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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가니스탄. 그녀들의 찬란한 슬픔 그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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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7-11-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피워낸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인간드라마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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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p.

나나는 마리암이라는 이름이 자기 어머니의 이름을 따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잘릴은 마리암(월하향)이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마리암이 물었다.

제일 좋아하는 꽃인가요?”

제일 좋아하는 꽃 중 하나지.”

 

44p.

마리암은 조약돌 열 개를 집어 세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 이것은 나나가 보지 않을 때 그녀가 이따금 하는 놀이였다. 그녀는 첫 기둥에 네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건 하디자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째 기둥에는 아프순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고, 셋째 기둥에는 나르기스의 자식들을 가리키는 세 개의 조약돌을 쌓았다. 그녀는 거기에 넷째 기둥을 덧붙였다. 외로운 열한 번째 돌.

 

53p.

그것은 분노와 환멸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깊고 깊은 치욕의 눈물이었다. 어리석게도 잘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색깔이 안 맞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히잡을 두른 것에서부터 시작해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망설이느라 그 난리를 쳤으며, 그곳을 떠나기를 거부하고 길 잃은 개처럼 길거리에서 잤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워 흘리는 눈물이었다. 마리암은 어머니의 상처받은 표정과 그녀의 부석부석한 눈을 무시했던걸 생각하자 수치스러웠다. 나나의 경고가 맞았던 것이다.

 

78p.

마리암은 자신의 손에 사람들의 눈이 쏠려 있는 걸 의식하며 서명을 했다. 마리암이 27년 후에 어떤 서류에 서명을 할 때도 율법학자가 참석해 있을 것이었다.

율법학자가 말했다.

이제 두 사람은 남편과 아내가 되었습니다. 타브리크(축하합니다).”

 

102.

놀라운 일이지만 부르카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부르카는 한쪽에서만 볼 수 있게 된 창문 같았다. 그 안에 있으니, 낯선 사람들의 뜯어보는 눈길로부터 보호를 받는 관찰자가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사람들이 한 번 쳐다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알아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122p.

엄마가 된다는 건 소중한 일이었다. 이 아이, 그녀의 아이, 그들의 아이에 대해 생각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녀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자신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느꼈던 모든 걸 이미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버렸으며 또 자신이 더 이상 공기놀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자 감개무량했다.

 

125p.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 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195p.

엄마는 곧 잠이 들었다. 라일라는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엄마가 살려고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엄마가 살려는 이유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웠다. 그녀는 오빠들처럼, 엄마의 가슴에 흔적을 남기지 못할 존재였다. 엄마의 가슴은 창백한 해변 같았다. 부풀었다가 부서지는 슬픔의 물결에 자신의 발자국이 영원히 씻겨내리는 차가운 해변 같았다.

 

234p.

서로를 모욕하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모임들은 취소되었다. 도시는 숨을 죽였다. 산에서는 장전된 탄창들이 칼라슈니코프 소총에 끼워졌다.

완전무장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공동의 적이 없는 무자히딘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었다.

마침내 심판의 날이 카불에 찾아왔다.

로켓탄이 비 오듯 퍼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엄마도 그랬다. 그녀는 다시 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가서 커튼을 여미고 머리 위에 담요를 뒤집어썼다.

 

345p.

세월은 마리암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더 친절한 세월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 같은 히라미는 결코 보지 못할 것이라고 나나가 말한 축복된 삶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기치 않은 새로운 꽃 두 송이가 그녀의 삶에 피어올랐다. 마리암은 눈이 내리는 걸 바라보면서, 파이줄라 선생이 염주를 돌리며 몸을 기울인 채 부드럽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이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마리암, 그것들을 심으시는 분은 신이시다. 네가 그것들을 가꾸는 것이 그분의 뜻이다. 그분의 뜻인 게야.”

 

375p.

우리 와탄은 이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입니다. 다음은 우리가 집행하고 여러분이 복종해야 하는 법입니다.

모든 시민은 하루에 다섯 차례씩 기도를 해야 합니다. 기도시간에 다른 일을 하다가 적발되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모든 남자들은 수염을 길러야 합니다. 적어도 턱 밑으로 주먹 만한 길이로 길러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사내아이들은 터번을 둘러야 합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는 검은 터번을 두르고, 상급반 학생들은 흰 터번을 둘러야 합니다. 사내아이들은 모두 이슬람 옷을 입어야 합니다. 셔츠의 목깃은 채워야 합니다.

노래는 금지합니다.

춤은 금지합니다.

카드놀이, 장기, 노름, 연날리기는 금지합니다.

책을 쓰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금지합니다.

잉꼬를 키우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새는 죽일 것입니다.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를 것입니다. 재범일 경우에는 발을 자를 것입니다.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이슬람교도가 보이는 곳에서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곤장을 맞고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이슬람교도를 개종시키려다가 잡히면 처형될 것입니다.

다음은 여자들에 관련된 사항입니다.

여자들은 항상 집에 있어야 합니다. 여자들이 이유 없이 거리를 나다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마흐람(남자 친척)이 대동해야 합니다. 거리에서 혼자 다니다가 걸리면 곤장에 처해진 후 귀가시킬 것입니다.

여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을 보여선 안 됩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부르카를 입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하게 맞게 될 것입니다.

화장품은 금지합니다.

장신구는 금지합니다.

멋있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이 말을 걸지 않으면 말해서는 안 됩니다.

남자들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됩니다.

공공장소에서 웃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적발되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손톱을 치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적발되면 손가락 하나를 자를 것입니다.

계집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습니다. 여학교는 즉시 폐쇄될 것입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간통을 하다가 적발되면 돌로 쳐 죽일 것입니다.

이를 명심하고 복종하십시오. 알라--아크바르.

 

443p.

숨이 막히는 소리가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갑자기 라일라는 마리암의 팔, 어깨, 팔목, 아니 그 무엇에든 기대고 싶었다. 그럴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감히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감히 몸의 어느 한 부분도 까딱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멀리서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조금만 건드려도 사라질 덧없는 환영일까봐 감히 숨을 쉬지도, 눈을 깜빡거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라일라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서서, 공기가 부족해 가슴이 터지려 하고 눈이 깜빡거리려고 몸부림을 칠 때까지 타리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는 기적적으로 아직도 거기에 서 있었다. 타리크는 아직도 거기에 서 있었다.

라일라는 그를 향해 한 걸음을 떼었다. 또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447p.

이제, 온갖 의문이 마음속에 맴돌았따. 술파제 알약도 계략의 일부였을까? 그들 중 누가 그처럼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꾸며냈을까? 압둘 샤리프라는 이름이 진짜라면, 라시드는 그에게 얼마를 주고 타리크가 죽었따고 거짓말을 하게 해 라일라의 희망을 짓밟은 걸까?

 

495p.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라.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오래전 일어었다. 그 말을 했을 때, 하늘에는 차가운 별들이 희미하게 깜빡거리고 사피드-코 산 위에는 실오리 같은 핑크색 구름이 떠 있었다.

 

504p.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떤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따.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스무 걸음을 걸으면서 조금 더 살았으면 싶었다. 라일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와 같이, 별들이 떠 있는 하늘 밑에서 차를 마시고 먹다 남은 할와를 먹었으면 싶었다. 마리암은 아지자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녀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는 걸 못 본다는 게 슬펐다. 그녀의 손톱을 헤나로 칠해주고 결혼식 날에 노쿨(사탕)을 뿌려주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다는게 슬펐다. 늙어서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참 좋을 것 같았다.

 

561p.

그 위에 자만은 붓으로 넉 줄로 된 시를 써 넣었다. 라일라는 그것이 아프가니스탄에 돈을 주겠따던 원조가 오지 않고, 재건축이 너무 천천히 진행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탈레반이 다시 결집하여 돌아와 복수를 할 것이고, 세계는 다시 한 번 아프가니스탄을 잊을 것이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답변이라는 걸 안다. 그 시행은 그가 좋아하는 하페즈의 가잘에 나오는 것이다.

요셉은 가나안으로 돌아갈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헛간은 장미꽃밭으로 바뀔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살아 있는 모든 걸 집어삼키려고 홍수가 닥치면

노아가 태풍의 눈 속에서 너희들을 안내할 것이니 슬퍼하지 마라.

 

574p.

천 개의 찬란한 태앙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이브에타브리지의 시 <카불>에서 따온 것이다. 장미와 튤립으로 가득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카불은 시인의 눈에는 천국에 이르는 길목이다. 하늘의 천사들도 그곳의 푸른 초원을 부러운 눈으로 내려다본다. 도시의 지붕 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달들이 반짝이고, 벽 뒤에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이 숨어 있다! 그래서 시인은 노래한다. “알라여, 그러한 아름다움을 인간의 사악한 눈으로부터 보호해주소서.”

호세이니는 이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카불의 아름다움과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적인 역사, 자신이 태어난 곳에 대한 그리움을 교차시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아프간 여성의 내면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한 눈의 작가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현대문학,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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