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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우리 제발 헤어질래?] 두 자매의 달콤 살벌 동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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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발 헤어질래?
국내도서>소설
저자 : 고예나
출판 : 자음과모음 201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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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100단 콧대 1000단 동생 권지연. 천상천하 유아독존 똥고집 소설가 언니 권혜미. 신예 고예나 작가가 그녀만의 글재주로 두 자매의 얘기를 재미있게 소설로 담아냈다. 소설속의 동생 지연은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으로 천상 동생의 성격을 타고났다. 이야기는 동생이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돌아온 동생은 언니 혜미와 둘 만의 시끌벅적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언니 혜미는 작가다. 소설속의 언니 혜미는 어린 나이에 등단해서 '우월한 유전자'를 지녔다는 별칭이 따라 붙을 만큼 글 솜씨도 있고 신문에 컬럼을 쓰기도 한다. 고예나 작가 본인의 모습을 조금 녹여낸 것 같았다. 이제 갓 스물 일곱이 넘은 나이에 두번째 소설을 냈는데, 그 책이 이렇게 독자를 매혹시켰으니 시쳇말로 '우월한 유전자'라 불릴만 하다. 

사실 이야기의 엔딩은 소설답지 않게 마무리 되었다. 따뜻한 불행으로 전개하기보다 차가운 행복을 주인공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십분 반영됐으리라. 동생 지연이 힘들고 외롭고 고독하게 지켜내던 비밀은 아름다운 반전으로 매듭지어졌다. 소설답지 않은 엔딩이라 했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동생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찾아 떠나가게 되고, 그렇게 바라던 대로 결국 둘은 헤어져 살게 되었다. 서로의 믿음과 아련함을 간직한채.

언젠가 공지영 샘의 책에서 읽었던 문구들이 떠올랐다. 시인의 아내는 꽃다운 대접(시 속의 주인공으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지칭된다)을 받지만 소설가의 아내는 코를 파는 모습이나 자질구레한 화장실 습관까지 만천하에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어찌보면 소설가 언니를 둔 덕에 작가의 동생은 본인의 사소한 모습들이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감정들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쓰여졌는지도 모를일이다. 나라면 심통을 내도 단단히 냈을거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그렇듯 작가의 동생도 언니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인생의 조언자이자 든든한 지원군 그 모든 것으로 그녀의 언니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을것이다.

실은 읽는 내내 언니 생각이 났다. 세 살 터울로 어린시절 줄기차게 투닥대며 자라던 우리. 어릴적엔 언니가 정말 미웠던 적도 있었다. 진심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진심으로 미웠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소설속의 동생 지연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울 언니는 세상에 자기밖에 모르고 덕분에 나는 피해를 보고 살아왔다고. 내가 참는거라고. 언니 옷 한 번 입으면 난리 난리를 쳐서 엄마에게 이르고 아빠에게 이르고, '너도 옷 많이 사주는데 왜 언니옷을 입니' 잔소리를 수차례 듣게 했던 언니. 동생 지연과 언니 혜미. 작가가 혹시 나랑 아는 사이인가 싶을만큼 자매의 희노애락을 줄줄이 꿰차고 얘기를 풀어나간다. 아니면 세상의 모든 자매들은 이렇게 투닥대며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건가? 

어른이 되면서, 아니 (내가 지금 '어른'인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언니가 시집을 가고 떨어져 살게 되면서, 마침 그 무렵 나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우리 둘은 헤어져(?) 살게 되었다. 그런데 어떨 때는 그렇게 원망스럽고 독불장군 같아 보이던 언니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요 쇼핑 친구, 수다 짝꿍, 기타 등등. 요즈음 언니는 내 인생에서 더없이 큰 사람이 되어있다. 

오랜만에 언니와의 어린시절 투닥거리 기억도 떠올랐고, 다음주 여행에서 돌아오면 언니랑 맛있는것 먹으면서 데이트 해야겠다. :)


#09 권지연 - 우울증을 해소하는 데는 역시 - 182p.
갑자기 눈물이 난다.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고립된 것 같고 외톨이가 된 것 같다. 나는 엉엉 운다. 무릎에 얼굴을 묻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그렇게 운다. 울고 나니 마음이 괜찮아지는 것도 같다.

#09 권혜미 - 남자친구가 생기다 - 194p.
아침이 된 것 같다. 눈을 감아도 눈이 부시니 분명하다. 눈을 뜨기 싫다. 그러니까 이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기 싫다. 어제 뭘 했는지 기억이 한 개도 나질 않는다. 나는 술이 약하다. 그러면서 갈 때까지 마신다. 술을 마시고 나면 뻗는다. 그리고 기억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 이런 탓에 술을 멀리했지만 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10 권혜미 - 애 아빠는 누구? - 228~229p.
"<싱글즈>는 친구끼리 키우겠다 하고 끝나는 거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게 영화라는 거다. 그 뒷이야기는 영화로 안찍는다. 왜냐고? 흉물스럽기 짝이 없거든. 힘든 일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거든. 하지만 영화는 예쁘고 따뜻한 것만 보여줘야 하거든"


<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자음과모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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