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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고래와 나] 고래에게 한 걸음, 지구에게 두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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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나》는 SBS 창사특집 방송을 바탕으로 고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에서 고래는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한다. 고래는 신비롭고 거대한 존재로 묘사되며,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특히, 제작진은 고래를 매개체로 삼아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이 책은 고래를 통해 환경 보호와 자연에 대한 존중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그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고래를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생각하는 이 책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래를 통해 삶과 환경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받은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고, 고래를 만나러 바다로 떠날 날을 꿈꾸게 되었다. 

 

■ 본문 중에서

#1-1. 고래 몽(夢) - 16~17p.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 길고 멀고 험난한 여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 것이었다. 고래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 고래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 그리고 고래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이 필요했다. 하나 두번 본 이들이 아닌, 오랫동안 본 사람들 말이다.

그래서 그들을 만났다. 벌써 7년째 고래를 쫓고 있다는 노장 감독 2인방. 40년 넘게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땅보다는 물속에서 산 날이 더 많다는 수중 촬영계의 거장 김동식 감독, 그리고 30년 가까이 대자연을 포착하기 위해 남극에서 북극까지 모든 대륙을 섭렵한 육상 촬영계의 보석 임완호 감독이다. 대한민국 자연 다큐멘터리계의 대들보라 불리는 그들의 시선이 그토록 오랫동안 고래에 머물게 된 이유는 뭘까.

 

#1-3. 꿈은 이루어진다. - 40p.

모리셔스에 머문 15일 동안, 우리는 신이 왜 모리셔스를 모델로 천국을 만들었다고 했는지를 실감했다. 천국이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엔 천사라 불리는 선한 생명체들이 있다. 향고래가 바로 그런 생명체였다.

- 52p.

모비딕의 실제 모델은 '모카딕'이라 불리던 향고래로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포경선을 공격했던 무서운 고래라고 전해진다. 본성이 포악해서가 아니라 인간 때문에 포악해진 것이다. 향고래는 상업 포경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많은 죽임을 당한 고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큰 머릿속에 가득한 '경뇌유' 때문이다.

석유 화학이 발전하기 전까지 고래기름은 중요한 자원이었고 당시 경뇌유는 고래기름 중에서도 가장 질 좋은 기름으로 통했다.

 

#2-2. 혹등고래의 사랑과 전쟁 - 86p.

다이버들이 '인생에서 가장 마지막에 여는 천국의 문'이라 부를 만큼 깊고 아름다운 바다. 모리셔스에서도 느낀 거지만, 또다시 고래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만 사는 건지...

통가에서 혹등고래들을 볼 수 있는 시기는 7월부터 10월까지다. 남극에서 크릴새우를 잔뜩 먹고 몸을 불린 혹등고래들이 2개월간 1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거쳐 이곳을 찾아오는 것이다. 혹등고래가 고래 중에서도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고래 중 하나라고 손꼽히는 이유다. 남극에서 이곳까지 오는 2개월의 여정 동안 혹등고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헤엄만 치며 통가에 와서도 먹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통가처럼 따뜻한 바다에서는 플랑크톤 번식이 어려워 혹등고래 같은 수염고래는 딱히 먹을 게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 먼 거리를 헤엄쳐 이곳에 오는 걸까.

 

#2-4. 반전 매력, 귀신고래 - 113~114p.

과거엔 상업 포경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고래에게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된 멕시코의 '엘 비즈카이노' 고래 보호 구역. 이곳엔 '오호 데 리에브레'라는 석호(潟湖 - 바닷가에 생긴 모래사장으로 인해 바다와 격리된 호수로 염분농도가 높다)가 있다. 세계 최대의 소금 광산이라 불리는 곳으로 염도와 수온이 높고 수심이 얕다.

그러다 보니 그런 물을 싫어하는 범고래나 상어가 없다. 따라서 범고래나 상어가 천적인 귀신고래에겐 더없이 안전한 장소다 보니 매년 겨울이 되면 이곳은 북극에서 온 수천 마리의 귀신고래들로 북적인다.

북극에서 1만 킬로미터를 헤엄쳐 와 이곳에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아 키우다가 봄이 되면 새끼와 함께 다시 북극으로의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통가가 혹등고래들에게 사랑의 천국이었듯이, 귀신고래들에겐 멕시코의 오호 데 리에브레 석호가 사랑의 천국인 셈이다.

 

#2-6. 바다의 카나리아, 벨루가 - 131p.

고래를 만나러 가는 모든 길이 험난하고 멀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가 바로 벨루가였다. 캐나다, 알래스카, 그린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등에서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접근이 쉬운 곳이 캐나다의 허드슨만이었다.

허드슨만은 북극해와 대서양이 만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내해로 알려진 곳으로 수심이 얕고 염도가 낮아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 벨루가들에겐 최적의 사냥지이다보니 '벨루가의 수도'라 불릴 만큼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6만 마리가 넘는 벨루가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북극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곳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고 피부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3-2. 고래 지옥, 플라스틱 바다 - 182p.

2주간 돌고래를 제외한 그 어떤 고래도 볼 수 없었던 그리랑카 바다. 왜 고래가 사라졌는지를 추적한 결과, 우리가 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2021년 스리랑카 바다에서 있었던 사상 최악의 해양 참사였다. 1,486개의 컨테이너에 플라스틱 알갱이와 각종 화학물질을 잔뜩 싣고 항해하던 대형 화물선이 침몰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바다에 뿌려진 플라스틱 알갱이와 화학물질들로 인해 고래와 돌고래, 바다거북이 최소 200마리가 죽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 이후 스리랑카 바다에 고래들이 발길을 끊은 건 아니었을까.

 

#3-3. 무엇이 고래를 죽였나 - 198~201p.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인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화려한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뉴욕 앞바다. 그곳에 그들이 있었다.

뉴욕 앞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솟아 오르는 혹등고래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뉴욕과 뉴저지에서는 고래관광선들이 운행되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뉴욕 앞바다에 혹등고래들이 나타난 걸까.

'고담 웨일(Gotham Whale)'이라는 뉴욕의 한 시민단체가 12년간 뉴욕과 뉴저지의 혹등고래 수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2011년에 5마리에 불과했던 혹등고래가 2023년 322마리로 증가했다고 한다. (중략)

혹등고래는 주로 청어를 잡아먹고 사는데 기후변화로 뉴욕 앞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청어들이 급증했고 그 청어를 잡아먹기 위해 혹등고래들이 뉴욕 앞바다를 찾아와 1년 내내 머무른다는 것이다.

 

#4-1. 인간에 의한 고래 잔혹사 - 229~233p.

노르웨이를 비롯해 범고래가 사는 바다는 대부분 극지방과 인접한 차가운 해역이다. 그런데 틸리쿰이 있었던 해양 테마파크를 비롯해 범고래 쇼로 유명한 수족관들이 위치한 지역은 하루 종일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기후를 가진 지역이다. (중략)

고래를 좋아해 그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부터 고래를 좋아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어렸을 때 수족관에서 고래를 본 이후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라는 말을 하곤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래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족관이 전부기 때문이다.

 

#4-2. 끝나지 않은 비극 - 240p.

덴마크령인 페로제도의 앞 바다.

수십 척의 배가 바다에서 들쇠고래 떼를 몰고 해안가로 오면 해안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 무리의 사냥꾼들이 작살을 들고 다가와 우왕좌왕하는 들쇠고래 떼를 사정없이 죽인다. 고래들이 흘린 피로 해얀가는 붉게 물들고 말 그대로 피바다로 변한다. 7백 년 넘게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7월에서 9월 사이 수천 마리의 고래들을 사냥하는 페로인들의 축제 '그라인다 드랍'이다.

 

<고래와 나>

SBS 창사특집 제작진, 홍정아 작가, 이큰별PD, 이은솔 PD 지음

ART LAK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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