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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누가, 스티브잡스를 이길 것인가] 장건희 박사가 소개하는 바이오산업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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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스티브 잡스를 이길 것인가
국내도서>경제경영
저자 : 장건희
출판 : 다산북스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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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배출한 미국 바이오산업의 차세대 주자 장건희 박사

2004년 바이오산업 일번지인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탄저균 백신 연구를 하고 현재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일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저자 소개에서 읽은 그는 카이스트에서 생물공학으로 박사를 받고 삼성에서 바이오사업 기획을 담당했던 소위 말하는 그저 엘리트코스를 거친 인물중 하나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나 책에서 드러난 그의 솔직함과 함께 일부 나와 일맥상통하는 생각까지. 읽으면 읽을 수록 저자의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다 긍정적이고 고마운 충고로 느껴졌다.

어디에나 열정의 인재들은 있다.

단백질 약품 EPO의 과거를 소개하며 미야케 박사와 유진 골드와서 교수에 대해 소개했다. 미야케 박사는 환자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소변을 받아내는것을 마다하지 않고 연구열을 불살랐다. 골드와서 교수는 일생에 걸쳐 대가를 바라지 않은 고귀한 노력으로 EPO에 대한 연구를 했으며 결국 정제에 성공했다. 그들은 <사이언스>지에 연구 결과가 실리면서 호평을 받았고 후속된 연구에서도 좋은 결과와 논문을 써냈다. 그러나 그들은 특허를 쓰지 않았고, 후에 특허분쟁으로 인해 수혜를 입은건 앰젠社 였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연구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벌레(기생충 이었던가?)를 몸 속에서 키우던 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장 폐색 때문에 병원에 실려와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면서도 끝까지 외치던 말이 내 벌레들을 살려달라는 것이었다. 벌레가 살아야 자기의 연구 결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기 삶의 이유였다고...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연구, 일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 자체만은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여기 바이오산업에도 과거 골드와서 교수와 같은 열정의 인재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바이오산업이 있을 수 있고 환자들이 희망의 약을 공급받을 수 있었으리라. 지금도 어디에선가 열정을 쏟는 이들이 있기에 미래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다만 그 공로가 경제논리의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다.

▲ 노바티스가 되기까지 합병과정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에 거는 기대

진입 장벽이 높은 바이오산업에 한국 기업이 진출을 하고자 시동을 건분야가 바로 바이오 시밀러다. 최근 삼성도 바이오시밀러 산업에 뛰어들었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산업 그 서막이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오시밀러가 무엇이길래? 쉽게 설명하자면 '바이오시밀러=비슷한 약' 이다.  바이오시밀러라 불리우는 의약품은 특허와 독점권이 만료되어 개발과 생산의 기회가 열린 단백질 의약품들 이다. 2010년을 기해 이러한 기회가 생긴 제품들이 많고 그 시장이 수백억달러에 달하니 블루오션 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단백질은 일반 화학의약품과 달리 살아 있는 세포가 생성해 내는 것이기에 후발회사가 카피한다고 똑같이 만들 수 없고, 똑같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비교동등성'을 입증하는 것이 성패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장 박사는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덕분에 낮은 가격으로 약을 공급받아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기대한다.



세계 부의 지도를 바꾸는 바이오산업 이야기

제넨텍, 앰젠, 화이자, 노바티스 등 세계 최대의 제약 회사들의 가려진 과거와 스캔들까지 그가 알고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바이오 관련 전공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관심이 있어 책을 조금 들춰보았다는 것으로 습득한 얕은 지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모르던 지식들이 책 한 권으로 정갈히 정리되어 암묵지의 형태로 내 머릿속에 입력되는 순간. 나는 이런 순간을 만들어주는 책을 읽으면 독서의 희열을 느낀다. 아울러 저자에게 감사하다. 멋부리기 책을 써낸 저자들 덕분에 내가 숱한 책을 읽어내느라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몇몇 저자들에 대한 미움도 이런 순간을 만나면 한번씩 씻겨져 내려간다.

사실 제목에 스티브잡스가 등장한 건 좀 아이러니 하다. 바이오산업이 미래를 이끌어나갈 성장동력이며 세계 부의 지도를 바꿀만한 것임을 임팩트있게 전달하고자 했던것 같다. 덕분에 현재 최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애꿎은 스티브잡스를 제목에 등장시켰던게 아닐까. 각설하고 이 책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롤로그에서 장 박사는 지금 그가 바이오산업의 최전방에 있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고, 바이오산업의 기술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닌 '바이오산업의 현장'에 대해 소개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책의 말미에서야 나는 그가 이 책을 펴낸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가 이 책을 펴낸 진짜 이유는 본인의 가진 바이오산업의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요, 미국 바이오산업 현장에 대한 소개로만 마치고자 함도 아니었다. 그는 미국 바이오 회사에 취업하길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본인이 어떻게 취업을 준비했고 마음 고생을 했는지 조차 솔직히 털어놓았다. 평범한 이방인이지만 미국에서 자신이 꿈꾸던 커리어를 펼칠 수 있다고 담백히 말하며 우리에게도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려를 한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



# 단백질 약품 EPO의 가려진 과거 72p.
미야케 박사는 환자들로부터 2년가 소변 샘플을 얻었는데 그 양이 무려 2550리터에 달했다. 그는 동료연구원들과 함께 밤낮으로 소변에 있는 불순물을 걸러냈다. 그리고 동결건조기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변을 분말로 만들었다. 골드와서 교수가 신청했던 연구비는 1975년 드디어 승인을 받았다. 이 때에 맞춰 미야케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야케 박사는 동결건조시킨 소변 샘플을 상자에 넣어 일본식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해서 골드와서 교수를 처음 만난 1975년 크리스마스 날 정중하게 전달했다.

# 원숭이, 스스로 목슴을 끊다 - 동물 실험의 역사와 현황 181p.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근무하던 시절, 우리와 공동연구 중이었던 S사의 피터에게 전화가 왔다. 미안하지만 이번 주에 보낼 샘플이 하나 줄었다고 했다. 그동안 혈액 샘플을 채취해왔던 원숭이 하나가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었다.
원숭이는 사육장 벽을 사정없이 들이받다가 죽었다고 했다. 이 슬프고도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다른 연구원들은 '온몸으로 항거하다 절명한' 원숭이의 입장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무균벤치에 앉아 있던 동료 하나가 말했다.
"매주 주사 찌르고 피도 뽑고 거기다가 점액 채취한답시고 콧구멍이랑 항문까지 쑤셔대는데 그 스트레스는 나라도 못 견뎠겠다."

# 의학도서관의 추억192p.
도서관의 실체가 없어질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미 도서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한 때는 정신없이 복잡했던 논문 복사실에도 복사기만 잠자고 있을 뿐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 열람실이나 홀에는 갈 곳 없는 학생이나 시험을 앞두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와서 노트북컴퓨터를 두드리는 정도다. 미국 대학은 한국 대학과 달리 도서관을 독서실처럼 이용하지 않는다. 빈 강의실이나 소속 학과에 자습실이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이 이렇게 바뀐 원인은 전산화의 결과다. 이제 대부분의 논문들뿐만 아니라 단행본까지도 디지털파일로 다루어지고 있다. 불과 4,5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모든 자료검색, 다운로드 등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 떄문에 이제는 도서관의 인덱스가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는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손가락 놀리기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도서관까지 걸어오는 것을 귀찮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누가, 스티브잡스를 이길 것인가>
장건희 지음
다산북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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