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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여덟 단어]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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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국내도서
저자 : 박웅현
출판 : 북하우스 201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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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자존, 당신 안의 별을 찾으셨나요? 

자존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웬 호떡집 사장님 이야기냐고요? 그 이유는 자존이 있는 사람은 풀빵을 구워도 행복하고, 자존이 없는 사람은 백 억을 벌어도 자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매우 극단적인 비교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결말은 정반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 16p.


가끔은 틀을 벗어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공한 사람들은 꼭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야 하는가? 대학생은 꼭 이십 대여야 하는가? 윗사람은 꼭 권위를 지켜야만 하는가? 여자는 꼭 여자답게 걸어야 하는가? - 25p.


# 본질,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 47p.


# 고전, Classic, 그 견고한 영혼의 성(城)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 솔직해집시다. 사랑이 영원한가요? 남산에 올라 자물쇠를 채운들 그 사랑이 영원할까요? 누군가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고 했죠. 그런데 사실 사랑하는 그 순간 당사자들은 몰라요. 사랑이 영원할 줄 알아요. 저도 그랬고, 여러분도 그럴 테고요. 사람들은 누구나 그래요. 한 사람에게 무너져내린 황홀한 인생의 순간 누가 마지막을 떠올리겠습니까? 빅토르 위고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다시 확대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지금 우주가 내 곁에 있는데, 마지막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이것이 인생의 봄날 같습니다. 어느 순간 사랑이 시작되면 그 사람은 그냥 한 사람이 아닌 전 우주를 담고 있는 사람이 되고, 우리는 봄날을 맞이하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봄날은 계속되지 않아요. 노래가사처럼 봄날은 갑니다. 곧 바람이 불고, 잎이 떨어지고 싸늘한 공기가 세상을 메우죠.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나 '우리는 사랑일까?'를 보면 사랑을 아주 객관적으로 묘사합니다. 한 연인의 순차적인 사랑의 기록을 보면 무릎을 치게 되죠. 처음 여자를 만났을 때 남자는 그 여자를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많고 많은 장소 중 비행기 안에서, 그것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수많은 비행기 중 마침 그 비행기에서, 몇백 개가 넘는 좌석 중 바로 자기 옆자리에 앉은 여자. 운명입니다. 마음속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행복을 느끼죠. 하지만 2년이 지난 후,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녀의 말투, 취향이 못마땅해지고 이 여자를 사랑했던 것에 아연해요. 그러니까 김용택 시인의 말대로 사랑은 다 낡고, 시들어갑니다. 미안하지만, 사실이에요. - 75p.


# 견, 이 단어의 대단함에 관하여

간장게장 좋아하세요? 밥도둑이잖아요. 알이 꽉 찬 간장게장, 얼마나 맛이 있습니까? 저도 무척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이제 제가 시 한 편을 읽어드릴 텐데, 시를 읽고 난 2분 뒤 여러분은 간장게장을 못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정말 더는 먹지 않습니다. 못 먹겠어요. 들어보세요. 안도현의 '스며드는 것'이라는 시입니다.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102p.


결핍이 결핍된 세상에서 제대로 들어다보는 방법

아이디어는 깔려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어요. 없는 것은 그것을 볼 줄 아는 내 눈이에요.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들의 눈 속에 있는 법입니다. 눈을 감고 한탄만 하면 소용없습니다. 見의 중요성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들여다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보기 위해서는 투자를 좀 해야 합니다. 시간과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야 해요. 친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는 것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렇게 긴 시간 관심을 가지고 보면 친구가 되는 거죠. 안도현은 간장게장의 친구입니다. 도종환은 담쟁이의 친구고요.

물론 우리도 요즘 많이 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사과도 배도 감도 얼마든지 많이 볼 수 있죠. 그러나 정작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더 많이 보려고 할 뿐,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118p.


고은 시인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새는 새소리로 말하고 쥐는 쥐소리로 말하는데 나는 뭐냐, 지금 도대체 나의 가갸거겨고교는 뭐냐,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는데 아무것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그저 저만 잘났다는 우리의 가갸거겨고교는 도대체 뭐냐고 합니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 조은, '언젠가는' 중에서

- 119p.


# 소통,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

· 털이 많다.

· 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

· 시간 내서 놀아줘야 한다.

·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 버릇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한다.


남자와 개의 공통점이었고요. 다음은 남자가 개보다 편한 점입니다.

· 돈을 번다.

·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출입제한을 받지 않는다.

·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심부름을 시킬 수 있다.

· 혼자 두고 놀러 다녀도 상관 없다.

· 생리적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자 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가 남자보다 좋은 이유입니다.

· 두 마리를 함께 키워도 뒤탈이 없다.

· 강아지의 부모가 간섭하지 않는다.

· 이유 없이 외박하고 돌아와도 꼬리 치면서 반겨준다.


공감이 가나요? 여자분들 어떻습니까? 고개를 끄덕끄덕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남자분들이 공감할 만한 고양이와 여자의 공통점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 세수를 잘한다.

· 배고프면 혼자 챙겨 먹는다.

·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

· 열 받으면 할퀸다.

· 하루에 열두 번 삐친다.

· 변덕이 팥죽 끓듯 한다.


그리고 여자가 고양이보다 편한 점입니다. 잘 들어보세요.

· 밥을 할 줄 안다.

· 데리고 다니면 재채기 하는 사람 없다.

· 나의 분신을 만들어 준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여자보다 좋은 이유는,

· 목만 쓰다듬어 주면 행복해 한다.

· 무섭고 징그러운 쥐를 잡아준다.

· 꼬리만 밟지 않으면 조용하다.

· 여자는 종일 잔소리를 하지만 고양이는 종종 애교를 부려 심심하지 않다.

· 처갓집 개도 날 무시하는데 고양이의 어미는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 182~184p.



<여덟 단어> 

박웅현

북하우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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