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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걸] 유령소녀의 모험으로 풀어낸 10대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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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걸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토냐 헐리 (문학수첩,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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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토냐 헐리는 호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블랙코미디를 빌어 10대들의 아픔과 성장을 풍자했다저자는 이야기의 모든 부분에서 현실을 꼬집었다샬럿은 어처구니 없게도 곰돌이 젤리를 먹다 그만 목에 걸려 죽고 만다사후에 만나게 된 죽은 반 학급의 친구들 역시 모두 제 각기 세상을 꼬집는 풍자적 이유로 죽었다음악을 좋아하다 죽게 된 피콜로 팸휴대전화 과다 사용으로 통화 중 휴대전화 폭발로 사망한 킴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것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 저자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페튤라와 웬디들은 흡사 일진으로 지칭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자기 과시욕과 주목인정받고 싶은 욕구 누구에게나 그런 욕구는 있다다만 10대의 패기가 지나침을 불러오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상처를 안겨주고 결국 그 상처를 부메랑으로 되돌려 받는 아픔을 갖는다중학교 졸업식장에 선배들이 나타나 후배들을 발가벗기고학교폭력으로 인한 평생의 상처를 안고 가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모름지기 10대라면 몸은 성인의 모습을 닮아가지만 아직 정신은 미성숙한 상태라고들 운운한다자아가 형성되고 있는 시기이고 충동적이라고 정의한다오죽하면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렀을까여기 지구 반대편의 작가가 사는 청소년들도 같은 아픔과 방황을 겪는 모양이다.

 

10대들의 사랑도 친구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이유도어른이 되서도 마찬가지다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하는 사랑과 관심이10대들의 여린 마음에는 작은 일하나 상처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더 배려하고 조심스럽게 바라봐 주어야 한다샬럿 역시 죽어서까지 데이먼을 잊지 못하고 그와의 댄스파티와 미드나잇 키스를 꿈꾼다죽어서까지 주목을 받고 싶었다기 보다 살아서 친구들에게 유령처럼 존재 없는 아이로 치부되었던데 대한 한이 맺혔던 것처럼 비춰졌다.

 

샬럿은 또한 두 집단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스칼렛을 통해 산 친구들의 세계에서 데이먼을 만나고 주목 받는 삶과죽은 것을 인정하고 죽은 반 친구들과 모두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그 갈등의 매개체로 프루가 등장한다프루는 살아생전에 돈 많은 집 남자아이와 만났었고 샬럿처럼 그 남자아이와 댄스파티에 함께 가길 꿈꿨다그러나 프루는 댄스파티에 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지게 되었고 다음날 싸늘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그래서인지 프루는 샬럿을 끔찍히도 미워했었다사사건건 괴롭히고 끝내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모습을 줄곧 보였다말미에서야 그 둘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말은 그야말로 판타지 소설다운 10대들을 위해 이야기의 막을 내린다호손 저택을 지키는 것도 산 친구들이 죽은 반 친구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그들은 두려워 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서로의 모습을 바라본다저자가 이야기 하려고 했던 키워드가 서로의 사는 방식서로의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었을 까서로 동경하는 삶이 있고 나보다 하찮아 보이는 이들을 무시하고 깔볼 것이 아니라 그들도 보듬어 안고 틀림’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그게 샬럿에게는 죽음을 인정하는 일이었지만… 우리 모두에게도 각자 숙제처럼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우리 삶에서 인정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모두가 각자 다른 삶과 매개체를 가지고 있고 모두 다른 사람들과 사랑하며 이해하고 그네들의 삶을 살아가기에 모두 다른 형태다를 것이다하지만 그 숙제를 찾아내야 하는 것부터소통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이 시대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다.

 

PS : 나도 요쿠르트 맛 마이쮸를 먹을 때 조심해야지!! 누구나 어처구니 없는 순간이 있든 내가 샬럿처럼 곰돌이 젤리 사망사건의 피해자가 내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

 


 

#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다 60p.

이제 과거는 닫힌 문과 같았다현재로 이어진 발자취였다는 사실 외에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현재는 끔찍할 정도로 불확실한초조함과 두려움과 의문의 공간이었다이 모든 두려움을 달래고 과거와 현재를 견디게 해 주기 위해 미래가 존재한다 

 

# “그냥 받아들여야 해. ‘러브 라이프(Love Life)’라는 표현에는 이유가 있어사랑은 산 사람을 위한 거야.” 98p.

 

우리는 모두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248p.

존경 받고 질투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은 우리 유전자 깊숙한 곳에 새겨져 있다나보다 더 낫다고 느껴지는 타인을 존경하고 질투하고 싶은 욕망 역시 마찬가지다문제는 유명인이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성격 – 자기 집착이기심몰염치 – 이 친구로서는 최악이라는 점이다.

 

# 후회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  258p.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며행동하는 순간에는 어떤 결과가 따를지 확신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지.어떤 기분이 들 것인지 당장은 알 수 없다그래서 후회라는 것이 있다아무것도 바꿀 수는 없지만 어쨌든 기분 나쁜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 양쪽을 다 가질 수는 없다  284p. 

사랑은 오래 숨기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감정이다부정하고 결과를 감수하든지인정하고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사랑하는 감정을 드러내면 수치스러울 수도 있고 해방감을 얻을 수도 있다어느 쪽이 될 것인지는 다른 사람들이 결정할 몫이다.

  

# 우리는 삶 속에서 변화하고 사랑 속에서 변화한다  236p.

변화할 때우리는 끝나지 않는다사람은 변한다완전히 변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감정에 맞춰 자신의 형태를 찾아간다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그저 물 흐르는 대로 맡겨 두는 것이 이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다만사에는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있다삶의 한 시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지만그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다른 사람으로 변할 기회가 온다운이 좋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 널 사랑하지만너와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어 334p.

이건 잘못된 구분이다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사랑은 사랑이다. ‘사랑에 빠졌다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것은 강박집착갈구이지 진짜 사랑 그 자체는 아니다. ‘사랑에 빠졌다는 것은 상대의 욕구와 욕망을 채워 주고 싶다기보다 자기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대한 표현이다반면 진실한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가교다샬럿이 이 사실을 깨닫는 데는 평생도 모자라 사후까지 걸렸다.

 


<고스트걸>
토냐 헐리 지음, 유소영 옮김
문학수첩,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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