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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묵지/책 더하기 · 리뷰

[불안]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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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양장)
국내도서>시/에세이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정영목역
출판 : 은행나무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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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때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 리뷰

어제의 실수로 불안하고,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고, 매일의 삶이 불안하다.  
도대체 뭐가 불안한데? 무엇이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데? 불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런데.. 도대체 불안(不安)이 뭔데..

다양한 불안 요소들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매일이 불안하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갖가지 불안에 대해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가 알랭 드 보통이 불안을 떨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들을 일러준다. 그는 <불안>을 원인과 해법 두 파트로 구성했다. 우선 그는 불안의 원인에 대해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의 다섯 가지 관점으로 조명(照明)했다. 다양한 원인으로 비롯되는 불안의 근원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원인에 대해 분석한 다음 그는 해법을 찾았다. 철학적, 예술적, 정치적, 종교(기독교)적으로 그만의 해법을 내어놓고 마지막으로 보헤미안의 삶을 통해 우리가 좀 더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방법들을 일러준다.

  
   불안을 일으키는 새로운 성공 이야기 세 가지
        첫 번째, 빈자가 아니라 부자가 쓸모 있다
        두 번째,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세 번째, 가난한 사람들은 죄가 많고 부패했으며 어리석음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우리가 불안을 떨쳐버리고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욕망(欲望)을 내려놓아야 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부르짖는 다거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이론을 말하자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탐(貪)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불안은 탐(貪)하는 마음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갖고자 했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에서 그가 가진 무언가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 즉 비교 대상이 실재(實在)함으로 인해 불안이 존재하는 것이다. 

보다 유명해지고, 중요해지고,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그 모든 욕망들로 인해 불안은 기인(起因)한다. 그의 말이 맞다. "불안은 욕망의 하녀다"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진실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사색(思索)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불안에 대한 명제(命題)를 우리 상황에 맞게 정의(定義)해보자.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사랑의 중요성 - 22p.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 평등, 기대, 선망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아도 전혀 마음이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더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57p.

불평등이 사회의 일반 법칙일 때는 아무리 불평등한 측면이라도 사람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대체로 평등해지면 약간의 차이라도 눈에 띄고 만다. 그래서 풍요롭게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구성원이 종종 묘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평온하고 느긋한 환경에서도 삶에 대한 혐오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 65p.

# 지위에는 도덕적 의미가 있다 - 99p.
"세습적인 통치자는 세습적인 작가만큼이나 모순적이다. 호메로스나 유클리드에게 자식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사 있었다 해도, 그들이 완성 시키지 못한 작품을 아들이 완성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 무서워야 한다 - 124p.
"사랑의 대상이 되는 것보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다. 사랑은 감사의 유대에 의해 유지되지만, 사람은 지나치게 이해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가 생기기만 하면 이 유대를 끊어버린다. 그러나 공포는 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지되며 이것은 늘 효과적이다." (마키아벨리)

# 철학과 약점의 극복 - 150p.
불안 덕분에 안전을 도모하기도 하고 능력을 계발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한다면, 이런 점과 관련하여 다른 감정들의 쓸모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상태가 되거나 어떤 것을 소유하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상태나 소유를 선망할 수 있다. 또 우리의 진정한 요구와 관련이 없는 야망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우리 감정은 그냥 내버려두면 우리를 건강과 미덕으로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방종, 분노, 자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이런 감정은 과녁을 넘어가거나 못 미치기 십상이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이성을 이용하여 감정을 적절한 목표로 이끌라고 충고해왔다.

# 비극 - 189.
오셀로 "사랑에 눈이 먼 이민자 원로원 의원의 딸을 죽이다"
마담 보바리 "쇼핑 중독의 간통녀 신용 사기 후 비소를 삼키다"
오이디푸스 왕 "어머니와 동침으로 눈이 멀다"

# 희극 - 216p.
유머는 높은 지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도구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지위에 대한 불안을 이해하고 조절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 현대의 지위 불안에 대한 정치적 관점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이 생존에는 모자라지 않는다 해도 공동체의 소득에 비해 현저하게 뒤처지면 언제나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그럴 경우 그들은 공동체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최소한이라고 간주하는 것을 가질 수 없으며, 품위가 없다는 공동체의 심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가 없다."  - 233p.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247p.

# 보헤미아
그들은 소박하게 옷을 입고, 도시의 싼 지역에 살았고, 책을 많이 읽었고, 돈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다수는 우울한 기질이었고, 사업이나 물질적 성공보다는 예술과 감성에 충실했고, 가끔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성생활을 하기도 했고, 여자들은 단발이 유행하기 오래 전에 단발을 하기도 했다. - 325p.

지위에 대한 불안이 아무리 불쾌하다 해도 그 불안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좋은 인생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실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야심을 품고, 어떤 결과들을 선호하고, 자신 외의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데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이기 때문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성공적인 삶과 성공적이지 못한 삶 사이의 공적인 차이를 인정할 경우 치를 수밖에 없는 대가다. - 356p.


<불안>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지음, 정영목 옮김
은행나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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