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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명상] 인생이 여행이라면... 꼭 목적지에서 죽으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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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명상 (양장)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강영희
출판 : 아니무스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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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힘들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짜증나 죽겠다. 바빠 죽겠다... 심지어 웃겨 죽겠다. 행복해 죽겠다.' 수더분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죽겠다고 한다.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과연 우리에게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 한 번 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이 각박한 세상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 한 번 한것이 무에 그리 잘못이냐고? 그래 그 말도 맞다. 삶이 고단하고 괴롭다고 느낄 때. 세상이 더 이상 내 편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포근함을 찾을 수 없을 때. 수도 없이 생각하는 것이 죽음이다. 나도 '힘들다...' 되뇌이며 삶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서 누군가의 사랑받는 '딸'로 '아들'로 태어나서 사랑받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을 무엇이 우리를 죽고 싶게 만들었다는 말인가.

재미있는 것은 자의던 타의던 간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 온 사람의 이야기에는 무게가 실려 있다. 어떠한 이름을 붙여야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 힘을 '죽음의 가중치(加重値)'라 일컫는다. 그들이 삶에서 찾지 못한 것을 죽음을 생각하면서 비로소 깨닫고 느끼며 더 힘차게 살아가게 할 원동력(原動力)이 되어준다.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갈 수 있는 밑천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우리는 '죽지 못해 산다'는 생각으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장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봐야 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것이 무엇인지 찾아나서야 한단 말이다. 그것이 나를 위한, 그리고 나의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것이 무언지를 찾아내는 것은 다른 누구의 몫도 아닌 온전히 나의 몫이다. 매일 '죽겠다'를 입에달고 사는 우리이니 매일 죽음의 고비를 이겨내고 사는 셈 아닌가? 매일을 죽음의 고비도 넘기고 사는 우리들인데, 행복하고 담대하게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서 그 정도 노력쯤 못하겠는가 말이다.

우리의 소중한 인생은 행복해야 마땅하고 우리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아니다. 그것은 권리(權利)가 아니라 의무(義務)이다. 우리가 권리(權利)를 누리고 의무(義務)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내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나를 누가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관계 속에서 사랑받는 삶, 행복한 삶을 위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 그것이 고된 인생(人生)이라는 여정(旅程)을 견뎌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고통을 껴안고 죽는 사람들 - 5~6p.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들판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멍으로 한없이 떨어지듯이, 끝없는 추락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도 손에 잡히면 좋으련만, 그럴 때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로지 한 가지가 있을 뿐인데, 눈물이 그것이다. 눈물이야말로 나라의 의(義)를 구하는 용감한 잔 다르크 처녀요, 유관순 언니였다.
흑흑. 그녀가 울었다. 선생님, 산천초목(山川草木)이 온통 슬픕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부디 죽으십시오. 미련 없이 죽으세요, 깨끗이 죽으세요.

# 05 - 33p.
남겨진 질문을 받아줄 누군가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
비로소 자살은 완벽에 가까워진다.
아무도 모른다는 완벽에...

# 09 - 53p.
지금 이 현실이 아닌 어딘가로 도망칠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공간에서는 죽음도 편안하게 느껴졌다.

# 12 - 71p.
오랜만의 외출. 
친구들을 만날 때는 죽어버린 나는 집에 두고 나가자.

# 28 - 155p.
인생이 여행이라면...
꼭 목적지에서 죽으란 법은 없다.


■ 저자
- 박다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를 졸업했다. 이후 각종 영화관련 직접을 전전하다 미술치료를 배우겠다는 핑계로 스페인으로 떠났다. 일년 반 동안 스페인에 체류하며 치료는 내팽개치고 그림만 배워서 돌아왔다. 계절을 야구 시즌과 비시즌으로 나누는 야구광이고 사람을 록음악을 듣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분하는 록매니아이다. 2011년 현재 스스로를 스페인 유랑파 그림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 강영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국문학과 대학원, 동국대 영화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화평론가, 인터뷰어, 방송인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세상의 모든 잡학을 용감하게 돌파하여 그것들을 꿰뚫는 깨달음을 얻겠노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이르러 '소통자(Communicator)'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예쁜 아줌마. 서울의 모처에서 예술치료와 마음 읽기를 하는 살롱형 점집 '구문자답(九問自答)'을 운영하고 있다. 특기는 꿈꾸기와 꿈풀이. 저서로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1994)와 <금빛 기쁨의 기억: 한국인의 미의식>(2004), <그냥 피는 꽃이 있으랴>(2010)가 있다.


<자살에 대한 명상>
강영희 지음
아니무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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