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니체의 말] 보석같은 니체의 문장을 가볍게 마시다!

반응형

초역 니체의 말 (양장)
국내도서>인문
저자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 박재현역
출판 : 삼호미디어 2010.11.05
상세보기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니체의 문장을 엮어둔 책을 접했다. 아침마다 따뜻한 차 한잔을 손에 들고 부드럽게 넘기기 좋을만한 문장들이 잠언집처럼 엮여있었다. 공학을 전공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단순히 핑계인지는 모르지만 사실 난 철학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었다. 더욱이 대학 시절 교양으로 한번은 읽는다던 니체의 저작을 읽어보지 않았으며 그의 사상에 편견마저 갖고 있던터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걱정들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니체의 철학은 결코 어렵지 않았다. 그 동안 읽어왔던 책들에서 수도 없이 인용되었던 명언들의 정리집 같았다. 맙소사! 그 문장들이 다 니체의 문장들이었다니..

책을 받아 들자마자 가볍게 정리된 문장들을 보고 후루룩 마시듯 읽어버렸다. 하나 하나 새겨두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다 읽고 나니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아침놀>, <방랑자와 그 그림자> ... 등 니체의 저작들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10가지 주제로 엮었는데 분류가 제법 맘에 든다. (자신에 대하여, 기쁨에 대하여, 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지성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는 남-여간의 사랑만을 다루지 않았다. 공부든 취미든 독서든 무엇이든 새로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도 사랑할 수 있는 지혜를 일러준다. 목표를 정하고 내 꿈을 사랑하라 일러주고, 꿈에도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경고도 잊지않는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건 자신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다. 세상을 말할 때도 삶에 대해 말할 때도 그 무엇의 중심에는 내가 있다. 언젠가 정혜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사람과의 관계에도 '너'도 있지만'나'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시켜주었고 오늘 다시 한 번 마음깊이 담아두었다.

리뷰를 쓰려는데 자꾸만 최악의 독자에 대해 언급한 니체의 말! 이 떠오른다. 책을 읽는 것은 너무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리뷰를 쓰는 일은 두렵다. 더욱이 이런 거장의 문장들에 대해 리뷰를 쓴다는 건 어렵게만 느껴진다. 더욱 깊게 읽고, 새기고 더욱 가볍게 쓰기위해서 노력하는 요즘 이런 책을 만난것은 어찌보면 행운이리라. 당분간 나와 아침을 함께할 책! :-)



Ⅰ 자신에 대하여
    017 주목받고 싶기에 주목받지 못한다.
자기현시욕. 말하자면 자신만을 내세우는, 자신만이 특별히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이다. 모임에 참석하면 이것이 또렷이 보인다 어떤 이는 이야기나 풍부한 화젯거리로, 또 어떤 이는 기발한 의상으로, 어떤 이는 넓은 인맥으로, 또 다른 이는 자신의 고립으로 각자 자신만이 주목받길 꾀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계산은 착각이다. 자신만이 주목받을 주인공이요, 타인은 관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관객 없는 연극이 되어버리고 결국에는 그 누구도 주목받지 못한다. 때때로 인생에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 어떤 사람은 권력으로, 어떤 사람은 학력으로, 어떤 사람은 동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처롭게 행동하며 각자 주목받으려 한다. 그러나 그 목적은 이룰 수 없다. 모든 이가 '나' 외의 타인은 자신의 관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Ⅱ 기쁨에 대하여
    034 이 순간을 즐겨라
즐겁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힘겨운 일에서 일단 고개를 돌려서라도 지금을 제대로 즐겨야 한다. 가정 내에 즐겁지 않은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모든 이가 우울해지고, 가정은 묵직한 어둠이 드리워진 불쾌한 곳이 되어 버린다. 그룹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행복하게 살아라. 그러기 위해서 현재를 즐겨라. 마음껏 웃고, 이 순간을 온몸으로 즐겨라.

Ⅵ 세상에 대하여
    105 가장 위험한 순간
자동차에 받힐 위험이 가장 큰 순간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첫 번째 자동차를 재빨리 피한 직후다. 마찬가지로 일에서나 일상생활에서도 어떠한 문제나 불화를 원활히 처리한 후 안도하며 긴장을 풀었을 때, 다음 위험이 엄습해 올 가능성이 가장 높다.

Ⅶ 인간에 대하여
    119 카리스마의 기술
자신을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길 원한다면,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일종의 어둠을 몸에 두르면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도록, 밑바닥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맣은 사람들은 그 끝,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일종의 신비와 깊이를 느끼기 때문이다. 연못과 늪이 그 혼탁함으로 인해 바닥이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늪의 깊이에 두려움을 느낀다. 카리스마있는 인물이라 불리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란 그 정도의 것이다.

Ⅷ 사랑에 대하여
    169 사랑과 존경은 동시에 받을 수 없다.
존경이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 상대와의 거리가 존재한다. 그것에는 외경이라는 것이 드리워져 있다. 서로 간에 상하관계가 만들어지고 힘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에는 그런 관점이 없다. 위아래도, 차이도, 힘의 우위와도 무관하게 감싸 안는 것이 사랑이다. 그 때문에 명예심이 강한 사람은 사랑받는 것에 반항심을 갖는다. 사랑받는 것보다도 존경받는 것이 기분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때때로 사랑받지 못한다. 사람이 사랑받고 존경까지 받길 원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존경보다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다.

Ⅸ 지성에 대하여
    182 최악의 독자
책을 읽은 뒤 최악의 독자가 되지 않도록 하라. 최악의 독자라는 것은 약탈을 일삼는 도적과 같다. 결국 그들은 무엇인가 값나가는 것은 없는지 혈안이 되어 책의 이곳저곳을 적당히 훑다가 이윽고 책 속에서 자기 상황에 맞는 것, 지금 자신이 써 먹을 수 있는 것, 도움이 될 법한 도구를 끄집어내어 훔친다. 그리고 그들이 훔친 것만을(어렴풋이 이해한 것만을) 마치 그 책의 모든 내용인 양 큰소리로 떠드는 것을 삼가지 않는다. 결국 그 책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물론, 그 책 전체와 저자를 더럽힌다.


<니체의 말>
시라토리 하루히코 엮음, 박재현 올김
삼호미디어, 201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