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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낯익은 세상] ... ... 이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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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저자
황석영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6-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황석영 생애 최초 전작 장편소설! 문학인생 50년의 담금질,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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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135p.


여기가 어디냐?

아이가 늘 그랬듯이 키드득 웃었다.

보면 모르니? 꽃섬이야.

여기가 우리 동네라구?

땜통이 사방을 휘둘러보며 되묻자 아이가 대답했다.

그래, 옛날엔 이랬거든.

옜날 꽃섬이라구?

그렇다니까. 저기가 우리 동네다.

잠시 멈춰 서서 강을 내다보면 한가운데 숲이 우거지고 나직한 산도 있는 이웃 섬이 보였고 돛을 단 조각배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강변 풀밭에는 송아지를 거느린 어미소가 풀을 뜯고 있었다. 풀꽃이 가득 피어난 강가에는 오리가 날아앉거나 물장난을 치는 게 보였다.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던 딱부리가 말했다.

저기 못 보던 섬이 있었구나.

사람들이 폭파시켜버렸어. 이웃 동네였는데 그쪽 식구들은 오래전에 모두 떠났다.

작은 아이가 말했다.

우리 식구도 언젠가 여길 떠나게 될지 모른다.



- 225p.


이런 못쓰는 물건들을 왜 소중하게 감춰두는 거예요?

서루간에 정들어서 그러지.

그럼 저어기 쓰레기장 물건들은요?

빼빼엄마는 검댕이 잔뜩 묻은 더러운 얼굴을 돌리고 야멸치게 말했다.

저것들은 사람들이 정을 준 게 아니잖아!



- 234p.


난지도 쓰레기장에 묻어버린 것은 지난 시대의 우리들의 욕망이었지만, 거대한 독극물의 무덤 위에 번성한 풀꽃과 나무들의 푸루름은 그것의 덧없음을 덮어주고 어루만져주고 있는듯하다. 도깨비가 사라진 것은 전기가 들어오고부터라는 시골 노인들의 말처럼, 지금의 세계는 우리와 더불어 살아온 도깨비를 끝없이 살해한 과정이었다. 나는 이들 우리 속의 정령을 불러내어 그이들의 마음으로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내 속에 그게 정말 아직도 살아 있는 거냐?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문학동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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