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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소통;] 미디어로 세상과 관계맺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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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국내도서>인문
저자 : 정여울
출판 : 홍익출판사 2011.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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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소통. 커뮤니케이션이란 과연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소통(疏通)은 [1]막히지 않고 잘 통함. [2]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의미한다. 소통의 어원은 '공통' 혹은 '공유'를 의미하는 라틴어 'communis'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다양한 소통의 도구를 통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그 모든 과정들이 소통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통의 도구는 대화일 수도 있고, 사진일 수도 있고, 그 어떤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로 매우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소통은 일 방향 적이었다. TV나 뉴스 등 대중매체에서 그들의 생각을 담아 발표를 해버리면 산업과 대중의 생각을 주도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WWW(World Wide Web, 월드와이드웹)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의 소통은 더 이상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인터넷에 기반한 절대 다수의 참여로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가 도래하고 기업에서건 미디어에서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부르짖는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C세대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C'는 Connection(연결), Communication(소통), Change(변화)를 의미한다. C세대는 능동적으로 온라인 컨텐츠의 생산과 소비에 적극 참여한다. 모든 미디어에서 이 'C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이런 오늘날 미디어의 관점으로 소통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정여울 교수는 '미디어로 세상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미디어적 관점의 소통은 공유의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가 대중들에게 외면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저 예산으로 제작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 대한민국이 들썩들썩하기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드라마와 영화라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결국 소통에 실패한 컨텐츠라는 말이다.

물론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애간장을 녹이는 그 마음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달 자체가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살아내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을 해소하기도 하고, '언젠가 살아내야만 할 삶'을 예행 연습하기도 한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바쁜 현대인들은 정보와 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이 대입될 수 있는 곳에 마음을 주기 마련이다. 그것이 소통의 본질이고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와 수단이 진화하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미디어, 우리들의 '힐링 캠프(healing camp)' - 9p.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마다 영화 속으로 피신할 수 있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타인의 아픔을 엿보면서 내 아픔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작은 것인지 깨닫기도 한다. 물론 '미디어'는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달 자체가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살아내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을 해소하기도 하고, '언젠가 살아내야만 할 삶'을 예행연습하기도 한다.

# 006 인터넷 서점에서 길을 잃다 - 37p.
책 한 권에 한 권을 더 얹어준다는 것은 화장지나 캔 커피 하나를 더 얹어주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은 화장지나 캔 커피처럼 한 번 소비하면 사라지는 제품이 아니다. 책은 우리 마음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아 우리 인생 도처에서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 008 인터넷 기사, 그 치명적인 덫 - 49p.
인터넷 기사 100개를 읽은 사람보다 오늘 일기 한 페이지를 쓴 사람이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뉴스는 우리를 사건의 소비자로 만들지만, 일기는 우리를 사건의 주인공으로 만드니까.

# 011 셀러브리티 전성시대 - 71p.
대단한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가 인정받는 사회, 그런 사회가 그립다.

# 018 죽음을 다루는 미디어의 문법 - 109p.
타인의 죽음을 통고받은 충격 속에서, 어떤 감정의 의상을 입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현대인은 미처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기도 전에 미디어의 언어를 액면 그대로 흡수한다.

# 024 스타의 비밀을 팝니다 - 147p.
비밀 없는 삶의 가난함은 회복 불가능한 빈곤이다. 돈은 벌면 되지만 비밀은 벌 수 없다. 한 번 노출되는 순간, 그 비밀의 소중함과 신비는 흔적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026 키덜트 판타지 - 159p.
어린 시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시절이 정말로 행복으로 가득 차서가 아니라 그 시절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의 불가역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시절은 잃어버려야만 비로소 아름답게 채색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 034 죽음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 - 203p.
죽음을 다루는 현대인의 태도는 예전보다 분명 세련되고 우아해졌지만 여전히 모든 면에서 진화가 느린 나는 죽음을 그저 촌스럽게 슬퍼하고 싶다. 죽음을 소비하는 형식이 아무리 진화할지라도 죽음은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끔찍한 형용사를 다 동원해도 결코 다 담아내지 못할 고통이다. 우리는 죽음 이후를 걱정하기에 앞서 죽어가는 자의 고독을, 죽어가는 자의 고통을, 죽어가는 자의 비명을 먼저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 049 이별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 285p.
그저 미련이라고 간단히 요약해버릴 수 없는 뭔가 꺼림칙하면서도 아련한 감정.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발뒤꿈치에 단단히 들러붙어 가는 길마다 따라붙는 듯한 그 설명하기 힘든 갑갑함. 많이 사랑했고 그만큼 많이 미워했기에 제대로 사랑한 만큼 제대로 이별하지 못하는 우리들.

# 052 아름다운 노년을 생각하다 - 303p.
너도 나도 나만의 말을 떠들겠다는 수천만의 입술들만이 동동 떠다니는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건 더 많은 귀, 더 열린 귀가 아닐까. 욕망의 발산만을 위해 조잘대는 입술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들어줄 수 있는 귀 말이다.


<소통;>
정여울 지음
홍익출판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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