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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40]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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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40

저자
김동인 지음
출판사
리베르 | 2012-11-26 출간
카테고리
중/고학습
책소개
한 권으로 읽는 개정 국어 교과서 소설!『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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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청소년 시절 경험의 세계를 확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이 책에 담긴 좋은 글과 우리 문인들의 이야기 역시 많은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확신한다. 그러나 너무 주입식, 암기식, 수능 준비에 연연한 독서는 오히려 독서의 흥미를 잃게 만들기도 한다. 나 역시 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독서의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끼기 시작했고, 스스로 읽는 기쁨을 알았다. 너무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려 하기보다 글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 고등학교 시절 수능을 준비하며 읽었던 한국의 여러 단편 문학. 사실 학창시절 당시, 나 역시 많은 한국 단편들을 암기식 해설, 풀이, 작가와 작품 세계, 구성과 줄거리, 예상 문제 등에 연연하며 읽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읽어보니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오롯이 작가의 글에만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고 새로운 감동이 다가온다. 


<한국단편소설40>은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로 1920년대 일제 치하에서부터 1950년대 한국 전쟁 전후의 암울한 시대, 그리고 1970년대 독재 정권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대표 단편 소설 40편을 엮었다.


1920년대의 이야기들은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 퇴폐적인 낭만주의 소설이 유행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배따라기, 감자,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화수분 등이 있다. 1930~40년대 해방 전까지는 일제의 억압이 더욱 심해지면서 소설 창작이 위축되었으나, 순수 소설, 농촌 소설, 역사 소설들이 일부 발표된다. 하지만 우리말 말살 정책으로 인해 40년대 초반에는 한글 소설이 거의 발표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소설은 암흑기로 접어들고 만다. 대표작으로는 붉은 산, 달밤, 꽃나무는 심어 놓고, 돌다리, 백치 아다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 김 강사와 T교수,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봄봄, 동백꽃, 날개, 메밀꽃 필 무렵, 산, 무녀도, 천변풍경, 치숙, 이상한 선생님, 하늘은 맑건만, 고구마, 나비를 잡는 아버지, 별 등이 있다. 1940년대 후반 광복 직후에서 한국 전쟁 전까지는 극심한 이데올로기 갈등 양상을 보이며, 계급 이념 문학과 민족주의 이념 사이에 대립이 표면화 된다. 이 시기에는 광복 직 후 사회적 혼란상을 다룬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며 대표작으로는 두 파산 등이 있다. 1950년대는 전쟁 후의 혼란과 부조리에 대한 현실 비판 소설이 주류를 이루고 인간 본질의 문제를 다룬 순수 소설이 창작되기도 한다. 대표작으로는 독 짓는 늙은이, 소나기, 학, 바비도, 수난이대 등이 있다. 1960~70년대는 독재 정권과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와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는데 소외된 민중의 삶을 그린 작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대표작으로는 서울 1964년 겨울, 뫼비우스의 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눈길 등이 있다.


수능 출제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이 엄선되어 묶여 있으나, 한편으로 해석하면 근대 우리나라 소설 중 대표작들만 모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문인들의 단편을 접하면서 눈 앞에 닥친 논술 고사나 수능 시험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근대사의 아픔을 간접 경험하고 삶을 통찰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접하는 많은 청소년들이 단순히 암기와 예상문제 해설을 접하기 위한 독서가 아닌 그 시대 우리네 삶과 문인들의 고뇌를 진정으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독서가 되길 바래본다. 



■ 본문 중에서


# 붉은 산 - 54p.

암종. 누구든 삵을 동정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

삵도 남의 동정이나 사랑은 벌써 단념한 사람이었다. 누가 자기에게 아무런 대접을 하든 탓하지 않았다. 보이는 데서 보이는 푸대접을 하면 그 트집으로 반드시 칼부림까지 하는 그였었지만 뒤에서 아무런 말을 할지라도, 그리고 그것이 삵의 귀에까지 갈지라도 탄하지 않았다.

"흥……"

이 한마디는 그의 가장 커다란 처세 철학이었다.



# 술 권하는 사회 - 68p.

"틀렸소, 잘못 알았소. 화증이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고, 하이칼라가 술을 권하는 것도 아니오. 나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따로 있어. 마누라가, 내가 어떤 하이칼라한테나 홀려 다니거나, 그 하이칼라가 늘 내게 술을 권하거니 하고 근심을 했으면 그것은 헛걱정이지. 나에게 하이칼라는 아무 소용도 없소. 나의 소용은 술뿐이오. 술이 창자를 휘돌아, 이것저것을 잊게 만드는 것을 나는 취할 뿐이오."


# 사랑손님과 어머니 - 201p.

"옥희야, 옥희야, 응 인젠 괜찮다. 엄마 여기 있지 않니, 응, 울지 마라, 옥희야. 엄마는 옥희 하나문 그뿐이다. 옥희 하나만 바라구 산다. 난 너 하나문 그뿐이야. 세상 다 일이 없다. 옥희만 있으문 바라구 산다. 난 너 하나문 그뿐이야. 세상 다 일이 없다. 옥희만 있으문 바라고 산다. 옥희야, 울지 마라. 응, 울지 마라."


# 김 강사와 T교수 - 232p.

날이 갈수록 그는 점점 더 피곤을 느꼈다. 감당해 나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모순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어느 편으로든가 그는 그 모순의 터져 나갈 길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그것을 구할 방도와 용기가 없는 것이었다.

'Lénnui lui vint(그에게 고뇌가 일어났도다).'


# 날개 - 325p.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dictionary 사전)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별 - 481p.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쪽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쪽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몰았다.


# 바비도 - 524p.

"할 수 없구나, 잘 가거라. 나는 오늘날까지 양심이라는 것은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력의 버섯인 줄로만 알았더니 그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네가 무섭구나 네가……."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582p.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올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 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 차례


김동인    배따라기, 감자, 붉은 산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전영택    화수분

이태준    달밤, 꽃나무는 심어 놓고, 돌다리

계용묵    백치 아다다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유진오    김 강사와 T교수

김유정    만무방, 금 따는 콩밭, 봄봄, 동백꽃

이   상    날개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산

김동리    무녀도

박태원    천년풍경_이발소의 소년

채만식    치숙, 이상한 선생님

현   덕    하늘은 맑건만, 고구마, 나비를 잡는 아버지

염상섭    두 파산

황순원    별, 독 짓는 늙은이, 소나기, 학

김성한    바비도

하근찬    수난이대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청준    눈길




<한국단편소설 40>

성낙수, 박찬영, 김형주 엮음

리베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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