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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추억의 책장 · 메모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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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

[그림출처 : YES24]


미국 코넬 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은 1992년 하계 올림칙 중계권을 가졌던 NBC의 올림픽 중계 자료를 면밀히 분석했는데, 메달리스트들이 게임 종료 순간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감정을 분석하는 연구였다. (중략)

분석결과, 게임이 종료되고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 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로 나타났다. 비통보다는 환희에 더 가까운 점수였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고작 4.8로 평정되었다. 환희와는 거리가 먼 감정 표현이었다. 객관적인 성취의 크기로 보자면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주관적으로 경험한 성취의 크기는 이와는 반대로 나왔다. 시상식에서도 이들의 감정 표현은 역전되지 않았다.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5.7 이었지만 은메달리스트는 4.3에 그쳤다.

왜 은메달리스트가 3위인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만족스럽게 느끼지 못한 것인가? 선수들이 자신이 거둔 객관적인 성취를 가상의 성취와 비교함으로써 객관적인 성취를 주관적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은메달리스트들에게 그 가상의 성취는 당연히 금메달이었다. 최고 도달점인 금메달과 비교한 은메달의 주관적 크기는 선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것이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들이 비교한 가상의 성취는 '노메달'이었다. 까딱 잘못했으면 4위에 그칠 뻔했기 때문에 동메달의 주관적 가치는 은메달의 행복 점수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중략)
이처럼 공간상의 비교, 시간상의 비교, 심지어 상상 속의 비교에 의해서도 현실은 주관적으로 재구성된다. 그만큼 우리의 현실은 본질적 애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2장을 나가며

감성지능(EQ)와 사회지능(SQ) 개념이 전통적인 지능(IQ)에 반기를 들고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흥분했던 이유는, 새로 등장한 개념들이 기존의 단순한 똑똑한보다는 지혜로움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삶의 문제라는 것이 단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감성지능과 사회지능 두 개념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판단들도 프레임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사람들은 현재를 '준비기'라고 프레임하는 습관이 있다. 현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일방적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즐기고 만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참고 견뎌야 하는 대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부모는 중간시험을 잘 보고 집에 온 초등학생 자녀에게 맘껏 칭찬을 해주기보다는 '기말시험이 더 중요하다'며 부담을 준다. 자녀가 기말시험을 잘 보고 오면 이번에는 '중학교 때 잘하는 게 진짜 실력이야'라고 말한다. 아이는 물론 부모 스스로도 지금 당장 마땅히 누려야 할 기쁨과 즐거움을 포기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수능시험을 잘 치르고 나면 이번에는 또다시 '대학에 가서 잘하는 게 진짜'라며 한 술 더 뜬다. 대학은 직장생활을 위해 희생되고, 직장생활은 노후대책을 마련하느라 희생된다. 노후는 다시 자녀를 위해, 손자손녀를 위해 희생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지금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감사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일이나 가족, 친구들의 생일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듣는 칭찬과 격려 같은 일상적인 일을 적극적으로 축하하고 누리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영어의 'Savoring'이라는 말은 '현재 순간을 포착해서 마음껏 즐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준비기로써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Savoring' 대상으로써의 현재다.
'한 끼 대충 때우자'는 식으로 지금 순간의 소중한 한 끼 식사를 아무렇게나 홀대하지 말고, 그 음식 속에 들어간 재료의 맛을 하나하나 음미해보라. 축하할 일이나 축하해 줄 일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서 마음껏 축하받고 축하를 해줘라. '지금 여기'의 프레임으로 현재의 순간을 충분히 즐겨라.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최인철 교수 지음
21세기북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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