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산 2018 · 5+6 (VOL. 257), 사단법인 한국산악회 회보 2~5p.





이전 직장에서 함께 사내 기자로 활동하던 후배가 있었다. 유독 예의가 바르고, 누구에게나 배려심이 넘치던 그의 글 역시 예의가 바른 글이었다. 늘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글을 쓰던 후배는 틈틈이 페이스북에 본인의 생각을 담은 글들을 남겼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 이후에는 페이스북이 그의 글을 읽던 유일한 창구였다. 짧은 글과 사진이 대세인 시대의 SNS에 걸맞지 않게 긴 글들이었지만 대부분은 놓치지 않고 읽었다. 그런 그 후배가 그간의 글들을 엮어 책을 냈다. 


후배의 글에는 깊은 생각이 묻어있었다. 5년여의 짧은 사회생활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훨씬 성숙했다. 나 또한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직업과 취미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항상 무언가를 쓴다. 대부분은 여행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남기는 글들인데, 보통은 길 위에서의 감정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보다 감정을 전달하는 글쓰기가 늘 어려웠다. 그런데 후배는 그 어려운 이야기들을 엮어 산문집을 출간했다. 글을 읽고 책장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후배라는 호칭보다는 작가라 불려야 마땅하다.


<명함을 정리하며>의 출간은 서 작가의 글과 책 여정의 첫걸음일 것이다. 

첫 책을 출간한 설렘을 늘 간직하길. 앞으로도 서인석 작가의 여정을 늘 응원합니다 :)




# 명함을 정리하며 - 17~18p.


명함에 이름을 넣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의 사회를 굴린다. 명함은 쉽게 찍어지지만 그 명함에 이름을 넣는 과정은 어렵고 어둡고 막막하다. 뭘 잘해야, 혹은 뭘 잘못해야 명함에 이름을 올릴 조건이 되는지 세상은 아직 청년들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중략)

불합리와 불공평이 만연한 것을 잘 앎에도 청년들은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또 밖으로 달린다. 세상의 틈바구니에 끼어서 어떤 고생을 할지 몰라서가 아니다. 그저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들의 노력을 행사할 뿐이다. 평범한 이들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명함에 이름을 넣는 일은, 평범한 일이지만 평범하게라도 그들의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방법이다.



# 글 냄새 - 37~38p.


정리되지 않은 구석 책꽂이에서 이 냄새는 더 짙었는데, 오래된 책들의 냄새였다. 잉크와 종이가 만나면 그 특유의 냄새가 난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향기라고 부르지만, 굳이 이 냄새를 향수로 만들어 뿌리지 않는 것을 보면 향기라는 범주에 넣기에는 민망하다. 이 냄새는 책이 낡으면 낡을수록 짙어진다. (중략)

책의 오래됨과 양이 누적되면 냄새는 더욱 강해진다. 문자가 쌓이면 쌓일수록 짙은 냄새를 내는 것이다.



# 꼰대 1 - 93~94p.


머리를 노랗게, 주황색으로, 회색으로, 금색으로, 보라색으로, 분홍색으로 물들인 이후, 개인적으로는 꼰대 구분법이 상당히 쉬워졌다.

틀과 규칙이 없어도 되는 곳에 틀과 규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꼰대가 되기 위한 제1원칙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꼰대를 완벽히 정의할 수 없다. 물론 꼰대 정의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결정적 정체성은 바로 "하지만 나는 꼰대일리가 없지"라는 굳건한 믿음이다.



# 혁명가 - 157p.


내가 쌓는 가치와 당신이 쌓는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내가 하는 생각과 당신이 하는 생각이 똑같을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혁명은 그 이해에서 출발해야 더 많은 사람들을 혁명으로 품을 수 있다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혁명은 징징거림이 아니라 이해에서 출발한다. 위대한 혁명가들은 그랬다. 여러분들이 '프로불편러'로 남을지 위대한 혁명가로 남을지는 그 작은 차이에서 갈릴 것이라고 감히 단정지어 말한다.



# 담배 - 186p.


흡연자들조차도 어린 제 자식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려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자취하던 흡연자 친구도 담배는 꼭 집 밖에서 피우곤 했다. "왜 굳이?" 라고 물어보면 그 친구의 답은 "담배냄새 나잖아" 였다. 안 피우면 안 난다.



# Epilogue - 202p.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늘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단지 글 쓰는 게 재밌어서, 그리고 가진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게 좋아서 그랬습니다. 쓰다 보니 더 잘 쓰고 싶어졌습니다. 한두 번 글로 칭찬을 받아보니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명함을 정리하며>

서인석 산문

BOOKK, 2018



[원문] 마운틴저널

- http://www.mountainjournal.kr/news/articleView.html?idxno=248

코오롱등산학교 암벽 연수반 1기 수료기

 

처음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는 단순히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을 이르는 말이지만, 처음이라면 뭇사람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겨지는 만큼 그 의미는 배가된다.


1969년 인류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은 인류의 대부분이 기억하지만, 암스트롱보다 20분 뒤, 두 번째로 달에 도착한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베레스트를 가장 처음 오른 에드먼트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지만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한 에른스트 쉬미드(Ernst Schmied)와 유르그 마멧(Juerg Marmet)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악인에게 처음이라는 의미는 역시 남다르다.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가장 먼저 앞장서 나아가 위험을 극복하고자 하는 도전의 마음이 처음을 좇는 열정의 근원이리라.


작지만 처음을 꿈꾸는 예비 산악인들과 고급 암벽등반 기술을 습득하고자 하는 클라이머들을 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통 등산 교육기관인 코오롱등산학교는 지난 9월 암벽 연수반을 신규 개설하고, 6주간 주말 동안 1기의 첫 교육을 진행했다.

 

여러 암벽등반 루트를 오르고 난 후, 인수봉 앞에 모인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생들 ©코오롱등산학교

 


처음 진행한 암벽 연수반 1기 교육, 전원 수료하며 성공적 운영


첫 주 차 등반 실력 테스트를 시작으로 교육생들은 실력에 맞추어 5개 조로 배정되어 교육을 받았다. 강사 1명당 3인의 교육생이 배정되어 4인 등반 시스템으로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루트를 등반하는 등 다양한 코스의 암벽 등반 실습을 진행했다. 조별로 담임 강사의 지도 아래 족집게 식 과외라고 할 만큼 철저하게 교육생에게 맞춤 교육이 이루어졌다. 슬랩 등반 실력을 높이고 싶은 교육생을 위해서는 슬랩에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며 이동하는 방법 및 등반 중 발을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집중 교육을 진행했다. 등반 실력이 뛰어난 교육생 일부는 선등으로 루트를 오르며 안전하게 선등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높이는 등반 방법도 익혔다.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며 확보물(BD) 설치 위치를 교육 중인 배대원 강사 ©최원일


 

아두면 데 많은 반 중에 만나는 문제 해결


토요일 실습 교육에는, 등반 중에 만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간접 확보 중 부상자를 내리는 방법, Z 풀리로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방법, 하강 중 로프의 매듭을 통과하거나 다른 로프로 이동하는 방법 및 다양한 방식의 주마링 기술 등을 직접 체험하는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대다수의 교육생은 다양한 멀티 피치 등반을 많이 경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했으며, 소규모로 구성된 조별 인원으로 이동과 교육 진행이 빠르고, 수준별로 진행한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연수반이라 하여 자연 암벽 등반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말 이틀 중 토요일은 등반 중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교육들이 있었기에 경험만이 아닌 지식도 쌓을 수 있다며 만족했다.


후등자 확보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의 문제 해결 기술을 교육 중인 최원일 강사와 직접 실습 중인 교육생들 ©차승준



5시 퇴근 종이 울리면


주말 이틀 중 일요일에는 이른 새벽부터 인수봉과 선인봉에 올라 오후 5시 무렵까지 빈틈없이 조별로 암벽 등반 실습이 진행되었다. 비가 오는 악천후에도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 등 다양한 교육 진행 후, 예외 없이 5시에 끝난 덕분에 교육생들은 가족과 통화를 할 때 일요일에는 5시 전에 퇴근을 못한다는 우스개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루 평균 3개 이상의 멀티 피치 코스를 등반하고, 많게는 예닐곱 개의 루트를 등반하며 실력을 단단히 다졌다. 실력만큼이나 우애도 단단히 다지며 6주간의 주말 합숙 교육을 무사히 마친 15명의 교육생은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벅찬 마음으로 과정을 수료했다.

 

인수봉 의대길을 오르고 있는 윤명섭 씨 ©차승준

 

인수봉 써미트 길을 오르고 있는 기자 ©배대원

 

 

암벽 연수반 1기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오롱등산학교 양유석 교무는 2019년부터는 봄 시즌으로 확장 운영을 고려하는 등 지속적으로 교육 과정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연수반 교육을 위해 코오롱등산학교 강사진은 기존 숨은벽 루트의 노후화된 체인 및 볼트를 신규로 교체 및 위험 구간에 볼트를 추가했고, 2개의 슬랩 신루트를 개척하여 연수 1, 연수 2길로 명명했다. 돌아오는 봄 시즌에는 인공 등반(일명 볼트 따기) 슬랩 교육을 위한 루트를 추가로 개척할 예정이다.


 

암벽 연수반을 처음으로 수료한 교육생들 또한 각자의 등반 정을 이어가며, 산을 향한 꿈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다.

 


Information. 북한산 숨은벽 암장 -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 연수 1: 길이 30m, 난이도 5.10d

- 연수 2: 길이 25m, 난이도 5.10b, 필요장비 BD C4 0.5~0.75


북한산 숨은벽 연수1, 연수2길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기존 숨은벽 개념도에 연수1, 연수2길을 함께 표기한 개념도 ©코오롱등산학교


Information. 코오롱등산학교 암벽연수반 개요

- 교육 내용 :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선인봉 등지에서 다양한 암벽루트 실전 등반 및 선등 기술, 등반 중 만나는 문제 해결 기술 습득 (6주간 주말 합숙교육)

- 교육대상 : 고급 암벽등반 기술 습득을 원하는 만 19세 이상의 남녀

- 문의처 : 02-3677-8519 (이메일 : kolon_school@naver.com )

- 웹사이트: http://www.kolon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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