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사람과산 2019 09월호 (Vol.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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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페이스와 함께하는 아웃도어 파라다이스 _ 설악산 적벽
 
글 · 문예진 기자  사진 · 주민욱 기자  협찬 · 레드페이스
 
그것은 위압감이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100여 미터의 검붉은 벽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 나는 분명 그런 것을 느꼈다. 때는 지난해 8월, 등반 차 설악산을 찾았다. 옛 비선대 산장 건너편의 가파른 사면을 따라 10여 분 오르니 이내 머리 위로 조망이 트이고 적벽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보니 적벽은 위로 오를수록 경사가 심해지는 오버행이었다. 턱을 높이 치켜들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혀야만 그 자태가 한눈에 담겼다. 그것은 바위(岩)도 봉(峯)도 아니었다. 과연 벽(壁)이라 불릴 위용이었다. 


벽의 중앙부로 시선을 옮겼다. 누군가 하강을 위해 던진 로프가 허공에 떠 있었다. 로프와 벽 사이의 거리만 보아도 아찔한 각도와 고도가 체감되었다. 그 아래 정적의 붉은 벽 위로 새하얀 가루가 흩날렸다. 두 명의 클라이머가 에코-독주길을 오르고 있었다. 배대원, 차승준씨였다.  

 

적벽(赤壁)이 부른다
처음 봤을 때부터 문 기자와 돈독한 사이가 될 거라는 느낌이 딱 들었었죠. (웃음)”
딱 1년 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8월이 되었고, 다시 적벽을 찾았다. 1년 전 적벽에서 처음 만났던 두 클라이머 배대원, 차승준 씨도 함께했다. 적벽에서의 첫 만남 이후로 기자와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었는데, 수년 전부터 코오롱등산학교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대원씨와는 사제지간이 되었으며, 차승준씨와는 등산학교 선후배이자 동문이 되었다. 북한산, 도봉산, 대둔산, 선운산, 판대아이스 파크 등 함께 줄을 묶으며 다진 자일의 정은 금세 두터워졌고, 어느새 우리는 악우(岳友)지간이 되었다. 1년 전 처음 찾은 적벽에서 처음 만났던 인연들과 다시 찾은 적벽. 이번 취재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었다. 


적벽은 사선크랙과 페이스로 이루어진 평균 경사 100도의 오버행 벽으로, 힘과 유연성, 기술과 경험이 고루 필요한 중급자 이상의 등반실력이 요구되는 고난도 등반지이다. 적벽 등반은 1960년 대 부터 시도되었으나, 당시만 해도 위협적인 오버행은 불가능의 영역과 같았다. 마침내 1978년, 크로니산악회와 에코클럽에 의해 초등된 이후에야 뭇 등반가들의 오름짓으로 붉게 타올랐다. 크로니산악회의 ‘크로니길’과 에코클럽의 ‘에코길’, 인천교대산악부의 ‘교대길’과 이성주씨의 ‘독주길’이 차례로 개척되었고, 2001년에는 전용학씨가 ‘2836’을 개척했다. 


“며칠 전에 대원형이랑 미륵장군봉 타이탄 길에 등반하러 왔었어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유선대 인천교대길을 등반할 계획이고요. 장마라고 등반을 멈출 순 없죠. 설악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최근 틈만 나면 설악을 찾고 있다는 차승준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이런저런 반가운 근황을 나누며 소공원에서 와선대를 지나 천불동계곡에 이른다. 비선교를 건너 뒤돌아보니 정면으로 우뚝 솟은 기암이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좌측으로 허리춤에 금강굴을 자랑하고 있는 미륵장군봉이 보이고 그 옆으로 고고하게 솟은 적벽이 눈길을 훔친다. 내리는 비에 짙어진 벽이 유난히 붉은 자태를 뽐낸다.  


“예전 같았으면 비선대 산장에서 여유롭게 비가 그치길 기다렸을 텐데 말이죠.” 
순식간에 빗방울이 굵어지고, 잠시 나무 아래로 몸을 피해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빗나간 예보에 우중 등반을 감행하게 된 취재진이 긴급대책회의를 연다. 배대원 씨가 아쉬운 한숨을 내뱉으며 멀리 적벽을 바라본다. 
“크랙 사이로 물이 너무 흘러요. 오늘 에코-독주 등반은 좀 어렵겠는데요.”

 

 그 벽 위로 비바람 내리칠 때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재빨리 적벽으로 이동해 등반 준비를 시작한다. 장비를 착용하며 고개를 돌리니 우측으로 수려한 설악의 침봉이 눈에 담긴다. 준비를 마친 배대원씨가 ‘자유2836’ 앞에 선다. 젖은 바위를 이리저리 만지더니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물바위가 이내 못 미더운 눈치다. 조심스레 등반을 시작한 배대원씨가 사선크랙을 따라 침착하게 첫 피치를 지난다. 평소 같으면 재빨리 올랐을 구간도 수차례 시도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니 쉽지 않음이 느껴진다. 적벽의 붉은 크랙 사이로 빗물이 계속 흐르고, 빌레이를 보는 차승준씨의 두 손에도 긴장감이 스민다. 


“승준아, 올라올 때 물 챙겨와!”
“대원형은 꼭 출발 후에 이런 부탁을 한다니까요! 버릇을 고쳐줘야 겠어요!”
후등으로 차승준씨가 등반을 시작한다. 그녀가 등반을 시작하자 비가 그치고 바람이 멎는다. 곧이어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하늘이 개고 빛이 든다. 앞서 배대원씨의 등반을 지켜보며 등반 상태를 파악한 차승준씨가 미끄러움에 발이 터지는 걸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1피치를 지난다. 무사히 선등자에게 식수와 행동식 배달 임무를 완수한 차승준씨가 메고 온 배낭을 1피치 종료지점에 데포시킨다. 


‘자유2836’은 본래 ‘2836’이다. 2001년 개척 당시 개척자 전용학씨가 인공등반루트로 올랐다가, 2008년에 자유등반으로 2836을 다시 오르면서 루트명 앞에 ‘자유’를 붙여 ‘자유2836’으로 정정했다. 배대원씨가 자유2836 2피치 바위 턱을 지나다 두 차례 미끄러진다. 결국 한 손으로 퀵드로를 잡은 채 루트파인딩을 한다. 연신 젖은 손을 옷에 닦기 바쁘다. 
뒤이어 2피치 등반을 시작한 차승준씨가 1피치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시원시원한 동작을 보여준다. 2피치 중간부, 차승준씨가 다음 홀드를 향해 몸을 던지다 발이 터지면서 1m가량 추락을 먹는다. 홀드가 불확실한지 자세를 다양하게 바꾸며 시도를 이어간다. 차승준씨가 온 힘을 다해 버티며 무사히 크럭스를 지나 세 번째 퀵드로에서 로프를 뺀다.  
“으악! 텐션!”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순식간에 폭우가 쏟아진다. 차승준씨의 외침이 빗소리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그녀의 오름짓은 물안개를 가르며 붉은 벽을 타고 오른다.    

 

사제지간에서 최고의 자일파트너로 
“다행히 오버행이라 비를 많이 맞지는 않았어요. 역시 적벽은 적벽이네요.”
등반을 마친 배대원씨와 차승준씨가 허공에 로프를 던진다. 차승준씨가 먼저 하강하고, 뒤이어 배대원씨가 하강한다. 이후 배대원씨가 장비를 정리하고, 차승준씨가 로프를 사린다. 별다른 조율 없이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등반이 마무리된다.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환상의 콤비가 따로 없다.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사제지간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종 등반을 함께하며 자일의 정을 쌓았고, 서로의 등반스타일과 성향을 맞춰가며 어느새 최고의 자일파트너가 되었다. 


“저는 고산등반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지난겨울에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올랐어요. 대원형도 같이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에요~” 
차승준씨는 암벽과 빙벽에 이어 올해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드라이툴링을 시작했다. 얼마 전 응시한 등산 강사 자격시험에서는 합격의 쾌거를 이뤘다. 다양한 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레 도전 정신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양해지고 있다는 차승준씨. 언제부턴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도 킬리만자로를 시작으로 첫걸음을 뗐다. 


“승준이는 나중에 빅월등반도 배우고 싶다고 해요. 저는 뒤에서 항상 지지하고 응원할 생각입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요즘 크랙등반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그동안 다양한 등반을 했지만 째밍이나 고난도 크랙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거든요. 뒤늦게 주변 형누나들을 통해 크랙과 전통등반의 가치에 빠졌습니다.” 


빙벽·드라이툴링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던 배대원씨는 지난 2월, 판대 아이스파크에서 개최되었던 아이스클라이밍 페스티벌에서 난이도와 스피드 부문 개인전 1위를 석권했다. 그의 뒤로 현역 선수들이 순위권에 들었으니, 선수생활을 떠난 7년의 시간이 무색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전통등반에 심취할 계획이라는 클라이머 배대원. 지칠 줄 모르는 그의 도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스위스 알프스 전통 트레일로 일컬어지는 비아 알피나(Via Alpina). 30명의 알파인 중에서 비아 알피나로 향하는 최종 다섯 명을 선발한다고 했다. 처음엔 자못 경쟁으로만 치달을 수 있다고 의심했던 관계들이었는데,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러 함께한 지난 시간을 톺아보니 '행복'이었다.

 

여느 여름보다 뜨거웠던 지난 7~8월. 두 달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매주말이면 조금씩 가까워졌다. 배려와 이해가 더해가며 서로를 북돋웠다. 어느새 우리 사이에는 끈끈한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매번 웃는 얼굴로 유독 살갑게 다가와 내 마음을 녹인 은주 언니. 그녀는 이 여름, 누구보다 뜨겁게 열정을 불살랐다.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입어 모두가 안타까워했는데, 채 아물기도 전에 언제 다쳤냐는 듯 밝은 얼굴로 다시 나타났다. 마치 행복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았다. 이 여름의 끝자락에, 주말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부상과 싸우며, 바쁜 시간을 쪼개 한 땀 한 땀 써내려간 그녀의 책이 출간되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산들을 동경하는 내게는, 그녀가 걸어간 그 모든 길들이 꿈만 같았다. 전문 산악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담백하게 여행자의 시각으로 쓰인 알프스의 길들이 이어졌다. 알프스 3대 미봉인 몽블랑, 마터호른, 융프라우를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을 좇다 보니 알프스의 공기를 함께 들이마시고 있는 착각마저 들었다. 여행이 뜻대로 이어지지 않을 때조차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사랑스러운 여행자.

 

봄 날의 단비같은 언니, 우리 종종 같이 걸어요! 그리고, 몽블랑도 다시 가야하잖아요? :)

 

 

■ 본문 중에서

# 프롤로그_ 툭 건들면 폭우를 쏟아낼 것 같은 날들 - 7p.

걷고 싶었다. 멈추면 조바심 나는 길이 아니라 멈추면 행복해지는 길 위를 걷고 싶었다. 온전히 나를 바라보는 시간 앞의 풍경을 걷는 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방향을 점검할 겨를도 없이 달려온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걸음의 속도로 세상을 보고 싶은 열망으로 뜨거웠다.

생각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시간조차 무의미했다. 마음은 최소한의 방향이 결정되면 일단 부딪치라며, 내게 당장 짐을 싸서 여행가방을 꾸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날 각오, 평생에 단 한 번 내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결정이 내 인생에서 가장 진하게 기억될 변곡점이 될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두 손 가득 쥐고 있던 내 삶의 커리어에 '퇴사'를 결정하고,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 놓고 다시 싸는 여행을 시작했다.

 

 

# 13_ 이곳, 취리히는 사랑하기 좋은 날 - 96~97p.

길가의 가로등 불빛에 기대어 속삭이는 사랑스러운 커플도, 황금빛으로 물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도, 한 손에 쿱마트 봉투를 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슈트 차림의 신사도, 트램에서 손잡고 의지하며 내려오는 은발의 아름다운 노부부의 모습도, 모두 눈이 부시다.

짧은 하루 평생 기억될 이 시간을 위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밤이 새도록 불어오는 밤공기를 붙잡고 걷고 싶은 거리다. 혼자라는 사실을 자각할 즈음 왜 이리 함께 오고 싶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것인지. 오롯이 혼자였기에 누릴 수 있었던 감정.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축복이 내게도 내려앉았다. 여기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으면,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다.

취리히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 17_ 드디어 알스프를 걷다, 융프라우 - 137p.

마음속에 자기 산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스위스 사람들처럼, 이번 여행의 끝에서 난 어떤 산을 나의 산으로 저장하게 될까? 그 순간을 마주 대할 때 나의 마음이 딱 오늘과 같기를...

 

 

# 23_ 갈 길을 잃은 몽블랑 트레킹 - 182p.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궂은날도 조금은 즐길 줄 알게 되는 삶의 굳은살이 늘고 있었다. 삶이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더라도 오늘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파란 구름 아래 바람을 활강하며 몽블랑을 걷는 그날이 그림자처럼 아른거린다.

걷기를 멈추지 않는 한, 언젠가 또다시 만날 수 있겠지. 몽블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 25_ 자발적 여행자들의 만찬 - 196p.

여행의 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디로 뻗어나갈지 모를 길 위에서 나는 많이도 웃었다.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시간이었기에 '행복할 거리'를 찾고자 하는 나의 본능적 노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그때마다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나는 벌써부터 이 여행이, 이 길이 몹시도 그리워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행복한 하루는, 기적에 가까우니까>

헤이쥬,

더시드 컴퍼니

 

행복한 하루는, 기적에 가까우니까
국내도서
저자 : 여행자 헤이쥬
출판 : 더시드컴퍼니 2019.09.11
상세보기

폭염 경보가 내린 무더운 여름, 물을 마셔도 갈증이 잘 해소되지 않던 날, 우리는 함께 그늘 한 점 없는 한양도성 길을 걷고 있었다.

"사막도 달렸는데,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지?"

"더운 건 더운 거예요"

장난스러운 대답 너머로 아련하게 사막 마라톤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함께 산행을 하던 동반 인원들이 연신 '덥다'라는 말을 연발할 때에도, 입 밖으로 덥다는 표현을 내뱉지 않던 그였다. 부정적인 말 한마디가 주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아는, 어른 같은 눈치였다. 

 

"힘들지 않았어?"

훈련이 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조금 덜 힘이 들 수는 있지만, 누구나 힘이 들고 덥다고 했다. 다만 극한의 고통, 이 순간만 넘어서면 결승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라톤을 경험했던 이들이라면 한계를 극복하고 견뎌내는 방법, 그 기분을 아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도 내성이 생기는 것 같다고.

어떤 계기로 사막에 갔는지, 그곳에서는 어떠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고통을 참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걸음씩 묵묵히 노력하는 방법. 노력 후 성취감을 얻는 기분에 대해 그의 경험을 공유해주었다. 그 성취감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았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도전이 드문 세상에서 더욱이 젊은 청춘의 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꿈'이라는 방향을 좇아 한 걸음씩 노력하는 그의 청춘이 대견했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이란 열정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긍정 비타민 같은 그의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하라 사막 250km 마라톤을 도전하던 당시, 1년 차 병아리 간호사였지만 환자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1년 차가 아니었던 그는,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6개월여 체력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본인의 꿈을 설명하는 제안서를 만들어 두드렸다. 그렇게 달렸던 사막에서 그는 원하던 꿈을 이루고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

 

원하던 학과에 입학하기 위한 학창시절의 노력에서부터, 꿈을 이룬 후에도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모습을 읽어나가며 나는 이미 그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그의 앞날의 도전들을 응원한다. 그 앞길에 펼쳐진 가시밭길도 꽃길이 되기를 :)

 

 

■ 본문 중에서

 

# 열등감이 나를 만든다 - 38p.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결과들 또한 모두 내가 가진 열등감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결과였다. 항상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다고.

 

뒤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열등감'이었다.

 

 

# 오늘 하루가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 96p.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정도로 지금까지 많은 선택을 해 왔고 앞으로 해야 할 더 많은 선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그러한 선택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새로이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직면할 선택의 기로에서 후회 없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는 어떠한 일을 시작하거나 무엇인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만약 오늘 하루가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나는 과연 이 일을 할 것인가?'

 

 

# 사하라 사막으로 가겠습니다 - 131p.

지난 일주일간 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고생했던 시간들이 결코 의미 없는 헛된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모두 다 안 된다고 말했을 때 나도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다면 아마 제안서를 작성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당연히 대회 출전을 위한 휴가 또한 받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며 자신이 원하는 꿈에 대해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가슴 뛰는 꿈에 도전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꿈이 단순히 꿈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커다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때 나는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 사막을 달리는 간호사를 아시나요? - 154p.

나눔 프로젝트인 '사하라 사막에 피는 꽃'은 사하라 사막 기부 마라톤을 준비하며 내가 기획한 1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작은 불씨가 마른 장작에 번져 가듯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선의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되었다.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황량하고 메마른 사막에서 피어나는 꽃은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내던 꿈이, 누군가에게는 주변을 돕는 따스한 손길이 될 것이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 사막 마라톤에서 가장 두려웟던 것 - 237p.

아무도 나를 이곳에 오라고 강요하거나 시키지 않았다. 사막에 올 때 내 선택으로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포기하는 것 또한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날 괴롭히는 살인적인 더위, 육체적 고통, 일주일간 씻지 못해 땀과 모래 범벅이 된 찝찝함보다 스스로가 '포기'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이 더 무섭고 두려웠다. 포기한다면 지금 당장 몸은 편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눈앞에 마주한 상황과 맞서지 않고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 포기하지 않는다면 - 251~252p.

사막 마라톤을 하며 느낀 것이 있다. 사람의 걸음은 생각보다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낙타파 사람들과 함께 걷다가 잠깐 신발의 모래를 털어 내기 위해 발걸음을 멈췄다. 모래를 털어 내고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것까지 몇 분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앞에 가던 선수들이 저 멀리서 걸어가고 있었다. '혹시 내가 안 본 사이 달렸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문득 '걷는 것'처럼, 빠르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꾸준한 행위가 쌓이고 쌓이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꼭 한 번에 확 달리거나 변화할 필요는 없다. 하루하루를 마치 꾸준히 걷는 것처럼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 분명히 남들보다 한참이나 앞서 나가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결승선을 통과하다 - 258p.

완주 메달을 목에 거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성취감과 기쁨이 몰려왔다.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드디어 해냈다. 길고도 길었던 일주일간의 250km 사막 레이스를 63시간 15분 50초 만에 완주했다.

 

 

# 펀딩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 - 283~284p.

시간이 없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주의 휴가가 필요했다. 수간호사 선생님을 설득하기 위해 15장 분량의 제안서를 제출했고 결국 16일의 오프를 받아 낼 수 있었다.

 

체력이 없었다.

마라톤 대회에는 생전 나가 본 경험이 없었다. 마라톤에 '마'자도 모를 정도로 체력이 없었지만 근무 전, 후, 쉬는 날마다 매일같이 한강을 달려 250km의 사막을 달려 낼 체력을 키울 수 있었다.

 

돈이 없었다.

700만 원이라는 사막 마라톤 참가 경비가 필요했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후원 제안서를 작성해 수십 곳에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받을 수 있었다.

 

나 또한 항상 매번 도전마다 실패가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두려움이라는 것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스스로가 만들어 낸 환상일 뿐이다. 어떠한 일을 도전할 때 두려움이 있다면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그 일에 도전을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두려움을 가장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일단 부딪치고 깨지며 경험해 보면 금방 두려움은 신기루 같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뒤돌아보면 어느 것 하나 쉬웠던 도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믿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믿으면 정말로 할 수 있게 된다. 

 

 

# 끝나지 않은 도전

- 290~291p.

마침내 목표했던 꿈을 이뤘다. 문제는 그리고 나서부터였다. 그동안 항상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렸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꿈을 이루고부터는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 주는 이정표를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새로운 크고 작은 꿈들에 대한 목표를 정했다.

 

- 295p.

사실 여러 가지 도전들을 한다고 눈에 보이는 드라마틱한 결과물이나 보상 따윈 별로 없다. 심지어 모든 도전이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경험함으로써 한층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도전을 통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이 감정은 단순히 자만이나 잘난 척과는 다름 감정이다. 바로 스스로가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많은 도전들이 나에게 가져단 준 것이다. 앞으로 살아가며 내가 경험하게 될 새로운 도전들이 무엇이 될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나는 새로운 꿈을 꾸며 꿈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다시 한 번 달려 볼 생각이다.

 

오늘은 늘 먹던 익숙한 음식이 아닌 새로운 메뉴에 도전해 보고 가 보지 않았던 낯선 골목길을 걸어 보는 것이 어떨까?

 

 

# Epilogue - 297p.

현실의 안주로부터 오는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은 달콤하다. 굳이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별 문제 없이 흘러가는 지금의 일상이 꽤나 만족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하루는 결코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없다. 아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새로운 자극이 끊임없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것은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환경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안정적일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자극이 없는, 다르게 말해 더 이상 성장이 없는 상태가 아닐까?

 

'현실'이라는 벽은 높지만, 앞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운 꿈을 가슴속 한편에 품고 사는 '현실주의자'로 살아가고 싶다.

 

 

<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김보준 지음

포널스 출판사, 2019

 

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국내도서
저자 : 김보준
출판 : 포널스출판사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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