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보자료실에서 신간도서들을 훑어보던 중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을 발견했고 바로 대출해서 읽었다. 이렇게 명로진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했다. 읽고나서 말그대로 스파크가 튀었다. 그래서 명로진 선생님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신다던 인디반 수강 스케줄을 확인하고 다음번 개강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선생님의 책들을 사서 읽었다.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이 출간한 책 중 글쓰기 관련 책부터 사서 읽었다.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 인디라이터 => 내 책 쓰는 글쓰기(인디라이터 시즌2)' 이 순서로 읽었는데, 출간 순서와 내가 읽은 순서는 조금 달랐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나 즐거움을 느끼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번 책에서는 전편 <인디라이터>에서의 메시지에 일부 사례들과 재미가 더해졌다. 실제 사용되었던 기획서 샘플들도 실려있으며 필독서와 책을 만든 사람들을 부록으로 따로 실었다.
<리버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는 어려서부터 작가의 꿈을 간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생계를 위해 직장에 다녀야 했고, 그래도 꿈을 져버리지 않고 새벽에 3시간씩 글을 썼다. 결국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선 이 메시지를 전달해주기 위해 한 방에 이해와 반성이 쏙쏙되는 강한멘트(?)를 준비해뒀다. "일어나자마자 제일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 작가에겐 쓰는 게 제일 중요한 일 아닌가?" - 엘리이엘 고어. 이 글을 읽고나서 경각심이 스멀스멀 살아난 것이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닌가.
이 책에서 시종일관 전달하는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가 되라는 것이고, 둘째는 책을 쓰고 싶은 꿈을 가진 예비 인디라이터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예비 인디라이터 작가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상기시켜 준다.
오랫동안 꿈을 그려가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고 한다. 이 책은 차근차근 그 꿈을 그려나가고, 차곡차곡 읽어나가며 어떻게 준비하라는 방법을 일러준다. 또 그 과정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냉혹한(?) 현실에 의해 매사 즐거울 수야 없지만 그럼에도 즐겁고 행복한 글쓰기가 되도록 희망을 주는 것이다. 나도 그 기운을 담뿍 받아 오늘도 한 발짝 더 내 꿈에 다가선다. :-)
source : http://danmee.chosun.com/
# 문체를 찾아라
인디라이터에게 권장되는 문체는 무엇일까?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다. 물론 만연체로 성공한 책들도 있다. 그러나 문장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글의 길이는 삶의 호흡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우리 삶의 호흡은 과거보다 밭아졌다. 일뿐 아니라, 사랑도 빨리빨리 한다. 노래를 들으면 이건 브리트니 스타일이다. 이건 아길레라 스타일이다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얀 원단에 화려한 꽃무늬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표다. 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
# 페르소나 이데일(PersonaIdeal), 이상적 인간을 정해라
자신의 모델 작가를 정해라. 대가와 달인을 한 사람 정해서 그의 작품을 수십 번 읽고 필사하고 암기해라. 나는 모델 작가의 대표 저서를 '모델 북'이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나의 모델 북은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과 심산의 <마운틴 오디세이>다. 글을 쓰다 막힐 때는 물론이고 인생을 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도 나는 이 책들을 펼친다. 김훈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변을 휘젓고 다니거나, 심산과 함께 히말라야의 고산준령(高山峻嶺)을 오르내리다 보면 막힌 글과 인생이 함께 터진다. 크리스천이 성경을 달달 외우듯 인디라이터는 모델 북을 정해서 끼고 살아야 한다.
# 정례화해라
(예) 매주 토요일 오후 1시~6시까지 A4용지 5장 분량의 원고를 쓴다.
매주 수요일 점심때는 국회도서관에 간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집 근처의 서점에 간다.
인디라이터라면 창작과 자료 조사에 관련된 정례화된 스케줄이 있어야 한다. 도서관과 서점 방문은 일주일에 1회 이상 실천해야 한다. 도서관은 신.구간을 통틀어 볼 수 있는 곳이므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에 적합하다. 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점검하고 시장조사를 해보라. 출판 시장의 트렌드를 꾸준히 따라잡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대형 서점에 들러 보는 것도 좋다. 동네 서점과 분명히 다르다.
정례화된 스케줄을 방해하는 것은 매정하게 물리친다. 이번 한 번만, 다음에는 꼭......, 이 친구 결혼식만...... 하다 보면 점점 나만의 스케줄은 사라져 버린다.
# 히사이시 조 -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 일부러 친해지지 않는다'
그가 나와 친하니까 그에게 일을 맡긴다. 그가 나와 친하니까 그가 나에게 일을 맡길 것이다. 이건 아마추어 적인 생각이다. 88올림픽 때나 통용되던 개념이다. (물론 이런 택인술(擇人術)은 21세기 한국 정치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그가 국가와 미래를 위해 일을 잘할 것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가 내 편인가 아닌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 나 역시 구태의 택인술을 비난할 처지는 못된다. 탤런트로 활동하면서 방송사를 들락거렸던 나는, PD와 친해져야 캐스팅 된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버리지 못했다. 연기의 기본을 연마하기도 전에 폭탄주 제조법을 익혔고, 콘티를 이해하기보다는 복마전의 네트워크를 간파하려 했으며, 대본을 한 번 더 보기 보다는 방송국의 인사이동에 더 민감해했다. 결과는 참혹한 것이었다. 시장은 장기적으로 실력 있는 자를 원했으므로, 실력 없는자는 도태되고 말았다. 도태된 자들의 공론은 여전했다.
역시 성공하려면 빽이 있어야 돼, 요즘 A작가가 뜨던데 한번 찾아가 볼까?, 다음 순번은 B감독이라던데?
나는 뒤늦게 88올림픽 시스템의 어리석음을 깩닫고 내실을 기하기 시작했다. 그 나락에서 다시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전히 해야할 공부는 산더미 같다. 그러므로 실력 있는 자에게는 접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 맞다. 히사이시 조의 말대로 '자신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인고의 과정이 없다면, 우린 아무런 변신도 할 수 없게 된다. 인디라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명로진의 인디라이터 시즌2 - 내 책 쓰는 글쓰기>
명로진 지음
바다출판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