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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쓰레기마을 톤도에서 발견한 희망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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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저자
이지성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11-09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세상을 바꾸는 꿈의 교육!쓰레기마을 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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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세계 3대 빈민 도시 톤도에서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이야기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너진 공교육과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사교육. 게다가 동방예의지국(東邦禮義之國)이라 불리는게 무색해진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교육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공부를 통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우리의 아이들을 닦달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 필리핀.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쓰레기로 뒤덮인 마을 톤도. 빈민층의 아이로 태어나 쓰레기 마을에서 살면서 꿈조차 꿀 수 없고, 희망은 그저 사치로 받아들여지던 그 곳 톤도. 그야말로 빈곤의 악순환이었다. 그러던 그곳에 한 떨기 희망이 피어났다. '김숙향 교사'는 톤도 교육센터를 통해서 꿈마저 메말라 버린 척박한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다. 그녀가 일군 톤도 교육센터에는 특별한 교육 철학이 있다. "첫째, 배움의 기회에서 차별을 주지 않는다. 둘째, 우등생이 아니라 인간을 만든다. 셋째, 동반성장 학습을 교육 철학으로 삼는다." 톤도에는 대한민국의 여느 학교처럼 천편일률화된 주입식 교육은 없지만, 가치관 교육이 있었다.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꿈을 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부 이전에 인간(人間, 사람)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이제 그 곳의 아이들은 스스로 리더로 성장하며, 요리사로 수학 교사로 자신들만의 꿈을 펼쳐 나간다.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바꾸는 꿈의 교육이 시작된다

이지성 작가. 그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에서였다. 이후 인문 고전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리딩으로 리드하라>로 한 번 더 내 가슴을 두들겼다. 그의 생각도, 수수한 그의 문체도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가왔다. 쓰레기 마을 톤도의 어린이들과 그들의 교육을 위하여 힘쓰기로 한 것이다. 그는 반년 동안 김종원 작가와 함께 톤도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아이들을 돕기 위한 책을 내기로 한다.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은 그렇게 피어났다. 


이 책의 인세 전액은 톤도보다 더한 쓰레기 마을인 파야타스에 빵 공장이 딸린 학교를 짓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학교가 지어지면 약 1천여 명의 아이들이 음식 쓰레기 대신 매일 신선한 빵을 먹을 수 있고, 쓰레기를 주울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일이 아닌가. 이지성 작가와 김종원 작가는 내년 2월부터 아프리카의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3국으로 봉사를 하러 간다고 한다. 그들의 가슴 벅차는 삶에 존경을 표한다. 그의 책뿐만 아니라, 향기 나는 삶을 사는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그저 그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대신하겠지만, 소박한 나의 응원이나마 아이들에게 희망의 거름으로 쓰이기를 바래본다.




■ 본문 중에서


# 공부란, 인간 다음의 일이다 - 44p.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혹은 '생각 해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하고 싶은 일을 대답할 수조차 없는데 취직을 하려고 한다니. 면접 때 그들이 내뱉는 대답은 기껏해야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것이다. 시켜만 주면 그게 뭐든 일의 종류를 가리지 않겠다는 말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 뭘 잘하는지는 잘 몰라도 취직만 시켜달라는 뜻이다. 일단 취직만 하고 보자는 것이다. 삶의 방향을 정하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통해 성장한 사람의 표본이다. 30대, 40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하고 싶은 게 없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시작한 일을 계속하게 되고, 그게 익숙해지니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일을 평생 지속하게 된다. 이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대체, 태어난 목적이 무엇인가?

나(김종원)는 사람의 인생을 자동차에 비유한다. 뒷바퀴를 돌리는 것은 엔진이지만 앞바퀴를 굴려 가야 할 곳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내 두 눈으로 바라본 후 내린 판단이다. 가야 할 곳을 정하지 않고 액셀을 밟는 사람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다 _그와 그녀의 이야기

사랑 받지 못함은 

견딜 만한 아픔입니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음은

너무 아파 느낄 수도 없는 고통입니다.

          - 이정하, 「사랑할 수 없음은」에서

그는 괴로웠다.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 괴로운 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전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아 괴로웠다. - 78p.


인생 최대의 슬픔을 느꼈다. 사랑은 그렇게 그녀를 떠나갔다. 매일 밤 그녀는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장을 넘기듯 그를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해내려 할수록 눈물이 기억의 틈을 틀어막았다. 가라앉아도, 또다시 가라앉아도 그리움의 바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그녀는 생의 모든 엔진을 끄고, 흔들리는 마음을 따라 미친 듯 함께 흔들리고 싶었다. 막막했던 지난날들을 힘들게 함께 지내온 그가 생각날 때면, 온몸이 심장이 된 듯 무섭게 두근거렸다. 그가 없으면 나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89p.



# 가치관 교육을 완성하는 네 가지 교육법 - 161p.

1) 축구공은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만들어진다.

2) 세상에는 하루에 2천만 원을 받으며 축구를 하는 유명한 선수도 있지만, 일당 300원을 받으며 굳은살 박인 손으로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도 있다.

3) 32조각의 가죽을 1620회의 바느질을 통해 축구공을 만드는 아이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독물질로 인해 시력을 잃기도 한다.

4) 다섯 살 어린아이들도 노동자가 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축구공을 만드는 데 투입되지만, 그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공을 소유하지 못한다.


# 교육이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 181p.

살인마 신창원은 말했다.

"지금 나를 잡으려고 군대까지 동원하고 엄청난 돈을 쓰는데, 나 같은 놈이 태어나지 않는 방법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너 착한 놈이다' 하고 머리 한번만 쓸어주었으면 여기까지 안 왔을 거다. 5학년 때 선생님이 '새끼야, 돈 안 가져왔는데 학교는 왜 와. 빨리 꺼져' 라고 소리쳤는데, 그때부터 마음속에 악마가 생겼다."



# 사랑으로 모두가 행복한 교실 - 208p.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갉아먹는 다섯 가지 감정을 소개한다.

1) 빈정거림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2) 협박 "너, 오늘 저녁 굶을 줄 알아!"

3) 비교 "네 친구 반만 닮아라."

4) 조롱 "도대체 네 머리엔 뭐가 들었니."

5) 비난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래."



# 에필로그3_ 내 사진이 아이들 가슴에 희망으로 사랑주기를 - 332p.

쓰레기가 쓰레기로 보이지 않는 곳. 그곳에 난 서 있었다.

기회의 평등이란 그 출발선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만족될 수 없다.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영양 상태로 같은 무게의 신발을 신고 같은 기본교육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출발선을 떠나는 순간부터는 자신의 이지가 결승점을 지정하고 그 시간을 단축한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같은 출발조건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한다.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이지성, 김종원 지음, 유별남 사진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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