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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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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모든 것이 완벽했던 스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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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키만이 색깔과 인연이 없었다. 그 때무문에 다자키는 처음부터 미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물론 이름에 색깔이 있건 없건 그 사람의 인격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건 잘 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애석하게 생각했고, 스스로도 놀란 일이지만 꽤 상처를 받기도 했다. 다른 넷은 당연한 것처럼 곧바로 서로를 색깔로 부르게 되었다. '아카(赤)' '아오(靑)' '시로(白)' '구로(黑)'라고. 그는 그냥 그대로 '쓰쿠루'라 불렸다. 만일 내게도 색깔이 있는 이름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수도 없이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했다. 그랬더라면 모든 것이 완벽했을 텐데, 하고. - 14p.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하고 사라가 말했다. - 32p.


질투란, 쓰쿠루가 꿈속에서 이해한 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감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죄인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힘으로 제압하여 집어 넣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거기에 들어가 안에서 자물쇠를 채우고 열쇠를 철창 바깥으로 던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곳에 유폐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물론 나가려고 자기가 결심만 한다면 거기서 나올 수 있다. 감옥은 그의 마음속에 있기 때무문에.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서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돌벽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질투의 본질인 것이다. - 60p.


" ...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봐야만 하는 걸 보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그 무거은 짐을 끌어안은 채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해. 그러니까 네 친구의 이름을 가르쳐 줘.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우선 내가 조사해 볼게."

"어떻게?"

사라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자기 공대나왔지? 인터넷 못 해? 구글이라든지 페이스북, 들어 본 적 없어?" - 130p.


>"회사 생활을 통해 배운 또 한 가지는 이 세상 대부분의 인간은 남에게 명령을 받고 그걸 따르는 일에 특별히 저항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야. 오히려 명령을 받는 데 기쁨마저 느끼지. 물론 불평불만이야 하지만 그건 진심이 아냐. 그냥 습관적으로 투덜대는 것뿐이야. 자신의 머리로 뭔가를 생각하라, 책임을 가지고 판단하라고 하면 그냥 혼란에 빠지는 거야. 그러면 바로 그 부분을 비즈니스 포인트로 삼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거지. 간단한 일이야. 알겠어?" - 222p.


"아뇨, 휴가차 친구를 만나러 온 겁니다."

"아, 그거 좋죠. 휴가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멋진 두가지라고들 하죠." - 294p.


아마도 다시는 이 장소에 오지 않을 것이다. 다시 에리를 만날 일도 없을지 모른다. 두 사람은 제각기 정해진 장소에서 각자의 길을 앞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아오가 말했듯이 이제 돌아갈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딘가에서 물처럼 소리도 없이 슬픔이 밀려왔다. 그것은 형태가 없는 투명한 슬픔이었다. 자신의 슬픔이면서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슬픔이었다. 가슴이 헤집은 듯 아프고 숨이 막혔다. - 388p.


1990년대 초, 아직 일본 경제의 거품이 이어지던 시절, 미국의 한 유력지가 겨울 아침 러시아워에 신주쿠 역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 모습을 찍은 사진을 실었다. (어쩌면 도쿄 역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느 역이든 마찬가지다.) 거기에 찍힌 통근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통조림에 든 생선처럼 생기 없이 어두운 표정이었다. 기사는 '일본은 분명 유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일본인은 이처럼 고개를 숙인 불행한 모습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사진은 유명해졌다. - 411p.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민음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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