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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패자의 생명사]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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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치(Niche)'의 발견과 확보

  • 생물학에서 '니치'란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 범위, 즉 '생태적 지위'를 의미함.
  • 단순히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먹이, 활동 시간 등 생물의 생활 방식 전체를 포함.
  • 자신만의 고유한 니치를 확보하면 강력한 경쟁자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으며, 이는 패자가 생존을 넘어 번성할 수 있는 핵심 열쇠임.
  • 생명의 역사 속 패자들은 경쟁에서 밀려난 후, 자신만의 니치를 개척함으로써 생존의 활로를 찾고 새로운 진화의 길을 열었음.

 

2. 패자들의 '권토중래'

  • 권토중래(捲土重來):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온다'는 뜻으로, 한 번 실패하였으나 힘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온다는 의미.
  • 생명의 역사는 약자들이 역경을 극복하고 숨어 지내며 때를 기다려 대역전극을 이뤄온 과정임을 보여줌.
  • 삶에서 패배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결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패배가 자신만의 고유한 '니치'를 찾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

 

3. 사례로 보는 패자들의 생존 전략

3.1. 원핵생물(Prokaryote) - 공생을 통한 영속

  • 상황: 지구 최초의 생명체이자 세포핵이 없는 원핵생물들은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이 등장하면서 원시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패자'처럼 보임.
  • 생존 전략: 공생과 적응
    1. 내부 공생: 일부 원핵생물들은 다른 원핵생물의 내부로 들어가 공생하기 시작하며, 진핵생물의 기원이 됐다는 가설. (ex.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2. 독자적 번성: 다른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원핵생물들은 '박테리아'의 형태로 독자 생존하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번창한 생물종 중 하나가 됨.

 

3.2. 육상으로 진출한 물고기 - 추방이 낳은 진화

  • 상황: 고생대 바다에서는 갑주어와 같은 포식자들이 등장하며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졌으며, 힘에서 밀린 물고기들은 바다에서 쫓겨남.
  • 생존 전략: 새로운 서식지 개척
    1. 기수역으로 이동: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강 하구의 '기수역'으로 이동해, 삼투압 조절을 위해 신장을 발달시키는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
    2. 얕은 물가로 이동: 헤엄치기 불리한 얕은 물가로 쫓겨나며 물과 땅 양쪽에서 살 수 있는 '양서류'로 진화. 이는 곧 육상 생물의 시대를 연 것.

 

3.3. 공룡 시대의 생존자들 - 거인의 그늘 아래서의 혁신

  • 상황: 백악기의 지구는 거대한 공룡들이 육지와 바다, 하늘을 지배했으며, 파충류, 소형 조류, 포유류 등은 공룡을 피해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생활.
  • 생존 전략: 거인을 피한 니치 확보
    1. 파충류: 물가 등 주변부 환경에서 생존하며, 변온동물의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기온 변화에 적응.
    2. 소형 조류: 익룡을 피해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감.
    3. 포유류: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선택, 어둠 속 생존을 위한 후각과 청각이 발달함.
    4. 식물: 독성을 만들고 씨앗 보호를 위해 속씨식물(열매)로 진화하며 현대 식물 생태계의 기반 마련.

(요약 by NotebookLM)

 

■ 본문 중에서

 

1장_ 경쟁에서 공생으로 (22억 년 전)

약육강식의 기원 - 18p.

자연계는 약육강식의 세계다. 강한 자가 약한 자의 고기를 먹는다. 이것이 규칙이다. 백수의 왕 사자는 얼룩말을 덮치고, 매는 쥐를 낚아채 먹이로 삼는다. 플랑크톤은 작은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작은 물고기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큰 물고기는 더 큰 물고기의 먹이가 되고, 더 큰 물고기는 악어나 범고래의 먹이가 된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2장_ 팀을 짓는 단세포 (10억~6억 년 전)

세포가 모이는 이유 - 26p.

정어리는 방어력이 거의 없는 약한 물고기다. 이렇게 약한 정어리는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수만 마리의 큰 무리를 이루어 다닌다. 최근에는 큰 수족관에서도 정어리가 무리 지어 다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정어리 떼가 뭉쳐서 '정어리 피시볼'을 만들어 이쪽저쪽 일제히 움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또 먹이를 주면 무리 전체가 소용돌이를 이루며 먹이를 먹는 '정어리 토네이도'는 수족관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일부가 움직이면 무리 전체가 움직인다. 정어리 떼를 보고 있으면 마치 큰 생물 하나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점도 작은 물고기가 무리를 지어 다니는 효과 중 하나다. 정어리 군집은 이제 하나의 생물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3장_ 움직이지 않는 전략 (22억 년 전)

생물이 선택한 세 가지 길 - 33p.

현재 지구상의 진핵생물은 동물과 식물, 균류로 분류된다. 예전에는 크게 동물과 식물 두 가지로 분류되었으므로, 버섯과 곰팡이 등의 균류가 식물에 포함되었는데 현재는 식물과는 다른 계통의 생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동물이든 식물이든 균류든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공통 조상에 도달한다. 진핵생물의 조상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고 오로지 다른 생물을 먹어서 영양분을 얻는 종속 영양 생물이었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공생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동물과 식물, 균류가 같다. 이 중 엽록체와 공생을 시작한 것이 식물의 조상이 되었다. 그리고 엽록체와 공생하지 않은 것 중 세포벽을 선택한 것이 균류의 조상이 되었으며, 세포벽이 없는 것이 동물의 조상이 된 것이다. 식물, 동물, 균류의 기초가 된 진핵생물이 급격히 진화를 이루어 지구에 출현했다. 이것을 '진핵생물의 진화 빅뱅'이라고 한다.

 

4장_ 파괴자인가, 창조자인가 (27억 년 전)

맹독인 산소 - 37~38p.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실상 산소는 맹독성 가스다. 산소는 모든 것을 산화시켜 녹을 만들어 버린다. 철이나 구리 등의 튼튼한 금속조차도 산소에 닿으면 녹슬어 피폐해진다. 산소는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도 산화시킨다. 산소가 필요한 우리 인간의 몸도 산소가 너무 많으면 활성 산소가 발생해서 노화가 진행된다. 이처럼 산소는 생명을 위협하는 독성 물질이다.

고대 지구에는 산소라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27억 년 전에 갑자기 산소라는 맹독이 지구상에 나타났다. 이것을 '대산화 사건(GOE, Great Oxidantation Event)' 혹은 '산소 대폭발 사건'이라고 한다. 산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지구에 어떻게 산소가 출현하게 되었을까. 이는 엄청난 수수께끼다. 그 이유로는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 Cyanobacteria)라는 괴물의 출현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 등장 - 38p.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은 위협적인 시스템이다. 광합성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에너지원인 당을 만들어 낸다. 이 광합성 작용으로 생성되는 에너지는 엄청나다. 그야말로 혁신적인 기술 혁명이 탄생한 것이다. 다만 광합성에는 결점이 있다. 반드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화학 반응으로 당을 만들어 낸 후에는 산소가 찌꺼기로 남는다. 산소는 폐기물이다. 필요 없어진 산소는 시아노박테리아의 체외로 배출된다. 공해 규제도 없는 시대였으니 산소는 대기 중에 방류된 상태였다. 당시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지만 시아노박테리아가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점차 대기 중의 산소 농도가 높아졌다.

 

5장_ 죽음의 발명 (10억 년 전)

수컷의 탄생 - 51p.

수컷 배우자가 몸집을 작게 만들면 생존율은 낮아진다. 그래도 수컷 배우자는 암컷 배우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수컷 배우자는 암컷 배우자를 위해 유전자를 운반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수컷 배우자는 단지 유전자를 운반하고, 암컷 배우자는 유전자를 받아서 자손을 남기는 역할 분담이 생겼다.

생물은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교환하기 위해 수컷과 암컷이라는 두 그룹을 만들었는데, 이는 수컷 배우자와 암컷 배우자를 말한다. 이처럼 수컷 개체와 암컷 개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은 생물의 진화 역사에서 상당히 고도로 진화된 것이다. 어떤 개체가 수컷 배우자와 암컷 배우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 개체는 자손을 낳을 수 있다. 수컷 배우자만 있어서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수컷이라면 그런 존재는 쓸모없다.

유한한 생명이 영원히 계속된다 - 52p.

유전자를 교환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생겼으므로 낡은 것은 없앤다. 이것이 죽음이다. 죽음 또한 생물의 진화가 만들어 낸 발명이다. 죽음이라는 시스템은 성이라는 시스템의 발명에 의해 도출된 것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 땅에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없다. 수천 년, 수만 년 동안 계속 복사만 하면서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생명은 영원히 계속되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하고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을 생각해 냈다. 즉 하나의 생명은 일정 기간 내에 죽고 대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다.

새 생명을 잉태해서 자손을 남기면 생명의 바통을 넘겨주고 자신은 물러난다. 죽음이라는 것을 발명함에 따라 생명은 세대를 넘어 생명의 릴레이를 이어 가면서 영원할 수 있게 되었다. 영원하기 위해 생명은 유한한 생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6장_ 역경 후의 비약 (7억 년 전)

돌연변이는 대부분 해롭다 - 56p.

생명은 최초의 스노볼 어스로 진핵생물이 되었고, 두 번째 스노볼 어스로 다세포 생물로 진화했다. 그 진화는 극적이며 놀라운 속도로 이루어졌다. 역경 속에서 멍하니 가만 있을 수는 없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도약할 수 있다.

 

7장_ 실패를 딛고 대폭발 (5억 5천만 년 전)

세기의 위대한 발명 - 63p.

우리는 오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리나 냄새가 없어도 눈이 있기 때문에 주변의 상황을 샅샅이 파악할 수 있다.

눈은 아주 뛰어난 장기다. 생물이 최초로 획득한 것은 작은 눈이었다. 하지만 작은 눈의 시야는 한정되어 있다. 이런 점을 보충하기 위해서 작은 눈을 여러 개 모으게 되었는데, 이것이 오늘날 곤충에게서 볼 수 있는 복안(겹눈)이다.

눈은 생물에게 혁신적인 무기다. 포식자가 눈을 가지고 있으면 먹이를 찾아내 정확하게 덮칠 수 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눈은 쓸모 있다. 눈이 있으면 적이 습격해 오는 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도망치거나 숨거나 방어태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장_ 패자들의 낙원 (4억 년 전)

달아나기 전략 - 70p.

번성과 쇠퇴를 반복하는 생명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상어 같은 대형 연골 어류가 나타났다. 상어는 바다의 왕자인 갑주어의 지위를 빼앗아 버렸다. 바닷속 역시 힘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힘에서 밀린 약한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먹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약한 물고기들은 천적에게서 달아나 강하구의 기수역(汽水域)으로 쫓겨난다. 기수역은 해수와 담수가 섞이는 구역으로, 삼투압이 달라서 바다에 서식하는 천적도 쫓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를 거처로 삼았던 물고기들에게 그곳은 가혹한 환경이었다.

미지의 땅에 상륙 - 70p.

양서류의 조상은 대형 어류다. 더 약한 소형 어류는 민첩성을 발달시켜 탁월한 수영 실력을 길렀다. 반면 원래 대형 어류였던 양서류의 조상은 민첩성을 발달시키지 않았다. 한가롭게 헤엄치는 느릿느릿한 물고기다. 그러다가 수영 실력이 뛰어난 새로운 물고기들에게 서식지를 빼앗겼을 것이다. 그래서 얕은 바다로 쫓겨났다.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패자 - 70p.

싸움에 계속해서 패배한 물고기는 결국 강 상류를 서식지로 삼았다. 강을 서식지로 삼은 물고기들 중에서 작은 물고기는 민첩하게 헤엄치는 실력을 키웠다. 반면에 빨리 헤엄칠 수 없는 느릿느릿한 대형 어류는 물이 얕은 곳으로 쫓겨났다. 그런데 강 상류로 쫓겨난 물고기가 결국 땅 위로 상륙해서 양서류로 진화했고, 이 양서류가 파충류와 공룡, 조류, 포유류의 조상이 되었다. 자연계는 정말 재미있는 세계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옛말이 있다. 그러면 생명의 역사는 어떨까. 생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결국 진화를 이룬 자는 쫓겨나 박해받은 약자들이었다. 새로운 시대는 항상 패자에 의해 만들어졌다.

 

9장_ 개척지로 진출하기 (5억 년 전)

육상 식물의 조상 - 76p.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뒤 생명은 줄곧 바닷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5억 년 전쯤 맨틀 대류가 일어나 거대한 대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다에서 살고 있던 생명은 이 광활한 개척지를 목표로 삼게 되었다. 대지가 펼쳐지자 최초로 진출한 것이 식물이다. 지금의 육상 식물의 조상은 조류의 일종인 녹조류라고 한다. 녹조류는 얕은 바다에 분포한다.

식물의 상륙 - 76p.

만반의 준비를 갖춘 식물은 드디어 땅 위로 상륙했다. 식물이 상륙한 것은 고생대 실루리아기인 4억 7천 년 전이다. 양서류의 조상인 어류가 상륙한 것이 데본기인 3억 6천 년 전이므로 식물이 1억 년 이상 빠르다.

최초로 상륙한 식물은 이끼식물을 닮은 식물이었다. 

 

10장_ 마른 대지에 도전하기 (5억 년 전)

이동할 수 있다는 것 - 83p.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겉씨식물은 양치식물에 비해 다양한 진화를 이루었다. 먹이가 될 식물이 다양해지자 이것을 먹는 동물도 더욱 진화하게 되었다. 이처럼 겉씨식물이 진화하게 되자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탄생했다. 빠른 속도로 진화를 이룬 겉씨식물은 초식 공룡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겉씨식물이 거대화되자 이것을 먹기 위해 공룡도 점차 거대화되었다. 이처럼 겉씨식물과 공룡이 거대화 경쟁을 하면서 거대한 겉씨식물로 이루어진 숲과 거대한 공룡을 주인공으로 한 생태계가 탄생했다.

 

11장_ 생물계의 지배자, 공룡의 멸종 (1억 4천만 년 전)

다섯 차례의 대멸종 - 85p.

최초의 대멸종은 약 4억 4천만 년 전의 고생대 오르도비스기다. 오르도비스기는 앵무조개와 삼엽충이 활약한 시대이며, 8장에서 소개한 갑주어 같은 어류가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시대였다. 지상에는 최초로 원시적인 식물이 상륙한 시기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기의 대멸종 시기에는 지구상에 종의 84퍼센트가 멸종했다.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에 종의 76퍼센트가 멸종했으므로, 백악기보다 큰 규모의 멸종이다.

두 번째 대멸종은 약 3억 6천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후기다. 이 시기에 육상에는 이미 양치식물 숲이 형성되어 곤충이 출현했으며 양서류가 상륙했던 시절이다. 이 대멸종 기간에는 종의 70퍼센트가 멸종했다.

세 번째 대멸종은 약 2억 5천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다. 이 시기에는 이미 거대한 양서류와 파충류가 멸종했다. 고생대 페름기 말기의 대멸종은 놀랍게도 96퍼센트나 되는 종이 멸종하여 지구 역사상 최대의 대멸종이었다. 고생대 바다에 출현한 삼엽충은 오르도비스기 말기의 대멸종으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는데, 소수의 종만 살아남았다. 이후 데본기 후기에 다시 대멸종을 거치면서 큰 다격을 받아 몇몇 극소수의 종만 생존했다. 안타깝게도 삼엽충은 세 번째 대멸종인 페름기 말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멸종했다.

네 번째 대멸종은 2억 5천만 년에서 2억 1만 년 전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다. 이 시기에는 거대한 초대륙 판게아가 분열해서 땅속으로 대량으로 토출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했다. 또 거대한 화산 폭발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가득 채워 산소 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되었다. 이로써 그때까지 활약하던 종의 79퍼센트가 멸종되고 저산소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키운 파충류가 번성하면서 공룡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1억 4천만 년에서 6천 500만 년 전의 백악기에 다섯 번째 대멸종이 공룡을 덮쳤다. 백악기 말에는 70퍼센트의 생물 종이 멸종했다.

 

12장_ 공룡을 멸종시킨 꽃 (2억 년 전)

생명을 단축하는 진화 - 99p.

식물은 나무에서 풀로 진화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나무인 목본성 식물은 수십 년, 수백 년이나 살 수 있다. 그중에는 나무의 나이가 수천 년에 달하는 것도 있다. 반면에 풀인 초본성 식물의 수명은 1년 이내 혹은 길어도 겨우 몇 년이다. 수천 년 동안 살 수 있는 식물이 굳이 진화해서 짧은 생명을 선택한 것이다.

모든 생물은 죽기를 바라지 않으므로 생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식물은 조금이라도 빛을 쬐어 광합성을 하기 위해 가지와 잎을 펼치려고 애를 쓰고, 동물은 천적을 피해 필사적으로 달아난다. 모든 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식물은 왜 짧은 생명으로 진화한 걸까. 5장에서 소개했듯이 죽음은 생명이 스스로 만들어 낸 발명품이다. 생명의 릴레이를 이어 가며 변화를 계속함으로써 생명이 영원할 수 있다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중략)

식물도 마찬가지다. 1천 년의 수명을 살아 내는 것은 어렵다. 도중에 장애가 있으면 시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1년의 수명을 살아가는 편이 천명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식물은 수명을 단축시켜 100미터를 완주하고 바통을 넘김으로써 계속해서 세대를 교체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특히 식물은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이루거나 진화할 수 있다. 그래서 속씨식물은 세대교체를 통해 환경과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3장_ 꽃과 곤충의 공생 관계 출현 (2억 년 전)

공생 관계로 이끈 것 - 106p.

식물은 치열한 경쟁 끝에 공존의 길을 찾아내 다른 생물과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경쟁하는 것보다 서로 도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것이 치열한 자연계에서 속씨식물이 내린 답이다.

서로 돕는 공생 관계를 위해 속씨식물은 무엇을 했을까.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식물은 곤충에게 꽃가루를 주고 꿀을 주었다. 그리고 새들에게는 달콤한 열매를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익보다 먼저 상대방의 이익을 위해 '베풀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공생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방법이다.

 

14장_ 구시대적 형태로 살아가는 길 (1억 년 전)

덜 진화된 형태로 살아가는 길 - 110p.

잎 표면에서 증산 작용으로 인해 물이 줄어들면 물관을 통해 그만큼 물이 올라온다. 물관을 가진 식물은 이 시스템에 따라 물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물관 속의 물이 동결된 후 얼음이 녹을 때 생긴 기포로 인해 물기둥에 공동(空洞)이 생긴다. 그러면 물관이 터져 물기둥 연결 부위에 틈이 생겨 물을 빨아올릴 수 없게 된다.

반면 겉씨식물의 헛물관은 세포와 세포 사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이 구멍을 통해 세포에서 세포로 순차적으로 물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물을 나른다. 이것은 물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물관에 비해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방법이다. 그야말로 낡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양동이로 릴레이처럼 세포에서 세포로 물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물관처럼 잘 터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겉씨식물은 추운 장소에서도 물을 빨아들여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겉씨식물은 동결에 강하다는 우위성을 살려 극한의 땅에서 살아남았다.

 

15장_ 포유류의 니치[각주:1] 전략 (1억 년 전)

비켜가기 전략 - 120p.

하나의 니치에 하나의 생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야구의 포지션 경쟁이 치열한 것처럼 먼저 획득한 니치라고 해도 안전하지는 않다. 자신의 니치와 중복되는 라이벌이 출현하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이란 것은 살아남느냐 멸종하느냐 하는 치열한 문제다. 모든 것을 걸고 니치를 겨루기에는 위험이 크다.

자연계에는 무수한 니치가 있다. 니치를 고집하면서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는 것보다 자신의 니치 주변에 새로운 니치를 찾을 수는 없는 걸까. 니치를 확보한 생물종이 현재의 니치 주변에서 새 니치를 찾는다.

이것을 니치 시프트(서식지 전환)라고 한다. 즉 니치를 비켜 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어도 먹이가 다르면 공존할 수 있다. 혹은 먹이가 같아도 서식 장소가 다르면 공존할 수 있다. 먹이나 장소가 같아도 서식하는 시기나 시간이 다르면 공존할 수 있다. 다투기보다 마주치지 않게 비켜 가면 니치를 확보할 가능성은 커지고 위험은 작아진다. 이것이 비켜 가기 전략이다.

 

16장_ 하늘이라는 니치 (2억 년 전)

하늘을 지배하는 것 - 127p.

공룡이 멸종되고 익룡들도 사라지자 광활한 하늘이라는 니치가 활짝 열렸다. 새들은 그 니치를 채우기라도 하듯이 진화했지만 광활한 하늘에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니치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포유류는 하늘로 진출하기로 계획했다. 바로 박쥐다.

박쥐의 진화도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다. 박쥐는 하늘로 진출하기는 했지만 지배력 다툼에서는 조류가 승리를 거두었다. 그래서 박쥐는 조류가 없는 하늘을 선택했다. 밤하늘이었다. 새들이 잠잠해질 무렵이 되면 박쥐들은 비행을 시작한다. 박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약 980종으로 보고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는 지구상의 전체 포유류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수치다. 일본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5종이 박쥐다. 박쥐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가장 번성했던 포유류다.

그런데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생물의 진화 과정에는 수수께끼가 많다. 곤충도, 새도, 박쥐도, 어떤 생물도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날개를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날아다닐 수 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텐데도 그 중간 단계의 생물 화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곤충도, 새도, 박쥐도 진화 과정에서 생물로 출현했을 때는 이미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어쩌면 하늘을 비행하는 것이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려운 진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땅바닥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라는 니치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17장_ 원숭이의 시작 (2천 600만 년 전)

나무 위에 가지와 잎이 많이 달려 있는 부분을 수관이라고 한다. 포유류 중 이 수관이라는 서식지를 니치로 삼은 것이 나타났다. 우리의 조상 원숭이다.

원숭이가 획득한 특징 - 130p.

나무 위를 서식지로 선택한 원숭이류에는 지상에 사는 포유류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눈의 위치다. 일반적으로 지상에 사는 동물 중 초식 동물은 눈이 얼굴의 옆면에, 그리고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 동물은 눈이 얼굴 정면에 붙어 있다. (중략) 원숭이류는 나무의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다니기 위해 정확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육식 동물과 마찬가지로 눈이 정면을 향해 있다.

두 번째는 손의 변화다. 원숭이류는 엄지손가락이 다른 4개의 손가락과 서로 마주보고 있어 나뭇가지나 먹이를 잡을 수 있다. 또 대부분의 동물은 나무에 발톱을 걸어서 올라가는 데 비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원숭이는 가지를 잡을 때 방해가 되는 발톱을 납작한 모양의 편조(扁爪)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손끝의 감각으로 가지를 잡게 되었다.

 

18장_ 역경을 거쳐 진화한 풀 (600만 년 전)

초원 식물의 진화 - 135p.

첫째, 볏과 식물은 초식 동물이 먹기 힘들게 하기 위해 뻣뻣한 잎을 만들었다.

둘째, 볏과 식물은 잎에 섬유질이 많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처럼 볏과 식물은 자신의 잎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 뻣뻣하고 날카롭게 만들어서 몸을 지킨다. 볏과 식물이 유리질을 체내에 축적하게 된 것은 약 600만 년 전으로 추측된다. 이는 동물들에게는 극적인 대사건이었다. 놀랍게도 볏과 식물의 출현으로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된 초식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한 것으로 추측된다.

 

19장_ 호모 사피엔스는 패자였다 (400만 년 전)

숲에서 쫓겨난 원숭이 - 138p.

동아프리카 대지구대는 아프리카 대륙을 동서로 분단시켜 버렸다. 그리고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서쪽에는 그때까지 삼림이 남아 있었던 반면, 동쪽에는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한 초원으로 점차 바뀌었다.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서쪽에서는 원숭이들이 여전히 울창한 숲에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숲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동쪽의 원숭이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숲이 있어서 보호를 받던 원숭이들에게도 초원은 살 곳도 먹을 것도 없고, 육식 동물에게서 달아날 나무조차 없는 위험한 장소다. 초원에서 원숭이는 연약한 존재다. 연약한 원숭이들이 어떻게 해서 이런 혹독한 환경을 이겨 내고 살아남은 걸까. 모든 것이 수수께끼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멸종되지 않고 생명을 이어 나가 결국 인간으로 진화했다. 이는 700만 년 전에서 500만 년 전으로 추측된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이족 보행과 도구 사용 등 그때까지의 동물과는 다른 능력을 발달시켰다. 그러다가 지능이라는 양날의 검을 손에 넣게 되었다.

우리 인간의 생물학적 이름은 호모 사피엔스다. 호모속의 생물이 지구에 출현한 것은 400만 년 전으로 추측된다. 이후 다양한 호모속의 인종이 태어났다가 사라져 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것은 호모속이 등장한 뒤 한참 지난 20만 년 전의 일이다.

 

20장_ 진화가 이끌어 낸 답

보통이라는 환상 - 149p.

인간의 뇌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구별해서 단순화해야 이해할 수 있다. 또 뇌는 다양한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생물은 다양하다. 그래서 모든 채소는 원래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이렇게 다양한 채소는 수확하기도 어렵고 박스 포장도 할 수 없다. 진열하기도 힘들고 각각 가격을 붙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인간은 채소라는 생물을 최대한 같은 모양으로 가지런히 늘어놓고 싶어 한다.

인간도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각각 개성 있는 존재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을 이해하기는 어려우므로 같은 교과서로 같은 수업을 한다. 그리고 시험을 치고 성적을 내서 차례로 줄을 세운다. 이렇게 정리하면 인간의 뇌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하거나 복잡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인간이 즐겨 쓰는 말이 '보통'이라는 단어다.

 

 

< 패자의 생명사 > 

이나카기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더숲,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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