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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 문화 이야기 (1)] 영국, 프랑스,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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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 문화 이야기 1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유시민
출판 : 푸른나무 200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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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영국 _괴짜들이 많은 나라 - 29p.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로 살짝 미친 짓을 하면 존경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귀족은 자동차 엔진을 단 마차에 나비를 가득 집어 넣고 그 속에 들어앉아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온 나라를 돌아 다니는데, 사람들은 미치광이라고 욕하기는 커녕 대단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준다. 어쨌든 작위를 가진 귀족인 것이다. 거액을 들여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건물을 짓거나 지하에 무도회장을 짓는 따위의 맛이 간 행동을 하는 사람도, 거기다 아주 엄청난 돈을 털어넣기만 하면, 괴짜로서 예찬을 받을 수 있다.

영국 _크리켓과 경마 - 49p.
영국을 여행해 본 사람치고 크리켓 주말 경기를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장님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다. 장님조차도 시즌 내내 모든 공공 장소에서 틀어 놓은 국제시함 중계방송을 듣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장님이면서 귀머거리가 아닌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영국 _변비와의 전쟁 - 58p.
아파서 죽을 지경에서도 영국인들은 잘도 참아 낸다. 그래서 환자가 이를 악물고 신음 소리를 내는 광경을 영국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련과 고난을 꿋꿋이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 영국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숨을 거두면서 남긴 한 마지막 한 마디도 이랬다. "조금 나은 것 같아... ..."

프랑스 _에티켓 없이는 못사는 무뢰한들 - 39p.
어떤 여행자가 프랑스 바닷가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마을 식당에서 잘 먹고, 인생이 한없이 아름답게 보일 정도로 거나하게 취했다. 한밤의 바다는 조용했고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다 싶을 만큼 멋진 밤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프랑스 남자 셋이 어둠 속에서 비틀거리며 나타나, 바다를 향해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아름다운 환상은 다 깨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여행자를 정말 당황하게 만든 것은 세 남자가 모두 지퍼를 올리고 사라지기 전에 '본뉘'(Bonne nuit ; 안녕히 주모세요)하고 아주 예의바르게 인사를 한 것이었다.

프랑스 _신문 잡지 : 파리 마치여 영원하라 - 50p.
영국에서 성공하려면 독일인처럼 해야 한다. 독일에서 성공하려면 미국인처럼 해야 한다.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일본인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성공하려면 프랑스인처럼 해야만 한다. 

프랑스 _체취, 섹스, 그리고 샤넬 - 65p.
프랑스가 게르랭(Guerlain), 랑콤(Lancome),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 샤넬(Chanel), 마담 로샤(Madame Rochas) 등 세계 최고 품질의 향수 제조국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체취에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좋은 향수를 만드는 것이 그들에게는 모순이 아니다. 인간의 체취를 예찬하는 것과, 작은 병에 체취를 감추는 액체를 담아 팔아서 해마다 수십 억 프랑을 벌어들이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_하느님의 프랑스어 실력은? - 85p.
드골이 죽었을 때, 영국인 희극배우 노엘 카워드(Noel Coward)는 이 훌륭한 장군과 하느님이 천국에서 무슨 대화를 할 것 같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카워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하느님이 얼마나 프랑스말을 잘 하느냐에 달렸겠지요."

독일 _자동차를 신앙으로 삼는 민족 - 37p.
독일인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신분의 상징이 아니라, 인격을 말해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독일인에게 자동차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라 오펠 차(독일의 중급차)를 모는 사람은 BMW를 모는 사람보다 한 단계 처지는 대접을 받으며, 포르셰를 모는 사람은 믿지 못할 사기꾼으로 의심받는다. 당연히 최고의 자리는 메르세데스 벤츠에게 돌아간다. 다른 나라라면 '현찰'이 모든 것을 말해 주지만, 독일에서 '자동차'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독일 _아우토반 : 유일한 자유 지대
- 67p.
자동차 가속페달을 더 내려가지 않을 때까지 마음껏 밟아볼 수 있는 도로, 이것은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제한과 금지가 판을 치는 독일에서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유공간이다. 독일 운전자들은 여기서 '자유로운 시민이 가진 질주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내면의 욕구를 속도계 바늘을 통해 발산한다. 그리고 호쾌하게 앞서가는 차를 추월하는 가운데 자기 안에 있는 '존재의 본질'을 발견한다.
다른 모든 면에서 독일의 도로는 '통제와 규칙'의 정글이다. 정기적인 자동차 기능검사에서 깜박이 사용법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교통법규들이 운전자의 행동을 통제한다. 그러나 아우토반 위의 정체를 해결하는 데 효력을 발휘하는 법규는 전혀 없다.  

 
  

<유시민과 함께 읽는 유럽 문화 이야기 (1) : 영국, 프랑스, 독일편>
유시민 지음
푸른나무,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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