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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토시오 교수는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애니메이션과 크리에이터가 되는 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으며 오타킹 ex의 사장이다. 매일같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스토리를 써내면서 '세계 정복'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 호기심하나를 풀어내기 위해 이 책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우선 세계 정복의 목적을 다섯가지로 정의한다. 1) 인류 절멸, 2) 돈이 가지고 싶어, 3) 지배당할 것 같으니 역으로 지배하기, 4) 악을 퍼뜨리기, 5) 그 외 목적이 의미 불명. 논리적으로 세계 정복의 목적들을 설명하기 위해 드래곤볼부터 데스노트... 시네시네단 까지. 애니메이션과 특촬물들, 그 등장인물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해나간다.
2장에서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네 가지의 지배자 타입을 제시한다.
A) '올바른' 가치관으로 모든것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마왕 스타일, B) 책임감이 강하고 부지런한 독재자 스타일, C) 혼자서 있는 대로 사치를 부리고 싶어 하는 바보 임금님 스타일, D)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악의 매력에 잠겨 있고 싶어하는 흑막 스타일. 곰곰히 읽다보니 나는 히틀러와 같은 B타입에 속하더라. (저자는 C타입이라고..)
B타입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언제나 최고 1등을 노리는 타입으로 자신이 신나게 일을 하고 부하에게도 일을 똑바로 하도록 시킵니다. 야심을 바탕으로 활동하지만 의무감도 있습니다. 때문에 부하에 대한 평가도 적절하여 신뢰받는 '좋은 보스'가 될 것입니다. '인류 정복'의 깃발을 세우기 전에 우선 '업계 정복' 같은 현실적 목적을 먼저 세우는 것을 잊지 않는 당신은 어쩌면 평범한 카리스마 경영자로밖에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주의해야만 합니다. 조직이 커져도 중요 사항은 전부 자신이 결정한다는 독재 체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늘어나기만 합니다.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세계 정복에 대한 Process를 나열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게 한다. 1) 목적설정, 2) 인재 확보, 3) 자금 조달과 설비 투자, 4) 작전과 무장, 5) 부하의 관리와 숙청, 6) 세계 정복, 그 후. 목적 설정과 인재 확보 단계에서는 돈으로 사람을 사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와 이념을 함께 지지할 세력을 얻는 것' 이라는 현대 기업의 논리에도 맞는 참조할 만한 논리들도 제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정말 세계 정복이 가능한지 반문하면서. 자본주의에서의 빈부격차로 인한 신계급이나 문화가 생겨난 것을 꼬집는다. 그러나 엄청난 부자가 보는 최고급 LED TV에서나 최하층이 보는 소형 TV에서 보는 컨텐츠는 동일하다. 동일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동일한 장면에서 웃는다.현재는 대중 문화와 대중성이 만연한 사회가 되었고 상류계급과 돈 없는 사람이 동일한 것을 누리고 동일한 재미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유 경쟁, 재미있는것과 독재자를 결부시키 설명하기위해 북한의 김정일을 예로 다소 부정적으로 그리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악'이란 무엇이고, '세계 정복'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악'은 사람들의 행복을 파괴하는 행위, 시대의 가치관에 데미지를 입히는 행동이나 언행으로 정의했다. '세계 정복'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빼앗는 행위라고 한다. 결국 '악에 의한 세계 정복'은 현재의 가치관과 질서의 기준을 파괴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 것은 '자유주의 경제와 정보의 자유화'를 파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를 부정하는 것과 양식과 교양이 통하지 않는 세상. 이것이 새 시대의 세계 정복에 대한 정의라니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다소 동떨어진 결론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논리이기도 했다.
한국어판 작가 서문에서 부터 작가 후기에까지 저자 오카다 토시오 교수는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이렇게 정중한 작가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역자 후기까지 읽고 보니 이 저자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는 에니메이션으로 죄질이 무거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각종 일본 만화와 특촬물 내용으로 설명을 풀어갔기에 (소위 말하는 '오타쿠'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는) 솔직히 고백하건데 각주가 없었다면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그런 어른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세계 정복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역자의 얘기를 읽으면서 문득 최근 소셜게임 열풍의 피해자(?)로 페이스북, 스마트폰에서 시간마다 농작물을 심는 나와 회사 동료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곤 며칠 전 나이 마흔을 향해가는 과장님의 페이스북에 업데이트 된 포스트를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을 지으면서도 한편 씁쓸하다. "나이 들면서 고상한 취미 하나쯤 가질 줄 알았다. 적어도 플래쉬게임은 아닌데 말이지..."
# 당신은 어떤 지배자인가? - 70-71p.
'데스노트'라는 만화에도 독재자의 바쁜 일상과 고독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인공인 야가미 라이토는 완전한 독재자 타입입니다. 만화를 읽어 보면 알 수 있는데, 그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일을 합니다. 밤낮으로 데스노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으며 사람도 낮밤 없이 죽이고 있습니다. 자신이 죽이지 않을 때에는 누군가에게 죽이라는 지시를 내려 둔 상태입니다. 대단히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시입니다.
지시를 받은 사람은 야가미 라이토를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지시대로 살인을 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나 트러블이 일어나서 잠깐 지시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게 좋겠지.'하고 자기 멋대로 생각하여 하면 안 되는 일을 저지릅니다. 결국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자신이 하는 것이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당연히 의논할 수 있는 상대는 누구 하나 없습니다.
이것은 괴롭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상황에 몰리게 된 원맨 사장이라면 오컬트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의지할 것이 의지할 것이 정말 없다면 결국 물어볼 곳이 점쟁이 정도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불쌍한 야가미 라이토는 오컬트에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는 사후 세계에도 기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오컬트 : 눈으로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한 현상, 초자연적 현상을 가리킨다.
#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 176p.
우리들은 오케스트라라는 것을 '음악의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크게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라는 것은 '대중을 위한 염가판'입니다.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공공장소에서 듣는 천박한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중세 작곡가가 만든 음악은 원래 닫힌 공간인 거실이나 무도회장 등에서 많아 봤자 10~15명 정도의 편성으로 듣도록 써진 것입니다. 그것을 입장료까지 내면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큰 홀에 천여 명이나 되는 사람을 채워 놓고 들을 수 있도록 편성한 것이 오케스트라 음악입니다. 말하자면 대량 생산품입니다.
귀족이 자기 집에서 사치를 부리며 듣는 것은 실내 관현악입니다. 그것이 오케스트라제이션된 순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대량 생산품이 됩니다.
<세계 정복은 가능한가>
오카다 토시오 지음, 레진 옮김
파란미디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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