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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영화와 광고로 본 문화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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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국내도서>예술/대중문화
저자 : 김선희
출판 : 풀빛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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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우리가 무의식 적으로 마주하는 많은 대중매체들이 우리의 생각을 잠식하고 행동을 지배한다. 몇 년 전 이외수 선생님의 책에서 읽었던 글이 떠올랐다.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을 때 우리는 꿀맛이라고들 한다. 꿀을 먹어보지 않은 이조차 꿀맛이 단맛이라는 얘기하면 꿀맛을 아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실제로 꿀맛은 알지 못한다.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경험하고 보지 못한 것이지만 영화로, 드라마로 혹은 광고로 간접 체험하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더 나아가 살을 덧붙여 확대 재생산하기 십상이다. 특히 한국 사회의 '냄비근성'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대중문화에 휩쓸리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만들어내기 일쑤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시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철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이를 토대로 대중문화가 어떻게 우리 사회에 녹아내리고 있고 그 본질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짐 케리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에서는 한 개인에 대한 감시가 상업적 차원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보여준다. 치밀하게 계획된 틀 안에서 살아가던 트루먼은 실제 기획된 쇼안의 세상에 살고 있던 것이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시청자의 알 권리를 운운하며 파헤치는 우리 세대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예인들도 본인만의 삶과 감추고 싶은 비밀이 존재하는 개인인 것을 우리들은 대중의 이름을 쓰고 송곳처럼 아프게 찔러댄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이들을 삶을 제 손으로 끊어내기도 하는데 애도하는 마음은 잠시일뿐 우리들의 궁금증은 멈출줄을 모른다. 상업주의의 명목 아래 한 개인이 무참히 망가지는 것은 너무도 쉽게 용납하는 것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이와 비슷한 스토리의 재벌 남성과 서민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수 많은 드라마에 우리는 열광하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들은 우리 시대의 신분 상승의 판타지와 사회 이동의 폐쇄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가족주의와 진보적 성향, 근대에 대한 다양한 시각으로 상업주의로 생산되는 영화와 드라마, 광고매체의 본질을 독자들에게 일러준다.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하나의 대중매체로 인해 파급되는 효과와 그로 비춰본 사회의 문제점과 병폐들에 대해 철학적 사고로 접근한다. 논술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나 다양한 사고와 관점이 요구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 본문 중에서

#1 꿈꾸는 자를 제거하라 - 정보 사회, 감시와 통제로 쌓은 위험한 안전망
    문화가 감시를 허용하며
 - 28p.
트루먼은 상업적 관음과 감시의 피해자다. 트루먼의 인생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의 모든 믿음을 깬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함부로 남의 인생을 감시하고 본인의 동의 없이 이를 전 세계로 소울해서 모든 생활을 노출시킨 벌을 누가 받아야 하는가? 물론 영화는 쇼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프로듀서에게 이 문제를 돌린다.

#3 재벌이라는 이름의 엘리베이터 - 달콤하고 위험한 신분 상승의 판타지 - 51p.
사랑이 새로운가? 그렇지 않다. 감정의 충돌과 결합은 당사자에겐 늘 신선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진부하다. 이들의 사랑이 다른 사랑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끄는 이유는 특별히 비극적이거나 아름다워서는 아닐 것이다. 이들의 사랑이 다른 이들의 사랑과 다른 것은 수직에 가까운 신분 상승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 이동의 엘리베이터, 결혼 - 56p.
미국의 저널리스트 콜레트 다울링(Collete Dowling)은 자립을 두려워 하는 여성의 심리를 '억압된 태도와 불안이 뒤섞여 창의성과 의욕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종의 미개발 상태로 묶어 두는 심리 상태'라고 규정하며 이를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라고 부른다.

#4 '성장'에 관한 판타지적 접근 - 성장의 방법과 조건에 관하여
    대화하기, 서로믿기
 - 83p.
아무리 공적인 명분을 내세우고 전체를 위한 선택을 했다고 믿어도 대화와 타협 없이 나온 행동이라면 문제가 있다. 좁은 식견과 자신에 대한 신념으로 남을 무시하는 태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용감하고 과감해도, 대화하고 이해하며 다른 사람과 공존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9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 문화적 낙인과 타자의 분류
    덧씌워진 원시성과 야만성 - 164p.
실제보다 강력하고 과장되게 전달하는 대중 매체의 특성상, 한 번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아닌데도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인 양 착각을 느낄 정도로 생생하게 기억한다. 특히 영화나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대단히 강력한 선입견으로서, 그 문화의 나머지 부분이나 구성원들을 판단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살아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전통적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아마존 부족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반향을 일으키면 그에 따라 광고, 개그 프로그램 등이 이를 모방함으로써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 자체가 생명력을 갖게 된다.


■ 저자
김선희 still-in@hanmail.net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대, 경희대, 수원대 등에서 철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동서양의 사상적 자원을 활용해서 지금의 우리, 앞으로의 삶을 이해하고 말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동양 철학 스케치 1,2>, <맹자: 선한 본성을 향한 특별한 열정>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중세 기독교적 세계관의 유교적 변용에 관한 연구>, <천학의 지평과 지향>, <천, 상제, 리: 조선 유학과 천주실의> 등이 있다.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김선희 지음
풀빛,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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