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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짜요우(加油: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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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저자
한비야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6-08-2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바람의 딸,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어학연수를 위해 1년 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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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너무 늦게 왔는데요" - 17p.

아! 다시 학생이 된 이 기분! 오래 전부터 하고 싶던 일을 드디어 시작하는 이 기분! 확실한 목표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이 기분! 기분이 너무 좋으면 이렇게 떨리는가 보다.


# 사랑에 빠지다 - 35p.

이렇게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계단 한 계단 즐겁게 올라가다 보면 꼭대기까지 가는 것은 시간 문제겠지. 이토록 그리는 그 님을 만날 수 있겠지.


# 칭송칭송 - 느긋하게 사세요 - 46~47p.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잔뜩 긴장한 채 싸웠던 실체는 일 자체가 아니라 '남'이었다.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그러나 기초 공사가 잘 되지 않았다는 불안감. 긴장된 표정과 태도는 다름 아닌 부실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갑옷이었다.

이제는 알겠다. 왜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사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면서 사는지를, 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과 무작정 싸우는 대신, 잘 사귀면서 재미있게 놀 줄 알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아니 이제부터 그렇게 살아야겠다. 칭송칭송!


# 누구에게나 냄새는 있다 - 55p.

내게는 냄새를 자기의 코로 재단하지 않고 그 문화의 재미있는 특징으로, 나아가 향기로까지 받아들인 것이 이문화 적응의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냄새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 외에도 많은 낯선 것들이 공존함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국제인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자 생활인으로서 가져야 할 작은 지혜이다. 다른 사람의 결점이 눈에 띌 때 나 또한 그와 비슷한 정도의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둔다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미운 사람도 섭섭한 사람도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 화교는 힘이 세다 - 111p.

'落地生根(떨어진 곳에 뿌리내린다: 낙지생근)'

'身在國外 心在中國(몸은 외국에 있지만 마음은 중국에 있다: 신재국외 심재중국)'


#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 134p.

'有緣千里來相會 (만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유연천리래상회)'

이 친구가 내 말끝마다 하는 말은 "워 샹신 니(난 널 믿어)." 내가 이 친구 말끝마다 하는 말은 "니 쭈어더뚜이(네가 한 일이 옳아)." 1박 2일 내내 가슴이 꽉 차서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쿠요 그리고 나. 우리는 서로를 지켜보면서 각자의 인생 길을 가고 있다. 앞으로 그 두 길이 자주 겹쳐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30대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 사십 대에 다시 그럼 것처럼. 그러나 자주 만나지 못하면 어떠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한 친구인데.


# "비야 언니, 오늘 도서관 열어요?" - 139p.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살아 있지도 않은 글자가 어떻게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가슴 찌릿하게 만들면서 영향을 줄까?


# 국기에 대하여 경례! - 176~177p.

1949년 10월 1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톈안먼 광장에 게양된 후, 이 광장은 중국의 심장이자 상징이 되었다. 시골을 여행할 때 내가 베이징을 거쳐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꼭 물어보는 게 있다. 톈안먼 광장에 가보았나, 거기서 마오 주석 사진을 보았나, 국기 게양식을 ㅂ았나. 특히 국기 게양식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으로 텔레비전 일기예보에서 해 뜨는 시각, 해 지는 시각과 함께 오늘의 국기 게양 시간을 알려준다.

언제부터 오성홍기가 국민들의 절대적인 숭배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기 게양식을 더 성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전국인민대표대회 주요 사안이 될 정도라니까 대단하긴 대단하다. 덕분에 외국인에게는 아침마다 굉장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 정복 차림의 국기 호위병 수십 명이 무장 군악대의 소리에 맞춰 게양대로 행진한다. 그리고 국기 게양 전, 그 중 한 명이 발레하는 듯한 자세로 국기를 멋지게 펼쳐 보인다. 그때 해가 뜨기 시작한다. 다음 순간 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서서히 국기가 올라가는데 이때가 광장에 모인 군중들이 국가를 따라 부르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엄숙하고 진지한지 중국 사람도 아닌 내 목이 다 메일 정도다.


#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 194p.

가을에 피는 국화는 첫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개나리를 시샘하지 않는다. 역시 봄에 피는 복숭아꽃이나 벚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여름 붉은 장미가 필 때, 나는 왜 이렇게 다른 꽃보다 늦게 피나 한탄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준비하며 내공을 쌓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매미소리 그치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온 지금, 국화는 오랫동안 준비해온 그 은은한 향기와 자태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늦깎이라는 말은 없다. 아무도 국화를 보고 늦깎이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속도와 시간표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내공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아직 우리 차례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철에 피는 꽃을 보라! 개나리는 봄에 피고 국화는 가을에 피지 않는가.


#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 227p.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가? 그렇다면 가지러 가자. 내일 말고 바로 오늘, 지금 떠나자. 한꺼번에 많이는 말고 한 번에 한 발짝씩만 가자. 남의 날개를 타고 날아가거나, 남의 등에 업혀 편히 가는 요행수는 바라지도 말자. 세상에 공짜란 없다지 않은가.


#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 - 235~237p.

오늘이 쌓여 내일이 되는 것이 분명한데 불만스러운 오늘이 어떻게 만족한 내일을 만들 수 있겠는가. 지금 손에 있는 오늘도 요리를 못하면서 멀리 있는 내일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 아닌가. 베이징까지 가는 내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중략)

오늘을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거다.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고 불평하기 보다는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충분히 즐기는 것. 그래서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풍요로워지는 것.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확실한 오늘을 무시한 채 지나간 어제나 불확실한 내일을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 나약한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중략)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지금 한창 제철인 사과와 배를 맛있게 먹고 있는가? 아니면 철 지난 딸기나 아직 나오지도 않은 곶감을 먹고 싶어하며 애를 태우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것은 오늘뿐이다. 지금 손에 가지고 있는 것을 고마워하자.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누리고 즐기자.


# 시험이 좋은 이유 - 271p.

목표를 향해 있는 힘을 한곳에 쏟아붓는 달콤한 괴로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호랑이가 한줌거리도 되지 않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모든 근육을 쓰며 있는 힘을 다하듯, 하는 일에 자기가 가진 마지막 힘까지 쓸 때 느끼는 이 뻐근한 자기 만족감! 단 한 번이라도 이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 마력에서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 너무도 반가운 내 친구 데레사 - 276~277p.

원칙을 지키며 불이익을 당할 것인가, 세상과 타협해 이익을 볼 것인가 흔들릴 대 나는 반드시 이 친구를 찾는다. 나에게 혜경이는 함석헌 선생의 시에 나오는 바로 '그 사람' 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짜이찌엔 베이징! - 329p.

언제부터인지 나는 낯익은 것과의 이별이 두렵지 않은 것처럼 낯선 것과의 만남 역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치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끝까지 가려 한다. 그래야 이 길로 이어진 다음 길이 보일 테니까.

여러분은 지금 어디를 향해서 한 발짝 한 발짝 가고 있는가. 거기가 어디든 목적지에 꼭 도착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가는 길 행복하고 즐거우시길.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푸른숲,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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