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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어린왕자] 돌아온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두 번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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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어린 왕자

저자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
출판사
사람사는세상 | 2012-09-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돌아온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두 번째 여행기!진정한 사랑과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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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장 피에르 다비트'는 1950년 벨기에에서 태어나 1961년 부모를 따라 캐나다 퀘벡으로 이주하였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생물학으로 석사까지 공부하지만, 본인의 길을 찾아 번역 과정을 다시 공부한다. 10여 년의 번역 생활을 보내며 과감히 창작에 도전하고, 그는 식물을 가꿀 때와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가장 행복한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독특한 오라(Aura)가 풍긴다. 나 역시 그의 오라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해학과 풍자가 있는 그의 문체에 푹 빠져들었다. 한 켠으론 행복한 인생의 업(業)을 찾은 그가 한없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생(生)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은 내 깜냥의 문제요, 스스로 찾아야 함은 내 운명이리라.


살아 숨쉬는 듯한 그의 문장과 문체로 <다시 만난 어린왕자>. 방 안에서 세계 여행을 하는 여행가가 <어린왕자>의 원작자 '생텍쥐페리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키욕퓨로의 여행을 위해 배를 타고 출발하지만, 배가 난파하면서 무인도에 내던져진다. 무인도에서 그의 앞에 한 금발의 꼬마가 나타난다. 바로 어린 왕자다! 


육지의 사막이, 바다 한가운데 동동 떠있는 섬으로.. 

추락한 비행사가, 키욕퓨를 향해 여행하다 파도에 난파된 여행가로.. 

장소와 화자는 바뀌었지만 어린왕자, 장미, 양, 바오밥 나무 등의 등장인물, 어린왕자의 여행과 조난당한 비행사와의 만남, 어린 왕자의 느닷없는 사라짐 등은 <다시 만난 어린왕자>에서도 원작(原作)의 틀에 크게 벗어남 없이 그대로 귀착(歸着)한다. 즉 과거는 재해석되지만, 폐기처분(廢棄處分) 되지는 않는다.


매일의 삶이 고됨으로 인해,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왕자를 다시 만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숨이 밭아 오르는 듯한 외로움이 느껴질 때나,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에 봉착하여 어디엔가 기대고 싶어질 때, 상처받은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가슴 따뜻한 동화 <다시 만난 어린왕자>를 만나보자.


중요한 건 우리가 그런 일들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야.

석양이나 지도책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약간은 우리가 그걸 귀하게 여긴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거야. 

그 귀중한 순간만큼은 삶에 대해

우리가 진 빛을 갚는 거야.


# 생텍쥐페리 선생님에게


- 10~11p.

제가 키욕퓨라는 곳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걸 말씀드려야 겠군요. 키욕퓨는 미얀마의 아라칸 연안 평야에 있는 곳인데, 발음하기 어려운 지명이지요. <키욕퓨>라는 발음은, 성대를 자극한 뒤, 입천장을 빠져나온 다음, 혀를 힘들게 굴리게 하고, 마지막엔 이빨에 부딪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틀림없이 방문하기에 즐거운 곳일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보나마나 관광객들이 별로 찾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사람들은 복잡한 걸 싫어하니까요. 사람들은 그런 지며을 너무나 싫어하지요. 발음을 잘못해서 망신당하게 될까봐(요새는 망신당했다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도 여전히 마음의 상처는 입거든요.) 그런 이름을 감히 입 밖에 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존심을 지키느라고 그렇게 지명이 괴상한 곳은 아예 포기해 버리는 거죠.

사람들이 그렇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여행을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 나 여행 가네. "

그러자 그들이 말했지요.

     " 브라보. 여행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바람도 쐬게 될 테고. 하루 종일 방 안에 처박혀 지낸다면, 그게 어디 사는 건가? 

       그런데 어디로 가나?  

       이탈리아? 영국? 아님, 앙티유로 가나? "

     " 키욕퓨에 가네. "

그러자 그들의 얼굴 표정이 금세 바뀌었습니다.

     " 키아… 음… 키요… 흠! 아, 그래,

       언젠가 그곳 얘길 들었네.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그런데 어머니께선 어떻게 지내시나? "

그래서 저는 생각했지요. 내가 짧은 인생살이 동안 의자를 떠나 딱 한 번 진짜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건 키욕퓨로 가기 위해서일 거라고 말입니다.



- 26~27p.

내가 야자수 잎사귀를 잡아당기자, 어린 왕자는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그걸 왜 잡아당기는 거야? "

나는 참을성 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 잎사귀로 덮어놓으면 불에서 연기가 많이 나거든.

       운이 좋으면, 우리가 보내는 신호를 누군가 알아보고 우릴 구해 줄 거야. "

     " 그건 나무를 아프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어.

     "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나무들은 아무것도 못 느껴. "

어린 왕자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참지 못했어요. 아이는 정말 화가 난 얼굴이 되어갔습니다.

     " 내 별에는 아주 예민한 꽃이 하나 있어. "

난 더 이상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왕자가 어른들의 합리성을 쫓아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린 왕자는 계쏙해서 주장했습니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건 아냐.

나는 어린 왕자가 한 말에 숨겨져 있는 지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어린 왕자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 내 꽃은 가시 하나를 잃어버렸어.

       장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장미가 아팠다는 걸 알아.

       잎사귀 끝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리는 걸 봤거든. "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의 장미가 어쩌다가 가시 하나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 자존심 때문이었어. "



- 52~53p.

자기 말을 너무나 열심히 들어 주는 청중이 하나 생겼다는 게 신이 나서, 통계학자는 즐겁게 설명을 계속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계속 자기 괴물에게 데이터라는 먹이를 먹여 가면서 말이지요.

     " 사람들은 계산하고, 재고, 비교하는 걸 아주 좋아하지.

       무가 이웃나라에서보다 자기 나라에서 더 잘 자라는지,

       어느 국민의 머리가 더 긴가 하는 것 따위를 궁금해한단다.

       통계학은 그걸 확실히 알게 해주는 거야.

       통계학 덕택에, 문제가 생기기 훨씬 전에 문제를 예상하게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조처를 즉각 취할 수 있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어린 왕자가 방근 웃었습니다.

     " 그럼, 만일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아저씨가 도와 줄 수 있겠네요? "

통계학자가 배를 앞으로 쑥 내밀고,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습니다.

     " 뭐든지 말해 봐라. 통계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떤 문제냐? "

     " 호랑이가 한 마리 있는데 처분하고 싶어요. "

통계학자가 손가락을 깍지 꼈습니다.

     " 호랑이라구? 한 마리뿐이냐? "

     " 예. "

     " 너무 적구나. 더 많아야 하는데. "



- 95p.

마술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밤이 내렸습니다. 파도가 우리 발 아래에 와서 죽어가며 은빛 찬란한 제물을 바쳤어요. 얼음처럼 차가운 빛의 송곳으로 흑단처럼 검은 하늘의 궁륭에 송송 구멍을 뚫어 놓았던 수많은 별들이 그 은빛 제물 안에 섞여 있었지요. 부드러운 고요가 세계의 끝에 있는 그 섬에 내려왔어요. 그토록 다르면서도 그토록 비슷한 우리 두 사람의 운명이 장난처럼 맺어진 그 섬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

장 피에르 다비트 지음, 김정란 옮김

도서출판 이레,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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