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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수단의 슈바이처 故 이태석 신부의 아프리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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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국내도서>종교/역학
저자 : 이태석
출판 : 생활성서사 200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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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故 이태석 신부님의 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다가 눈물을 참을 수 없어 무진 울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톤즈 브라스 밴드 아이들이 읊조리듯 '사랑해 당신을..' 노래를 부르던 순간 나는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울고 말았다. 영화관에서 소리내서 울 수 있다는 사실에 나도 적잖이 놀랐다. 

수단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너무도 많아 금방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밤하들의 무수한 별들이고 다른 하나는 손만 대면 금방 톡 하고 터질 듯 한 투명하고 순수한 이곳 아이들의 눈망울 이란다. 그런 아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마지막 인사를 하겠다던 소년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어깨만 들석였다. 신부님께 사랑을 많이 받은 아이들. 그 속의 눈물과 그네들의 가슴속 깊은 복받침이 내게도 전해져오는듯 했었다.

신부님께서는 한국에서 선종하시기 전까지 톤즈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투병중에도 글을 쓰셨다고 한다. 그 글이 바로 이 책이다. 물론 나는 천주교 이기에 더욱더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데 거리낌이 없었지만 종교를 불문하고 진한 감동 받지않는 이가 있을까 싶다. 본인의 몸을 추스르기 힘든 고통 속에서도 톤즈로 돌아가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그들에게 더 해주지 못함을 애석해 하던 신부님은 글을 통해나마 톤즈의 아이들을 돕고 싶었던 것 같다.

신부님은 수단의 처절한 현실과 믿기 어려운 현실들을 우리에게 가감없이 전해주셨다. 그런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을 글로 곁들이셨고 간혹 우리네 무관심과 우리 어른들의 잘못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자책하신다.
인건비가 싸다면 물가도 싸야한다고 생각이 들게 마련이지만 경제의 기본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톤즈다. 인건비는 다른 곳의 십 분의 일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물가는 선진국의 두 세배를 호가하고 양파나 감자는 부르주아 음식이라 살 생각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의 정당화되어 버린 무관심 속에서 그 곳의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농작물의 자급자족 조차 어렵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다. 그렇기에 지금 무관심한 우리들은 엄연히 죄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조심스레 우리의 무관심을 꾸짖으신다. 어찌 곱씹어 보고 뒤돌아 반성하지 않을 수 있으랴?

따뜻하고 향기로운 향을 지닌 신부님의 삶. 그리고 제 삶의 향기는 어떤 향기냐구요? 신부님의 물음에 나도 잔잔한 향을 발해보고 싶다고 입을 오물거린다. 신부님처럼 많은 이들에게 더 진하고 그윽한 향을 발하기 위해 오늘도 지금 이 곳에서 내 삶은 향기롭게 가꾸고 있다고 소심스레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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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크고 작은 상처, 금방 아무는 상처, 세월이 흘러도 결코 지워지지 않은 심각한 상처, 이 모든 상처들은 우리가 갈구하는 마음의 평화에 큰 장애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진정한 장애물은 우리 자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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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양념과 비싼 조미료를 넣어 만든 음식의 맛이 사실은 양념과 조미료의 맛이지 진정한 음식의 맛이 아니듯이 우리가 가진 많은 것들 때문에 우리의 삶이 행복한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삶에 발린 많은 양념과 조미료에서 나오는 거지 '맛'이지 실제 삶 자체에서 나오는 맛, '행복의 맛'은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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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향기는 어떤 향기일까? 얼마나 강한 자기장을 지닌 향기일까? 내 스스로 맡을 수도 없고 그 세기도 알 수 없지만 그 향기에 대해 내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삶에 향기를 만들어야 한다. 후각만 자극하는 향기가 아닌 사람들의 존재에 그리고 그들 삶의 원소적 배열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자석 같은 향기 말이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이태석 지음
생활성서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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