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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때문에 일기쓰는 여자] 내 인생 최악의 날들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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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때문에 일기쓰는 여자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로빈 하딩 (민음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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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광고 회사에 다니는 일이 끔찍하게 싫었고, 쇼파에 퍼져 크림치즈 먹는게 취미인 서른 한 살 노처녀 케리. 2년 동안 동거했던 남자 친구 샘과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보고자 심리 치료사를 찾았다. 그녀의 심리 치료사는 케리에게 남자 때문에 겪은 인생 최악의 순간들을 고백하는 일기를 쓸 것을 권고한다. 처음엔 내켜하지 않던 케리도 불쾌하거나 가슴 아픈 연애 따위의 소소한 기록까지 일기장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린 그녀와 키스하기 싫어 창피한 선택을 하고만 열한 살 제임스에서부터 참혹한 광경을 보고 파혼을 해야만 했던 휴까지... 코믹하게 그려진 그녀의 '최악의 기록'들은 파란만장했다. 그녀는 직장에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조차 남자 때문에 '최악의 기록'으로 얼룩졌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우리의 여느 엄마들처럼 늘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샘처럼 근사한 남자가 딸의 짝이되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참견은 그녀를 끈질기게도 괴롭힌다. 그녀의 친구들 또한 남자 때문에 인생을 망치기 일쑤였다. 유부남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친구를 설득하려다 경찰서에 가게된 에피소드까지 등장한다.

그러던 어느날 케리는 어머니와 모처럼 시간을 내서 타로 카드를 보러갔고, 타로 카드 점을 보는 라모나와의 만남 이후 자신의 운명에 조금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녀는 '슈팅 스타'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가되어 청소년'티파니'와의 만남을 시작했고, 엷은 갈색 머리에 이름에 이니셜D을 가진 운명의 남자를 찾으려 무진 애를 쓴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샘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운명의 상대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이름에 이니셜D가 없었던 닉과의 만남의 기회가 사라졌다.

결혼을 앞둔 그녀는 심리 치료사의 권고로 치료의 일환으로 적기 시작했던 '남자 때문에 겪은 인생 최악의 순간'을 적은 일기장을 꺼내 읽어보았다. '실수를 경험해야만 진실을 깨닫는 법이다...' 일기 속에 있던 최악의 순간들 속에서 그녀는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해 그녀 자신을 포장하고 꾸며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그 어리석은 진실을 뒤늦게야 깨닫고 샘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또 끔찍히도 싫어했던 광고 회사도 그만 두고 좀 더 보람을 찾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업의 자선활동 국장이 된다. 그리고 그녀의 운명의 상대도 그녀에게 돌아오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다. 자괴감에 파묻혀 스스로를 구덩이 속으로 파묻기를 서슴지 않는다. 과연 나는 형편없는 존재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우리는 누구라도 조금 더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이다. 내가 나를 평가 절하하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대단한(?) 남자에게 나를 꾸며 맞추려는 모습을 버려야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나를 꾸미고 포장하지 않아야 한다. 내 참모습을 감추고 포장해야 한다면 그 사람이 진실로 나의 연분인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케리는 자신의 인생 최악의 순간들 속에서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다행히도 우리는 가슴 아픈사랑이 몇 번있었지만 케리처럼 처절한 순간들 속에서 이 진리를 깨닫지 않아도 된다. 내 참 모습을 아낌 없이 사랑하고 든든한 지원군이 될 남자를 만나 충분히 사랑받아야 한다. 또한 일에서 만족감을 갖지 못하거나 끔찍히도 싫다면 조금더 보람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바람이 불어오듯, 내 스스로에게 참된 모습을 보이고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도 사랑도 꽃피는 봄이 올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이런, 눈물이 나려고 하네. 나는심하게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면 울음이 터지는 아주 창피한 버릇이있다. 정말 울음이 터지기 전에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 83p.

"<코스모폴리탄> 잡지에 나왔어. 자기 나이를 2로 나눈 다음 7을 더해서 나온 숫자가 데이트 상대가 될 수 있는 남자의 최저 연령이랬어." - 187p.

"당신하고 나머지 친구들이 좋은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타인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사람들은 실수를 경험해야만 진실을 깨닫게 되는 법이니까요."
"어머, 경관님도 레이보우 하슈와마 박사가 쓴 <뿌린 대로 거두리라>를 읽으셨어요?"
나는 드디어 천생연분을 찾아다는 생가이 들었다.
"예? 이건 그냥 누구나 아는 상식인데요."
"아, 예 ...... 안녕히 계세요." - 196p.

우리 넷은 서로를 껴안았다. 내 목을 틀어막고 있던 무언가가 터지면서 드디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제일 사랑하는 세 친구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친구들을 너무 사랑하고, 샌드라가 떠나는 것이 슬프고, 미셸이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낸 것에 감동 받고, 친구들이 나를 비난하지 않은 것이 너무 고맙고...... 그리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온갖 감정이 뒤섞이는 바람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껴안고 있는데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 들렸다. - 416p.

이 모든 일을 통해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남자 때문에 나 자신에계 솔직하지 못하고 자신의 참 모습을 감춰야 한다면 그 남자는 자신의 참된 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레인보우 하슈와마 박사의 말처럼 들리겠지만, 참된 짝이 아닌 남자와의 관계는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내 경우에는 참된 짝이 아닌 남자와의 관계가 하나같이 끔찍하고 우스꽝스럽게 끝났다. 이런 일에는 먼저 기선을 제압하는 편이 낫다. - 472p.


■ 저자 소개

저 : Robyn Harding 로빈 하딩

문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광고 회사 간부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후 소설가로 전향했다. 첫 번째 소설 <남자 때문에 일기 쓰는 여자 The Journal of Mortifying Moments>를 펴낸 후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있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고 있다.

역 : 서현정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번역작가 양성과정 수료 후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옮긴 책으로 <20대 인생에 관한 26가지 거짓말>, <꿈을 파는 빈티지샵>, <블랙의 법칙>, <서른 살의 키친>, <똑똑하게 사랑하라>, <이기적인 여자가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 <여자는 차마 말 못하고 남자는 전혀 모르는 것들> 등이 있다.


<남자 때문에 일기쓰는 여자>
로빈 하딩 지음, 서현정 옮김
민음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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