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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다. 꼭 보는 프로만 정해두고 그것만 본다. (요즘엔 무한도전과 시크릿가든) 그런데 한 달여 전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에 대해 듣게되었고 박칼린이라는 음악 감독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게되었다. TV를 못봤으니 대화에 낄 수가 없는거다. 그리고 그 주말에... IPTV의 최대 장점인 골라보기 신공(?)으로 장장 8시간이 넘게 앉아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 1~8편을 시청했다. 엄청 울었다. 울고 또 울었던것 같고, 몇날 며칠을 유튜브에서 이들의 합창 공연 모습을 다시보았다.
그러면서 박칼린 감독에 대한 긍정적 선입견이 생겼고 감화를 받으면 언제나 그렇듯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바로 지난달 에세이를 출간했다는 거다. 망설일게 무엇인가. 단돈 12,000원이면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는데. 퇴근길에 서점엘 들러 그녀의 에세이를 구입했다. 그리곤 피곤한 일상을 투덜대면서도 지난 며칠간은 잠자리에 누워 잠들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스탠드를 켜두고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하고싶은게 두 가지 더 늘었다. 하나는 구름여행이요 다른 하나는 리투아니아 십자가의 길 다녀오기 이다. 내 인생 Dream List가 또 업데이트 되는 순간이다.
우리 삶의 감동 스토리가 너무 적어서 인건가. 언제나 우리는 감동 스토리에 열광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에 열광한다. 박칼린 감독은 나에게 이 둘뿐만이 아닌, 열정의 기폭제였다. 나는 뜨거운 것이 좋고 뜨거운 사람이 좋다. 차디차게 식었던 시절엔 뜨형들을 찾아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래서 나는... 나를 뜨겁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좋다. 그냥 여기에 있지만 그냥으로는 살지 않는 뜨거운 사람. :)
# 뮤지컬<명성황후> - 071p.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아무리 성공에 대해 불안하여도 그것에 대한 거대한 감정이 고여 있을 것이었다. 최선의 성실에 대한 기쁨이 그것이다. 나에 대한 납득이 그것이다.
그 자리에 나와 기쁨을 나눌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날 그렇게 외롭게 만들 줄은 몰랐다. 사실 아프거나 슬플 때, 주의에 아무도 없는 건 아무렇지 않다. 진짜 외로운 건 가슴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 네 소절의 노래 - 083p.
세상에...... 운명에게 그냥이란 없다. 곧 죽는다 하여도 그냥으로는 살지 말지어다.
# 나의 뉴발란스 A/S기 - 169p.
아무리 우습고 보잘것없는 얘기라도 진심을 담아, 진심으로 얘기한다면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진심이 통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는 신뢰가 생겼다. 진심은 때로 왜소해 보이고 구질구질해 보인다. 자신의 결핍을 솔직히 내보인다는 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강자에게 굽실거리고, 약자에게 냉담하다. 하지만 우리 삶이란 그렇지 않은 세상이 있어,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 살만한 거라고 생각한다.
# 중국소년과 나비 (China Boy and the Butterfly) - 217p.
"칼린, 여행하면서 맘에 드는 물건이 있고 값이 맞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야 해. 그건 여행 다닐 때 기본 상식이야. 대개는 여행에서 갔던 곳을 두 번 가지 않잖아. 한 번 더 생각하느라 후회하는 사람 많다. 명심해라."
내 이야기가 끝나자 엄마가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나비 조각이 더 갖고 싶어졌다. 아마도 다시 살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 거장들 - 243p.
누군가 자기 일에 있어서 어느 경지에 도달했거나, 삶에 대한 깨우침이 있었을 때는 그럴 만한 보편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한 거장들이 제자들에게 단지 기술만을 전수할까? 여기 세 명의 선생들은 모두 자기 하는 일에 장인정신을 가진 분들이었고, 자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이었다. 만일 내가 이분들과 시간을 보낸끝에 고작 얻은 것이 음악적 기술뿐이었다면 정말로 나는 멍청한 시간을 보낸 거였다. 그분들 역시 귀한 시간을 허비했던 걸 거다.
세 분의 거장에게서 음악을 배우면서 나는 그분들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모두 고요하고 부드러웠다. 그럼에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들이었다. 게다가 공통적으로 모두 이상적인 신사였다. 가르침에 있어 자신의 것을 강요하는 선생이 아니라 제자들의 서툰 의견도 끝까지 경청하고, 제자들을 흔들림 없이 그들의 길로 이끌어갔다.
# 한가운데에서 - 259p.
우리 모든 삶의 일 속에 최고와 최선이 분명히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상대가 있다. 나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대를 선택한 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상 나는 전부를 넣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에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그 세포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되기를 바란다. 내가 선택한 일과 그것을 위해 최고와 최선이기를, 그것들을 위해 불타오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노력과 에너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가장 뜨거운 곳에 있어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거기서 물러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 하나를 포기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 없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물러난다는 것, 그것은 이미 살아 있다는 것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그냥 :) ; Just Stories>
박칼린 에세이
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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