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은, 과정입니다 - 14p.

산을 오른다는 것은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산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또 이해하게 됩니다. 이해의 진정한 뜻은 아래에 선다는 것 'Under-Stand'입니다. 산은 오르지만 산 아래에 서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산뿐만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서야 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랑이나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이해는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바로 Under-Stand, 아래에 서는 것입니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로가 아래에 서려는 마음이 있다면 그때는 대화도 이해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눈빛만 보아도, 표정만 보아도 서로를 알게 되는 이신전심이니까요.



# 나는 미친놈입니다 - 100p.

나는 사람입니다. 사람이기에 넘어서지 못할 자연과 사투를 벌이면서도 하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지상의 30프로밖에 되지 않는 희박한 산소를 몰아쉬면서도 나는 도심이 아닌 산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산사람입니다.

정상은 끝이 있어도 추락은 끝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 힘의 원천은 자연에서 솟아 그곳에서 회유할 것입니다. 아직 살아 있어, 내가 미친놈처럼 산을 오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자신감 

- 162p.

자신감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 사람과 잘 안될 것 같다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 164p.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알고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이론과 실전은 다른 것입니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 나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경력입니다.

자신감이란 어떤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입니다.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부딪혀도 잘 될까 말까 하는 일에 시작 전부터 자신감이 없고 부정적인 것들을 먼저 생각하면 분명 실패하고 맙니다. (중략)

로자베스 모스 탠터의 책에 이러 말이 있습니다.

"실패를 하거나 문제가 생기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것은 성공 주기를 방해하는 대신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 과거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람들은 새로운 위협이 닥쳐도 위기감을 덜 느낀다. 리더의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은 위기 극복에 성공하거나 역경을 무사히 극복했을 때 더 강해질 수 있다."


- 170p.

혹여 실패하더라도 중도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렬히 원하는 것은 분명히 실현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그 순간을 그리며, 그것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며 나아갑니다.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오만과 자만입니다.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면 오만해 지고 자만해 지기 쉽습니다. 진정한 자신감은 기다릴 줄도, 때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일에 있어서 지나친 욕심을 내거나 이기적이면 안 됩니다.

자신감도 연습입니다. 자신감을 길러 보세요.



#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 263p.

도시에서의 호흡곤란은 히말라야에서 겪는 호흡곤란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어떻게 보면 도시의 사람들도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산'을 오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뿌연 매연과 황사, 요란한 기계음 속에서 사람들이 오르려고 하는 것, 도달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높은 산을 오르는가를 묻는 것처럼 나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너무도 빨리, 어디로 가고, 무엇에 도달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꿈을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엄홍길 지음

마음의 숲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08.05.28
상세보기





#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 - 10~11p.


8,000미터를 넘어서면 곳곳에 시신들이 즐비합니다. 예전에도 그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는 등반을 할 때 저는 그들의 시신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었습니다. 성취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었던 겁니다.

과연 히말라야의 정상에 선다는 것이 동료들의 시신을 외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 내려오지 못한 친구들 - 25~26p.


"내가 가서 무택이를 데려올게!"

그것은 감히 표현하건대 일생일대의 결단이었다. 탈진한 채로 설맹에 걸려 해발 8,750미터 부근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홀로 구조하러 간다? 그것도 이미 해가 져서 사위가 암흑 속에 묻혀버린 캄캄한 밤에? 만일 이것이 수학 문제였다면 정답은 부정적이다. 이성만으로 판단한다면 고개를 가로저어야 옳다. 하지만 백준호에게 박무택은 이성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고 수학 문제도 아니었다. 그는 산속에서 수많은 밤을 함께 보낸 산악회의 후배였고, 술자리에서 수많은 잔을 함께 기울인 정겨운 동생이었다. 그런 무택이를 저렇게 홀로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백준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 세상의 반대에도 결성된 휴먼원정대 - 54p.


세계 최초의 7대륙 최고봉 등정기인 《불가능한 꿈은 없다(Seven Summit)》를 보면 흥미로운 기록이 나온다. 1983년에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6,960미터)를 오르는 도중 '이상한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는 등산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운동화를 신고 저 홀로 정상으로 향하더니 끝끝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상한 한국인'이 바로 손칠규였다.

그는 그렇게 단독등정(한국초등기록)에 성고안 이후 하산길에서 그만 실족하여 수백 미터를 추락한다. 목숨을 잃기에 충분한 추락거리였지만 운이 좋게도 계속 눈 위를 굴러 살아남았다. 그리고 장비와 식량을 모두 잃어버린 그는 무려 열흘 동안 뱀을 잡아먹으며 인적미답의 정글 숲을 헤맨 끝에 가까스로 인간세상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정헌의 촐라체 조난 사건과 더불어 한국 등반사상 가장 극적인 생환 기록이다.



# 가족을 울리는 불효자식들


- 70~71p.

슬픔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슬픔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가고 나면 슬픔이 아닌 그 무엇으로 변해버린다. 그래서인지 정작 남편을 잃은 당사자인 미망인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미망인은 우리가 앉아 있는 마루를 피해 부엌 쪽으로 몸을 숨긴채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조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는 남편의 결단을 수긍하고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수긍과 이해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 80p.

산에 다니는 놈들은 모두가 불효자식들이다. 제 부모보다 먼저 죽는 놈들은 정말 나쁜 놈들이다. 그것도 도저히 찾아갈 수 없는 세상의 지붕 끝에서 꽁꽁 언 채로 죽은 놈들은 정말 뭐라고 형언할 수도 없는 죄를 짓고 간 놈들이다. 



# 쉴 틈이 없는 베이스캠프 - 135~136p.


"베이스캠프에 오니까 살 거 같아요. 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베이스캠프란 그런 곳이다. ABC(6,400미터), 캠프1(노스콜 7,100미터), 캠프2(7,700미터), 캠프3(8,300미터)에 머물다가 내려오는 대원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한다. 어떤 뜻에서 베이스캠프란 터미널과도 같다. 이곳은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대원들로 북적인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작전을 짜고 체력을 비축하여 다시 도전의 길에 오르는 것이다. 두 번째 오를 때에는 산행 시간이 대폭 짧아진다. 인트롬에서의 1박을 생략하고 그냥 하루 만에 올려치는 것이다. 베이스캠프에서 ABC까지를 열 시간 정도로 주파하면 괜찮은 기록이다. 완전히 고소에 적응하고 나면 그 기록을 여섯 시간 이하로 줄일 수도 있다.



# 우리랑 같이 내려가자 - 186p.


먼저 간 산 친구들이 그리웠다.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떠나갈 것이다. 하지만 흔적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해도 끝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했었다. 그들과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애틋한 우정을 나눠 가졌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가슴속에 묻었다. 우리의 육신과 흔적들이 모두 다 사라져버린다 해도 이 가슴만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히말라야의 눈물>

심산 지음

지식너머, 2015

히말라야의 눈물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심산
출판 : 지식너머 2015.12.25
상세보기




 

# 영원한 동료이자 가족, 셰르파 - 76~77p.

 

셰르파족은 16세기쯤 티베트 동부 캄 지방에서 에베레스트의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르파란 말이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을 지칭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언어, 복장, 종교, 생활풍습 등 모든 면에서 티베트 사람과 비슷하다. 이들은 네팔에만 1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인도의 다르질링, 칼림퐁 지역에도 일부 있다. (중략)

현재 히말라야 등반의 거점인 쿰부와 솔루 지역에는 1만 명 정도의 셰르파족이 살고 있다. 셰르파족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짓는다.

월요일에 태어나면 다와, 화요일이면 밍마, 수요일이면 락파, 목요일이면 푸르바, 금요일이면 파상, 토요일이면 펨바, 일요일이면 니마로 한다. 이름만 들어서는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내 인생의 거대한 산, 아버지

 

나는 좀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고 호들갑을 떠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러다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상처와 실망감이 얼마나 큰지 아는 까닭이다. 나뿐 아니라 함께 일을 추진한 동료들도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등반을 할 때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전 점검도 여러 번 한다. 훈련도, 예산 마련도 다 그렇게 한다. 해외원정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고 있다. - 144p.


청색은 하늘, 흰색은 구름, 적색은 불과 사람, 녹색은 물, 노란색은 땅을 뜻하는 다르초 깃발. 그 안에 동료들의 안전과 무사를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를 담는다 - 146p.



# 그때는 모든 게 어려웠다 - 179p.

 

등반할 때는 산악인을 봐 주는 관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룰도 없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청춘을 바쳤다. 그저 목표와 꿈이 산에 있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오르고 또 올랐던 것이다. 어쩌면 단순히 산에 오르는 일에서 시작해 내가 산이 되고 싶어 올랐던 것인지도 모른다.



# 나가며_ 그래도 나는 아직 산에 오른다 - 263p.

 

'큰 산을 하나 넘었다'는 말이 있다. 어떤 큰일이나 힘든 일을 무사히 치른 뒤 하는 말이다. 삶의 큰 산 하나를 넘었을 때 자신감이 생기고 마음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처럼 실제로 산 하나를 넘고 내려오면 그런 마음이 생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듯이 목숨을 걸고 하면 무슨 일이든 겁날 까닭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의 8000m 16좌를 모두 오르고 나니 어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오를 산이 없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다. 산을 오르는 것은 배움이고 수행이기 때문이다.

높은 산이나 낮은 산이나 저마다 정기와 깨달음을 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 그것이 소중한 나의 인연들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내 가슴에 묻은 별>

엄홍길 지음

중앙북스, 2012

 

내 가슴에 묻은 별
국내도서
저자 : 엄홍길
출판 : 중앙북스 2012.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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