 360년 동안의 왕정시대는 각 왕 별로 업적과 특징을 정리했다. 2장에서는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 법의 성립부터 조명하여 기원전 270년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할 때까지 100여 년의 로마 공화정의 역사가 서술되어있다. 

로마인들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주변 민족보다 뒤지는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로마인이 가지고 있는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개방성과 명예를 중시하는 자존감이었다. 로마인들은 끝없이 주변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이어나갔고 전쟁에 패배한 상대국 민족들을 흡수하고 시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공화정 로마에 이르러서는 평민도 집정관이나 원로원에 진출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되어 진정한 개방정책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

로마인의 개방성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대목은 바로 '로마가도'이다. 이 가도 이전에 그 땅에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원전 312년부터 기원전 107년까지 건설된 이 가도는 길을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고, 도로 폭을 넓히고, 배수를 좋게 하고 평탄해지도록 로마인들은 소위 오늘날 말로 '고속도로'를 건설한 셈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설을 만들어냈을 만큼 로마가도는 후세에 두고두고 위엄을 떨친다. 

로마의 탄생에서부터 서서히 전개되던 이야기는 기원전 270년 이탈리아 남부 그리스인의 도시들을 점령하는 것으로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시점에서 마무리 된다. 이탈리아 반도 통일로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장엄한 로마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해진다. :)


■ 본문 중에서 

제1장 로마의 탄생

일신교와 다신교의 차이는 단순히 믿는 신의 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신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에도 차이가 있다. 남의 신도 인정한다는 것은 곧 남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중략)
종교는 그것을 공ㅇ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은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니,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사이이기 때문에 법이 필요하다. - 58p.

인간의 행동 원칙을 바로잡는 역할을,
종교에 맡긴 유대인.
철학에 맡긴 그리스인.
법률에 맡긴 로마인. - 59p.

추문은 힘이 강할 때는 공격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약점이 드러나면 당장에 쳐들어온다. 그 추문이 당사자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 해도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 81~82p.

공동체도 초기에는 중앙집권적인 편이 효율적이다. 조직이 아직 여린 시기에 활력을 낭비하는 것은 치명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는 한 사람의 강력한 지도자가 결정하고 앞장서서 실행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 84p.


제2장 로마 공화정

개혁이라는 것은 개혁으로 힘을 얻은 사람들의 요구로 다시 한 번 개혁을 강요당하는 숙명을 갖는다. - 119p.

스파르타는 전사 외에는 아무것도 낳지 못했다. 철학도, 과학도, 문학도, 역사도, 건축도, 조각도 전혀 남기지 못했다. 스파르타식이라는 낱말을 남겼을 뿐이다. - 134p.

쇠퇴기에 접어든 나라를 찾아가 거기에 나타난 결함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절정기에 있는 나라를 시찰하고도 그 나라를 흉내내지 않는 것은 보통 재주가 아니다. - 157p.

"알렉산드로스에게는 전투에 패하는 것이 곧 전쟁에 패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로마군의 전통은 전투의 패배가 전쟁의 패배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 251p.

역사를 서술할 때의 어러움은 시대를 명쾌하게 구분지어 이 시대에는 무슨 일이 이루어졌고 다음 시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따고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전쟁 기록조차도 그런 식으로 기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첫번째 이유는 대부분의 일들이 서로 겹쳐서 진행되기 때문이고, 두번째 이윤는 나중에 큰 의미를 갖게 되는 일도 처음에는 작고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필연에 의해 발전한다는 생각이 진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는 우연의 중첩이라는 생각도 진리가 된다. - 267p.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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