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중에서


# 4. 후추에 감춰진 슬픈 진실 - 65p.

당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팔려간 노예의 수는 1,200만 명에서 2,000만 명 사이라고 한다. 이 중 5% 정도만 미국으로 갔고 나머지는 브라질, 카리브 섬 등으로 팔려갔다.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통해 항해하는 동안 약 20%의 노예들이 배 안에서의 열악한 위생과 영양결핍으로 사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노예 거래를 통해 가장 이득을 많이 본 영국이 가장 먼저 노예제도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1772년 솜머셋 사건(Sommersett Case)에서 영국 법원은 영국 내의 노예제도를 불법이라고 판결한다. 비록 영국의 식민지에서는 노예제도를 여전히 인정하였지만...

이후 윌리엄 윌버포스(Willian Wilberforce)와 토마스 클락스(Thomas Clarkson) 등의 활약으로 영국에서는 1807년에 노예 폐지법이 통과했으며, 영국으로 들어오는 배에서 노예가 발견되면 노예 1인당 100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영국은 1833년에 자국의 식민지에서도 노예제도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1838년에 이 법이 최종 실행됐다.

당시 전 세계 노예 거래의 41%를 차지하고 있던 영국으로서는 큰 결심(?)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영국은 과연 노예제도가 잔인하거나 비 인간적이어서 폐지한 것일까? 아니면 영국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 신사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폐지했을까?

절대 아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의 영국에서는 유럽의 다른 나라에 앞서 산업혁명이 심화되면서 노예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산업이 기계화되어 갔다. 따라서 노예제도의 필요성은 점점 사라져 갔고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영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6. 착취의 시대, 아프리카를 쟁탈하라 - 88~90p.

베를린 조약의 주요 내용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아프리카 영토 합병 시 다른 유럽 제국에게 통고

2. 합병의 유효화를 위한 효과적인 점령

3. 콩고 분지에서의 교역의 자유

4. 니제르 및 콩고 강의 항해의 자유

5. 노예 거래의 금지


매우 슬픈 사실이지만 이 베를린 컨퍼런스(1884.11 ~ 1885.02)는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유럽인들의 땅따먹기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자리였다. (중략)

베를린 컨퍼런스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러시아, 스페인, 스웨덴-노르웨이, 오스만투르크, 미국이 초청됐다.

그리고 너무도 지당(!)하게도 이 회의에는 단 한 명의 아프리카 사람도 초청받지 않았고 참석하지도 않았다. 아프리카의 주인인 아프리카 사람들의 참석 없이 아프리카의 영토 분할은 이렇게 합의가 됐다.


# 유럽 제국주의 국가별 식민지 표 -117p.


 제국주의 국가

 식민지 

 벨기에

 콩고자유국 및 벨기에 콩고(오늘날의 콩고민주공화국), 루안다-우룬다(르완다 및 부룬디) 

 프랑스

 프렌치 서부 아프리카 

 모리타니아, 세네갈, 알브레다(감비아의 일부), 프렌치 수단(말리), 프렌치 기니(기니),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니제르, 프렌치 상볼타(볼타 강 상류 지역으로 부르키나파소), 프렌치 다호메이(베닌), 프렌치 토고랜드(토고)

 프렌치 적도 아프리카

 가봉, 프렌치 카메룬, 프렌치 콩고(콩고공화국), 우방기차리(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프렌치 북부 아프리카

 프렌치 알제리, 프렌치 튀니지아보호령, 프렌치 모로코

 프렌치 동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코모로, 프렌치 소말리랜드(지부티), 레위니옹 등 인도양 섬들(아직도 프랑스 식민지)

 독일

 게르만 카메룬(카메룬과 나이지리아 일부), 게르만 동부 아프리카(르완다, 부룬디, 탄자니아), 게르만 남서부 아프리카(나미비아), 게르만 토고랜드(토고와 가나의 동쪽 일부)

 이탈리아 이탈리아 리비아, 이탈리안 에리트리아, 이탈리안 소말리랜드, 이탈리안 에티오피아

 포르투갈

 앙골라, 포르투갈 통고(앙골라 카빈다지방), 모잠비크, 포르투갈 기니(기니비사우), 까보 베르데, 사오토미 프린시페, 우이다(베닌의 일부)

 스페인

 스페니시 사하라(서사하라), 스페니시 모로코, 스페니시 기니(적도기니)

 영국

 이집트, 앵글로-이집트 수단, 브리티쉬 소말리랜드(소말리아 일부),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탕가니카 지역), 잔지바르, 베슈아나랜드(보츠와나), 남부 로데지아(짐바브웨), 북부 로데지아(잠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역(트란스발, 케이프, 나탈, 오렌지공화국), 나미비아, 감비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브리티쉬 토고랜드(가나 일부), 카메룬(카메룬과 나이지리아 일부), 브리티쉬 골드코스트(가나), 니야사랜드(말라위), 바수토랜드(레소토), 스와질랜드

 독립 국가들

 - 라이베리아 (미국에서 이주한 노예들에 의해 1821년 성립, 1847년 독립 선포)

 - 에티ㅗ피아 제국 또는 압비시니아(1936~1941년 이탈리아에 의해 잠시 점령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독립국가 체제 유지)


# 12. 자유를 향한 눈물의 땅 ,라이베리아 - 161p.

한국 진출을 꿈꾸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사용하는 <생활 한국어> 책에는 '때리지 마세요', '욕하지 마세요', '도와주세요'가 주요 예문으로 사용된다. 이것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는가.

약자로서 설움을 겪었으면 그 설움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약자가 강자의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약자의 설움을 까맣게 잊고 강자의 횡포를 휘두른다면 그것은 역사의 진보가 아니라 역사적 비극이다.


# 아프리카의 국가별 식민지배자 및 독립 연도 - 173~175p.


 국가 명

식민지 이름 

 제국주의 명

 독립일

 초대 수반

 라이베리아

 라이베리아 연방

 없음

 1847. 07. 26

 조셉 로버츠

 이집트

 이집트 영국 1922. 02. 28 사르와 파샤
 남아공 남아공 연합 영국

 1931. 12. 11

 
 에티오피아 이태리동부 아프리카 이태리

 1941. 05. 05

 하일레 셀라시에
 리비아 이태리 리비아 이태리, 영국, 프랑스 1951. 12. 24 이드리스 국왕
 수단 영국이집트수단 영국, 이집트 1955. 12. 19 이스마일 알 아즈하리
 튀니지

 튀니지프랑스보호령

 프랑스 1956. 03. 20 무하마드 알아민
 모로코 모로코프랑스보호령 프랑스, 스페인

 1956. 04. 07

 모함마드 5세
 가나 황금해안 영국, 독일 1957. 03. 06 크왐 은크루마 
 기니 프렌치기니 프랑스 1958. 10. 02 세코 뚜레
 카메룬 카메룬

 독일, 프랑스, 영국

 1960. 01. 01

 아마두 아히조
 토고 프렌츠 토고랜드 독일, 프랑스

 1960. 04. 27

 실바누스 올림피오

 말리

 프렌치수단

 프랑스 1960. 06. 20 모디보 케이타
 마다가스카르 말라가시보호령 프랑스 1960. 06. 26 필리베르 치라나나
 DR 콩고 벨기에콩고 벨기에

 1960. 06. 30

 패트리스 루뭄바
 소말리아 영국 소말리랜드,
 이태리 소말리랜드
 영국, 이태리 1960. 06. 26
 1960. 07. 01
 무하마드 하지,
 아덴 압둘라
 베닌

 프렌치 다호메이

 프랑스 1960. 08. 01 휴버트 마가
 니제르 니제르식미닞 프랑스 1960. 08. 03 하마니 디오리
 부르키나 파소 프렌치상류볼타 프랑스 1960. 08. 05 모리스 야메오고
 코트디부아르 아이보리코스트 프랑스 1960. 08. 07 펠릭스 후페브와니
 차드 프렌치챠드 프랑스 1960. 08. 11 프랑스와 톰발바예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우방귀샤리 프랑스 1960. 08. 13 데이비드 다코
 콩고공화국

 프렌치콩고

 프랑스

 1960. 08. 15 풀베르 율로우
 가봉 프렌치적도기니 일부 프랑스 1960. 08. 17 레옹 음바
 세네갈 수단공화국 일부 프랑스 1960. 08. 20 레오폴드 셍고르
 나이지리아 영국령 나이지리아 영국 1960. 10. 01 엔남디 아지키웨
 모리타니아

 프렌치 서부아프리카 일부

 프랑스 1960. 11. 28 목타 다다
 시에라리온

 세에라리온

 영국

 1961. 04. 27

 밀턴 마르가이
 탄자니아 탕가니카,
 잔지바르
 영국 1961. 12. 09
 1963. 12. 10

 줄리어스 니에레레,
 잠시드 압둘라 

 르완다

 루안다우룬디 일부

 벨기에

 1962. 07. 01

 그레고리 카이반다
 부룬디 루안다우룬디 일부 벨기에 1962. 07. 01 앙드레 무히르와
 알제리 프렌치알제리 프랑스 1962. 07. 03

 아흐메드 벤 벨라

 우간다 우간다 보호령 영국 1962. 10. 09

 밀턴 오보테

 케냐 케냐 식민지 영국

 1963. 12. 12

 조모 케냐타
 말라위 니아살랜드 보호령 영국 1964. 07. 06 헤이스팅스 반다
 잠비아 북부로데지아 영국 1964. 10. 24 케네쓰 카운다
 감비아 감비아 영국

 1965. 02. 18

 도다 자와라

 짐바브웨 남부로데지아 영국 1965. 11. 11 이안 스미스
 보츠와나 베쿠아나랜드 보호령 영국 1966. 09. 30 세레체 카마
 레소토 바수토랜드

 영국

 1966. 10. 04 리부아 조나단
 모리셔스  영국

 1968. 03. 12

 
 스와질랜드 스와질랜드 영국 1968. 09. 06 소브하자 2세

 적도기니

 스페니시기니

 스페인

 1968. 10. 12

 프란시스코 엔구에마

 기니비사우

 포르투갈기니

 포르투갈

 1973. 09. 24

 루이스 카브랄

 모잠비크

 포르투갈동아프리카

 포르투갈

 1975. 06. 25

 사모라 마셀

 카보 베르데 (Cape Verde)

 

 포르투갈

 1975. 07. 05

 

 코모로

 

 프랑스

 1975. 07. 06

 

 사오토메 프린시페  포르투갈 1975. 07. 12 
 앙골라

 포르투갈서부아프리카

 포르투갈 1975. 11. 11 아고스티뇨 네토

 세이셀

 

 영국

 1976. 06. 29

 제임스 리차드

 지부티 프렌치 소말리랜드 프랑스 1977. 06. 27 하산 압티돈
 나미비아 넘서아프리카 남아공 1990. 03. 21 샘 누조마

 에리트리아

 에리트리아

 에티오피아

 1993. 05. 24

 아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남수단

 남부수단

 수단

 2011. 07. 09

 살바 마야르딧


# 14.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으로 만든 독재자들 - 180p.

연속되는 독재와 쿠테타 속에서 경제는 더욱 피폐해졌다. 또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들 독재자들을 뒤에서 지원해 주면서 경제적 실리를 챙겨왔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냉전체제에서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독재체제를 유지해 왔다. 미국과 소련은 독재정부이건 민주정부이건 상관없이 자기편에 서기만 하면 그들을 지지했다. 이런 정치상황 속에서 유례없는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해 극심한 기근이 대륙을 휩쓴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에이즈라는 신형 병균이 아프리카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 가장 악랄했던 독재자, 보카사 (재임 1966 ~ 1979), 중앙아프리카공화국 

- 아프리카의 히틀러, 이디 아민 (재임 1971 ~ 1979), 우간다

- 중동의 미친 개, 카다피 (재임 1969 ~ 2011), 리비아

- 라이베리아의 조폭, 찰스 테일러 (재임 1997 ~ 2003), 라이베리아

- 아프리카의 착복왕, 모부투 세세 세코 (재임 1965 ~ 1997), 자이르→콩고민주공화국

- 사창가 사장 출신으로 최고 권력을 잡은 카빌라 (재임 1997 ~ 2001), 콩고민주공화국

- 에티오피아의 마르크스주의자, 멩기스투 (재임 1974 ~ 1991), 에티오피아

- 늙을수록 강해지는 권력욕의 소유자, 무가베 (재임 1980~), 짐바브웨

- 아프리카의 무법자, 오마르 알 바시르 (재임 1989~), 수단

- 프랑스에게 덤벼든 겁 없는 독재자, 세코 뚜레 (재임 1958~1984), 기니


"수단은 한 나라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한국은 두 나라로 갈라지기에 너무 작다! (Sudan may be too big to be one, but Korea is too small to be two)" - 211p.


# 17. 핏빛 다이아몬드 - 237p.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는 주로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다이아몬드 판매수익이 반란군에 의해 전쟁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다이아몬드가 없었다면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또 설혹 분쟁이 일어났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분쟁 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는 선진국으로 수출됐고 (불법거래든, 합법거래든 구분 없이) 수익은 다시 선진국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데 이용되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생산된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국가들은 앙골라,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콩고민주공화국, 콩고공화국, 짐바브웨 등이다. 199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견된 '1000년의 별(Millennium Star)' 이라는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무려 203캐럿이나 됐는데, 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이 천년의 별은 다이아몬드 시장의 80%를 좌지우지하는 '드 비어스(De Beers)'사가 소유하고 있다.

다이아아몬드 판매대금이 분쟁 자금으로 사용되어 다툼이 지속되자 2000년 세계다이아몬드협회는 블러드 다이아몬드 거래를 막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2002년에는 유엔에 의해 원산지 증명이 없는 다이아몬드는 거래를 금지하는 프로세스가 승인됐다. 국제사회에서 다이아몬드가 분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 18. 위도 10도, 신들이 충돌하다  - 248p.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로 반을 절단하면 그 절단선은 적도에서 위도 10도 사이에 자리를 잡는다. 이 지역을 '미들 벨트(middle belt)' 또는 '사헬 지역' 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 대륙 북쪽의 이슬람과 남쪽의 기독교가 만나는 아주 넓은 전선이기도 하다. (중략) 그리고 적도에서 위도 10도 사이에 전 세계 무슬림 인구의 절반과 기독교 인구의 60%가 살고 있다.

<위도 10도>라는 책을 쓴 미국의 엘리자 그리즈월드에 따르면 이 지역은 종교가 곧 전쟁이 되는 곳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명의 충돌은 이미 시작되었다. 종교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적인 학살, 강간, 납치, 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10~20명 정도의 사람이 죽어서는 뉴스에 보도도 되지 않는다.


언어를 바꾸는 것은 종교를 바꾸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언어 속에는 그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언어는 그 민족의 정신과도 같은 것이다. 자기 고유 언어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제국들은 아프리카에 언어를 심는 데는 성공한다.

종교를 바꾸는 것과 언어를 바꾸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종교는 신념이지만, 언어는 의사전달 수단이다. 종교를 바꾼다고 해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언어를 바꾸면 이 언어를 사용하는 부유한 국가와의 거래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이 종교는 포기하지 않았으나 언어를 쉽게 포기한 것은 경제적 이익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 254p.


# 19. 르완다 그리고 콩고 - 269p.

'아프리카 세계대전(Africa's World War)'이라고 불리는 이 콩고 전쟁(1998~2003)은 8개 국가와 25개의 무장 세력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2008년까지 전쟁과 그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 숫자만 540만 명이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질병과 기아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이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참고로 제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는 약 1,500만 명이며, 제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는 약 6,000만 명(전 세계 인구의 2.5%)이었다. 한국전쟁의 경우 45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과 콩고 전쟁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콩고 전쟁은 이외에도 4만 건이 넘는 강간 및 이로 인한 에이즈 전염과 340만 명의 피난민을 낳았다.


# 20. 디스트릭트 나인과 아파르트헤이트 - 283p.

"잊지는 않겠지만,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너희들이 한 일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세계의 역사는 또 한 번 바뀌었을 것이고 지금 같은 남아공의 평화는 결코 오지 않았을 것이다. 만델라에 대한 정치적 업적을 논하기에 앞서 그 무거운 가슴 속의 한과 복수심을 화해와 용서로 승화한 그의 뜨거운 심장에 경의를 표한다.


# 25. 아직도 아프리카에는 식민지가 남아 있다

- 세계적인 절도 전문국가 프랑스 - 312p.

프랑스가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탑, 엘리제궁, 사크레퀘르 대성당, 심지어 샹젤리제 거리까지 아프리카 노예들의 피로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중략)

1994년 우리나라의 고속철 기종 선정 때 프랑스가 독일 및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면서 테제베(TGV)가 최종 기종으로 선정됐다.이 때 프랑스는 병인양요 때 훔쳐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에 구두로 합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테제베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가 가장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믿고 테제베를 선정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외규장각 도서는 돌려주지 않고(결국 대여 형식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같은 수준의 문화재를 교환하자고 고집했다. 프랑스의 그 야비하고 비열함이란.

소위 석학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기 소르망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개관식에 와서 "서구가 아시아의 문화재를 약탈했다기 보다는 보호하고 있다"라는 희대의 헛소리를 지껄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개인이 도둑질을 한 물건을 전시해서 돈벌이를 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도적질도 프랑스가 하면, 그것도 아주 대규모로 도적질을 하면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 결국 힘없는 국가들만 처량하다.


한 청년의 죽음, 그리고 피어난 재스민의 향기 - 332p.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의 남쪽 300km 지저메 위치한 시디 부지드에서 26세의 젊은 남성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 청년의 이름은 모함메드 부아지지.

이슬람 세계에서 자살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슬람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율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의를 위한 폭탄 자살 테러를 제외하면 자살이 숭고한 일로 칭송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실제 이슬람 국가 국민들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1984년생인 20대 중반의 부아지지는 자살을 감행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결코 종교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는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

부아지지는 무려 9명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하루 수입은 많아봐야 한화로 8,500원 정도였다. 현실은 척박했지만, 그는 과일 노점상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었다. 많은 아프리카 청년들이 그러하듯이 삶에 대한 투쟁은 그의 어깨에 지워진 숙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노점상에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경찰은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과일과 저울 등 그의 전 재산을 앗아갔다. 이와 함께 부아지지는 대로(大路) 한 복판에서 경찰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경찰들은 그를 짓밟으며 끊임없이 인격을 모욕하는 말을 뱉어냈다.

부아지지는 이날 오전 지방정부 청사 앞으로 향했다. 그는 청사 앞에 도착하자마자 들고 온 휘발유를 온 몸에 끼얹고 불을 붙였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부아지지의 설움을 알리기 위해 가족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부아지지의 사촌이 부아지지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찌 보면 아프리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 슬픈 사건 하나가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는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영상 및 그 소식을 퍼 나르며 이 사건을 알리기 시작했다. 청년실업률이 30%에 육박하는 나라 튀니지에서 부아지지의 설움에 동감하는 젊은이들의 숫자는 차고 넘쳤다.

부아지지는 18일 동안의 투병 생활 끝에 2011년 1월 4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튀니지 경찰은 그의 명복을 비는 장례 행진을 저지했다. 이에 분노한 민중들이 각 도시에서 봉기를 시작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수십 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민중들은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1월 11일 마침내 성난 군중들의 시위가 수도 튀니스를 덮었다. 경찰의 총격으로 23명이 숨졌지만, 정부는 이미 시위대를 진압할 명분과 힘 모두를 잃고 있었다.



'아프리카의 노벨' 모 이브라힘 - 358p.


수단 출신의 모 이브라힘(Mo Ibrahim)은 가히 '아프리카의 노벨'이라는 칭호를 들을 만하다. 모 이브라힘은 1946년 수단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통신 관련 공부를 했다. 영국통신(British Telecom)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으나 1980년대 후반 수단에 돌아와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한다. 그리고 그는 1998년 셀텔(Celtel)이라는 이동전화 회사를 세웠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이동 전화는 막 시작단계였는데, 그의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2005년에 셀텔은 아프리카 14개 국에 걸쳐 2,4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게 됐다. 같은 해 모 이브라힘은 셀텔을 34억 달러에 매각하고 자기의 이름을 딴 '모 이브라힘 재단(Mo Ibrahim Foundation)'을 설립한다.

모 이브라힘은 아프리카의 독재와 부정부패의 원인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느끼는 퇴직 후 불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브라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을 통해 재임 중 아프리카의 민주화 발전에 공헌을 한 국가 리더들에게 일시금 500만 달러와 매년 20만 달러의 연금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2007년 모잠비크의 시사노 전 대통령이, 2008년에는 앞 절에서 설명한 보츠와나의 모가에 전 대통령이 각각 모잠비크와 보츠와나의 평화 및 민주화를 이끈 공로로 이 상을 받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2011년 캬보 베르데(Cape Verde)의 페드로 피레스(Pedro Pires) 전 대통링이 다시 이 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또 모 이브라힘 재단에서는 아프리카의 통치 구조에 대한 평가지수인 '이브라힘 지수(the Ibrahim Index of African Governance)'를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하버드 대학과 함께 개발했으며 모두 57개의 기준을 사용한다. 조사 대상 국가는 북아프리카 5개국(이집트, 리비아,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을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다.

이 지수는 아프리카 시민사회단체, 연구소, 정부 등에 의해 많이 인용되는데, 아프리카개발은행도 이 지표를 중요한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사용한다. 

모 이브라힘은 아프리카개발은행이 주최하는 각종 회의에도 자주 참석한다. 개인적으로 느낀 인상으로 이브라힘은 아주 명석하고 의지가 굳어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총명한 눈에서 아프리카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김명주 지음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012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
국내도서
저자 : 김명주
출판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201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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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태어나 보니 지옥 아닌가 - 14p.

생명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조건만 갖춰지면 가차없이 말살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혹하고 거대한 공간.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유일무이하고 어디 숨을 곳 하나 없는 세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간에 떠도는 지옥이란 바로 이 세계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 52p.

국가가 국민의 것이었던 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대원칙이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분노하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다 - 64p.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포기한 인간은, 저항의 정신을 내던진 인간은, 인간임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스스로 포기한 어리석고 우매한 자에 불과하다.

이치가 그러한데, 아직 청춘의 한창 때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이미 죽어 있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가.


# 인간이라면 이성적이어야 한다 - 83p.

나약한 인간이 강하게 살려 할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사고력밖에 없다. 즉, 이성이야말로 최고의 무기다.

이성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하나하나 배제하고, 감정과 본능마저 이성으로 억누르는 것이다. 이성에만 의지해서 분투해야 진정한 인간성에 도달할 수 있고, 또 그 길로 매진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임의 증거다. 이외의 길은 모두 짐승으로 추락하는 것일 뿐이다.

나아가 인간으로 사는 기쁨도 거기에 있다.

이성이야말로 자아의 원천이다.

나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에는 갖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본능이나 감정이 자신의 핵심을 이루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히려 의지를 조절하는 사고력을 우선하는 삶, 즉 이성에 따른 선택에 그 대답이 존재한다.

이성의 길을 걷는 순간 인생은 빛나기 시작한다. 자립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더불어 인간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게 된다.

이성을 꺼리고 감정을 우선시하며 본능에 따르는 삶이 편할지도 모른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인간관계가 어긋나 남들이 멀리하는 탓에 점점 더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남들 따라 직장인이 되지 마라 - 98p.

직장인이라는 것이 어떤 처지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 인간 집단에 섞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가.

일의 내용은 둘째 치고, 음습한 인간관계의 성가심에 시달리다 못해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는가.

백 보 양보해서, 다행히 좋은 사람들만 모인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치자. 단조로운 일을 늘 반복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직장은 사육장이다 - 102p.

즉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퇴직하는 날까지 몇십 년을 고스란히 직장에 빼앗기는 것이다. 그래서야 타인을 위한 인생이지,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본인을 위한 인생이랄 수 없다.

그 희생에 걸맞는 수입이 있다면야 몰라도, 알뜰살뜰 꾸려야 겨우 살아갈 수 있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팔아넘기는, 한쪽만 불리한 거래를 왜 무턱대고 하는 것인가.

자신은 기껏해야 그 정도의 인간이라고 포기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 107p.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 안에서만 빛나도록 생겨 먹었다는 철칙을, 그 우선권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어떻게 살든 본인 멋대로라는, 자유와 함께하는 삶만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도 동물의 한 족속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또한 같은 유의 자유 속에서 충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구조를 하고 있다.


# 다 도전해 보라고 젊음이 있는 것이다 - 175p.

자신 속에 어떤 보물이 잠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도 모른다. 그 보석이 하나뿐이라고도 할 수 없다. 몇 개가 숨어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하나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다. 평생을 들여 그 보석의 원석을 갈고 닦을 수 있느냐에 삶의 진가가 있다. 그 외는 제대로 살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무의미한 인생이다.

그러니 이제 싫고 좋음이나 자기류의 해석은 모두 무시하고, 온갖 일에 도전해 보면서 자기 안에 소리 없이 숨겨져 있는, 곤히 잠들어 있는 재능을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운명을 새로이 발견하는 생의 목적과 직결되는 위대한 행위이며, 젊었을 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다름 아닌 그것이다.

젊음이란 그 때문에 있는 것이다.


# 삶은 쟁취하고, 죽음은 가능한 한 물리쳐라 - 196p.

삶의 노예가 되는 한이 있어도, 죽음을 좇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랜 시간 이어 온 삶을 무시하고 찰나에 불과한 죽음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도 바보스러운 짓이다.

생명의 친구는 어디까지나 삶이지 결코 삶에 부수적인 죽음이 아니다.


#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 202p.

동물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맨 마지막에는 정신을 스스로 고취할 수 있는 인간으로 떠나야 비로소 고상한 인생이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왜 그렇게까지 겁을 내고 위축되고 주저해야 하는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누구를 거리낄 필요가 있는가.

그렇게 새로운 마음가짐과 태도를 무기로, 애당초 도리에 맞지 않고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을 마음껏 사는 참맛을 충분히 만끽해라.

약동감이 넘치는 그 삶을 향해 저돌적으로 나아갈 때 드높이 외칠 말은, 바로 이것이다.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차례


  1장_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2장_  가족, 이제 해산하자

  3장_  국가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4장_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5장_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6장_  신 따위, 개나 줘라

  7장_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8장_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9장_  청춘, 인생은 멋대로 살아도 좋은 것이다

10장_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바다출판사, 2013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국내도서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김난주역
출판 : 바다출판사 201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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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름. 방글라데시로 다녀온 특별한 여행. 

'인생의 동반자'가 되었다고 자랑할 수 있는 12명의 특별한 인연과 현지에서 만난 k 사무장님 외 한국에서부터 함께 했던 스태프들.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행복한 동행은, 내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봉사'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그저 특별한 여행이 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치열하게 돌아가는 회사의 시간도 잠시 잊고, 

통념적으로 맞추어진 '시간의 틀' 안에서 온전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의 육아 이야기로 가득 찬 카톡방도 잠시 잊고, 

반복되는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 

방글라데시에서 '인연'으로 만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많이 받고 채우고, 여러 가지를 되짚어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 


'제때'라고 말하는 시간을 넘기고, 

한국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약속된 시간보다 한 박자씩 느리게 살고 있는 깜냥인데, 

초조해야 할 이 나이에 아직도 철이 들지 않았나 보다. 

올여름 채워진 의미들로 또 당분간은 철딱서니 없게 살 것만 같다...




" 취미가 뭐예요? "

" 안 어울리게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해요. "

" 글 잘 쓰실 것 같아요.. "

" 좋아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해요. 글을 잘 쓰고 싶어요. "


며칠 후, 도착한 메시지.


" 자고 있겠죠...

  내가 왜 Liah 님이 글을 잘 쓸 거 같다고 생각했냐하면...

  20대 때 마루야마 겐지라는 작가가 쓴 소설가의 각오라는 자전적 수필이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작가의 눈빛이 읽혀졌었어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틀리지는 않는데 그 눈빛이 계속 생각납니다.


  멀리까지 찾아와주고 나눠주고 같이 웃다 울다 가줘서 너무 감사했어요.

  '인연'은 운이고 업이라 했죠? 인연에 따라 또 계속 봐요..


  그대들과의 추억이 계속 아른거립니다 ^^ "


그리하여 읽기 시작한 마루야마 겐지의 책. 그중 첫 번째로 손이 간 책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였다. 과연 그의 매서운 눈빛에 나도 매료되었는데, 내 눈빛이 이렇게 읽혔는지 그저 영광스럽기만 했다. '마루야마 겐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문장 하나하나에 그의 호흡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왜 여태 이런 거장을 몰랐을까... 읽는 것이 취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 것이 부끄러울 만치 문학 무지자였다. 한국어로 번역된 그의 책이 십수 권에 이르므로 앞으로 몇 달간은 마루야마 겐지의 문장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k 사무장님, 감사합니다! : )



■  본문 중에서


# 사적인 소우주 - 10p.

그러나 일 년 내내 이 땅을 떠나지도 않고 여행을 가는 일도 없이, 마치 정원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남의 땅의 절기 변화나 개화 상황 등을 알 길은 없다. 정원에 만개의 순간이 반짝 찾아올 때마다 '이 세상 봄의 중심은 역시 이곳이 틀림없어.'라는 오만한 생각에 빠져 혼자 흐뭇해 하는 것이다.

전적으로 찰나에 불과한 만개의 순간을 위해, 다른 계절 대부분의 하루하루를 평범하기 그지 없는 편집증적 분투를 하면서 보낸다. 그 덕분에 정원의 식물들이 불꽃놀이 장치에서 솟아오르는 불꽃 혹은 시한폭탄처럼 일제히 꽃을 피워 아름다움을 겨루는 색채와 향기의 제전이 계속되면, 술에 취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분에 푹 빠져 버린다. 붕 뜨고, 두근두근 안절부절 못한다.



# 버리 수 없다면 정원사는 금물 - 15p.

대개는 여성에게 그런 경향이 있다. 아까워, 추억이 담겨 있잖아 등등의 이유로 계속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전부를 잃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문득 깨달았을 때는 자신조차도 누더기가 되어 있다. 폐인 같은 몰골로, 거친 무덤 같은 땅에 멍하니 서있게 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유부단해 대담하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정원 가꾸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가드닝 같은 것이 한때 크게 유행했다가 이제는 완전히 시들해져 버린 것은, 손에 들어온 꽃들을 품은 채 하나도 놓지 않으려는 성격의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순 없다 - 24p.

인생에서 겨울은 좌절의 기간이다. 식물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것도 새로운 비약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개화, 개화의 연속인 식물이 존재하지 않듯, 성공, 성공의 연속인 인생 또한 없다. 좌절과 실패는 사람을 고독의 지옥에 던져 넣는다.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지만, 맞서 싸워 자신에 의존하는 힘을 기른 사람은 재생 부활의 기회를 얻는다. 그뿐 아니라 회복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받게 돼,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굳건해진 생명으로 훨씬 더 멋진 성공을 안게 되는 것이다.

(중략)

뛰어나게 대담하지도 못하고, 세상의 상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수치스러움에 옥죄여 있는 사람들이 목숨을 존속시킬 수 있는 열쇠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 만한 일이나 취미다. 하지만 그 열쇠를 가진 이라도 겨울에 발이 걸려 넘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연한 계기로 고독의 마왕에 허를 찔려 살 가치가 없다는 답을 선뜻 내놓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병, 실연, 실직, 불합격 통지서, 배신, 이별, 사별, 날벼락 같은 빚과 같은 명백한 이유는 물론, 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인해 순식간에 우울해져 어느 날 느닷없이 삶의 모든 것을 팽개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비극적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아, 또한 목숨이 겨울에 죽음을 당하고 만 건가.'라고 중얼거린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는데도 전혀 싹을 틔우지 않는 식물을 발견할 때 역시, 겨울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는, 즉 초목에게도 자살이 있을 수 있다는 비약한 심한 생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 만만한 생은 없다 - 39p.

동물의 수컷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가족의 삶을 방해하는 수컷과 가족을 제대로 지키려는 수컷. 인간의 수컷 역시 이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사람의 암컷은 자칫하면 양자를 구분하기를 게을리 하기 쉽다. 연애, 결혼, 행복한 가정이란 도식을 한 번 가슴에 그려 버리면, 교제하는 수컷의 본성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무작정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착각 속에서 여러 해를 보낸 뒤에야 쓰라림을 맛보게 된다.

가정에 잘 스며드는 남자를 고르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설령 그런 남자가 있더라도 여자 쪽에서 볼 때는 거의 이성으로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나도 무시하게 되고, 결국 스쳐 가는 관계로 끝나 버린다. 또 가정에 제대로 머무는 남자라도 아내를 어머니 대신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고 있어, 그런 남자에게 모성애를 자극 받아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가는 임신도 하기 전부터 성가신 아이를 가져 버린 꼴이 돼 아연 실색하는 여자들도 드물지 않다.



#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두 손을 비비며 다가온다 - 69p.

정원에 나갈 때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며 혼자 승리한 심정이 된다. 우주를 지휘하는 실권자라도 된 듯한 착각을 즐기며 하찮은 자신의 목숨만을 벗 삼아 살아가는 다른 이들을 비웃는다. 그렇게 오만한 나의 옆을 거짓 없는 진짜 삶이 스쳐 간다. 와해되기 시작했던 영혼이 다시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다. 자기혐오를 짊어진 마음이 엽록소에 녹아들거나 알찬 양분이 되어 모근에 흡수돼 간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이 두 손을 비비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 전진만이 예술의 진수에 다가가는 법 - 100p.

우선 말해 두자면, 나는 파괴자가 아니다.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일은 철저히 해야만 하는 타입으로, 사실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밖에 살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설이든 정원 가꾸기든 나는 그것들을 통해 본의 아니게 이 땅에 정착하고 있는 나 자신을 찾고, 존재 이유를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마음의 갈증, 이성의 졸음, 인간 정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에 시달리고 있는 자아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 단풍에 취한 하루로도 족하다 - 109p.

살림 냄새 나는 생활 속으로 서슴없이 발을 들이는 위급한 문제들.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는 자신 사이에서 생겨나는 싸움. 점점 화석화되고 있는 사는 보람. 혼자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장한 각오. 제압당해 부서져 버린 인생 그 자체. 행복해지고 싶어 애타는 심정. 아직도 갈망해 마지않는 향락. 이미 미래를 기대할 수 없게 된 피할 수 없는 궁지(窮地). 남들보다 강해지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패배 일로를 걷는 남은 인생.



# 몸으로 깨달은 것은 평생 남는다 - 120p.

무엇이든 겉만 봐서는 본질에 가까워질 수 없다. 직접 손으로 만짐으로써 처음으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컴퓨터가 보여 주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도 실제 체험이 빠진 지식은 결국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하물며 확고한 진리에 도달하는 것은 몽상 중의 몽상이다. 몸으로 깨달은 것은 평생 남지만 머리로만 얻은 확신은 금방 의문에 흔들리고 부정되어 버린다.

그것은 읽을 수는 있지만 쓸 수 없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읽는 것은 머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쓰는 것은 정원 일처럼 육체적 노동이 동반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읽는 것과 쓰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양쪽 모두 동일한 지적인 행위로 해석되고, 그러한 오해에서 생긴 낙차에 불필요한 고뇌를 강요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읽는 것은 감상이고, 쓰는 것은 연주다. 연주를 하려면 당연히 거듭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몸에 익히는 노력을 오랫동안 참고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글을 써야 비로소 자신이 보려던 것이 선명해진다. 몸을 쓴 덕에 받을 수 있는 선물인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체를 통해 현실을 계속 접하는 자세다. 그것 없이 태만한 선택만을 하면 어설픈 정보와 싸구려 지식에 휘둘려 떠밀려 간다. 언젠가는 자신을 잃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나가떨어지는 나약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리고 곧 도망칠 곳도 잃고, 인생이 교착상태에 빠져 패기를 잃는다. 마음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기운을 잃고 축 처지게 된다.

(중략)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투성이, 불쾌한 것투성이, 지긋지긋한 것투성이. 그렇기 때문에 사는 것이 재미있다고 발상을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 않으면 진흙으로 만든 인형 같은 일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현실과의 투쟁을 포기하는 생물은 인간 외에 없다. 인간은 문명의 어중간한 발달로 인해 덧없는 행복감에 현혹되고, 불특정 다수의 삶에 자신을 과도하게 맞추려 한다. 그리고 유년기부터 청춘기에 걸친 부모와 사회의 과보호에 의해 자립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물러터진 환상에 젖어 있다. 정원의 초목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면 그뿐이다. 하지만 인간은 실제 사회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되므로 그야말로 위기다.



#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 130p.

장미가 상징하는 것은 열정이고 희망이며, 사랑이고 도취다. 반면 정원에 몰아치는 바람이 상징하는 것은 대체로 장미와는 정반대의 것이리라. 장미와 바람, 그 둘은 바로 삶 자체를 상징한다. 이 둘의 싸움이야말로 현세를 넘어선 생명 본연의 자세를 시사하는 것이다. 이 쓰라린 세상이 단순히 우연과 인연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혹은 망각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라고, 혹은 자기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지옥이라고 단정 하기 전에, 좋아하는 장미 한 송이를 생각해 보자. 때와 장소에 엄격히 제약 받는 그 장미가 어떻게 가혹한 바람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지를.



■ 차례


 1월_  버릴 수 없다면 정원사가 되지 마라

 2월_  사철 내내 꽃을 피울 수는 없다

 3월_  한 마리 새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별별 일을 다 겪는다

 4월_  성장하고 싶다면 가지를 쳐내라

 5월_  봄의 들놀이가 수만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

 6월_  존재하는 것들의 유일한 명제는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다

 7월_  꽃을 돌아보지 마라

 8월_  당신을 타락시키는 유혹은 언제나 당신으로부터 시작된다

 9월_  예술의 진정한 힘의 원천은 생명체 간의 투쟁 그 자체다

10월_  단풍에 취한 찰나로도 충분하다

11월_  현실과의 투쟁을 피할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12월_  가장 아름다운 장미는 바람에 단련된 것이다

후기_  무죄 선고를 받은 피고인처럼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이영희 옮김

바다출판사, 2015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마루야마 겐지 / 이영희역
출판 : 바다출판사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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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1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러니를 찾아 - 12p.

리마가 무질서한 곳이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이곳의 무질서는 어지럽기보다 꽤나 근사하다. 마흔세 개의 작은 도시들을 모자이크로 덕지덕지 붙여놓은 모양새인 리마는 그 옛날 가득했던 은만큼이나 어딜 가나 떼를 지어 몰려 있는 사람들, 그리고 차들이 끝없이 내뿜는 매연이 고대 유적지와 식민시대의 건물, 현대적 마천루와 한데 뒤섞여 오히려 묘한 질서를 이룬다. 늘 짙은 안개로 뒤덮인, 지구 상에서 가장 메마른 절벽 위의 모래 도시. 이곳의 구석구석은 서민들의 땀으로 뒤범벅되어 있고, 해안 절벽 아래에는 풍요를 상징하는 드넓은 해안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 13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리마의 민낯 - 47p.

누구나 리마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대조적인 모습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갈라진 길이 많고 그 위에는 수많은 부랑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이 이들에게 선사한 부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부의 불균형이 빚어낸 초상. 이러한 부정적인 수식어만으로 리마를 묘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것이 리마가 보여주지 않으려 애쓰는 아픈 현실임은 분명하다.

부의 불균형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루가 늘 안고 있는 문제다. 전체 인구에서 상위 10퍼센트 계층이 차지하는 부는 하위 50퍼센트가 차지하는 부를 훨씬 뛰어넘는다. 나라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결정하는 중산층은 늘 얕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1세기 들어서며 극빈층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호황에서 비롯된 것인지 지속 가능한 변화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 16 세비체! 세비체! 세비체! - 54~55p.

리마에는 세비체를 파는 음식점을 뜻하는 세비체리아(cevicheria)가 수도 없이 많다. 그 많은 세비체리아들 중 여행자들에게 대강 만든 음식을 내지 않고 정성을 다한 세비체 요리를 내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추천할 만한 곳은 '세비체리아 라 초사 나우티카(Cevicheria la Choza Nautica)' 다. 다양한 종류의 정갈한 세비체를 말끔한 차림의 웨이터들이 기분 좋게 서빙한다. 유일한 흠이라면 상당히 척박한 느낌을 주는 지역에 자리하고 있어서 들어갈 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만 나갈 때는 세비체가 주는 감흥 덕분에 지역의 우중충함도 용서가 되니 찾아가 볼 만하다.

참고로 페루 사람들은 세비체를 웬만하면 저녁에 먹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세비체리아는 저녁에 문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좋은 세비체리아를 고를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풋내기 관광객들만을 상대하는 세비체리아는 저녁에도 문을 연다.


# 18 코카콜라를 누른 잉카콜라 - 57p.

잉카콜라는 페루아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야말로 페루의 '국민 음료'다. 콜라가 주는 청량감은 그대로 유지한 채 독특한 맛과 색깔로 승부하는 페루의 자체 콜라 브랜드다. ... (중략) ...

잉카콜라의 독특한 색깔은 농축액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만사니야(Manzanilla)라는 식물의 원액이 노란 빛깔을 띠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1999년 이후 페루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잉카콜라의 상표권은 코카콜라의 소유가 되었다. 페루에서는 코카콜라와 잉카콜라가 공동으로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 국가의 자존심이었던 상품의 상표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간 것에 대한 페루 사람들의 아쉬움은 크다.


# 19 리마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 59p.

여기서 리마에서의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장식할 한 가지 팁이 있다. 로모 살타도 맥주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난 이후에는 택시를 타고 분수쇼(El Circuito Magico del Agua)가 열리는 레세르바 공원(Parque de la Reserva)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수요일에서 일요일 저녁마다 벨라지오(Bellagio) 스타일의 분수와 레이저 쇼가 벌어진다. 저렴한 가격으로 수준 높은 분수쇼를 감상할 수 있는 덕에 리마 사람들은 밤이 되면 이곳으로 삼삼오오 산책을 나온다.


# 6 사막에서 바라보는 일몰에 취하다 - 84p.

이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던 버기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도, 사람들의 요란한 환호성도 없다. 모두들 사막의 한가운데서 엄숙하게 일몰을 기다리는 것이다. 사방이 고요하다. 붉은 해가 황금빛의 모래를 물들이며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면 각지에서 모인 여행자들은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에 할 말을 잃는다. 뒤로는 야자수에 둘러싸인 신기루 같은 오아시스가 내려다보인다.


# 2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 그 옛날처럼 - 108p.

리마처럼 쿠스코에서도 아르마스 광장이 도시를 둘러보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쿠스코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광장은 쿠스코에 머무는 동안 수없이 지나칠 만큼 번화한 곳으로, 잉카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광장을 식민지대풍 아케이드가 에워싼 모양을 띠고 있다. ... (중략) ...

이쯤 되면 어느 정도 눈치챘겠지만 페루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마치 계획도시처럼 상당히 획일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구조인데, 이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통치의 편의를 위해 방사형 구조로 도시를 설계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 14 코카, 치차, 그리고 감자와 옥수수까지 - 147p.

코카 차는 예로부터 고지대 노동자들이 피로를 잊고 노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널리 보급되었다고 한다. 호흡이 가쁘거나 몸이 피곤할 때 코카 차를 한 잔 마시면 안정이 된다. 원주민들은 차를 끓이지 않고 코카나무 잎 한 뭉치를 껌처럼 씹기도 한다. 쿠스코의 코카 차 인심은 늘 넉넉하다. 도시를 대표하는 차로서 어디를 가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코카 차를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진짜 쿠스코의 멋쟁이다.

차도 좋지만 여행 하면 술이 빠질 수 없다. 쿠스코에서 치차 이야기를 안 하면 섭섭하다. 치차는 한마디로 안데스의 옥수수 막걸리다. 먼저 옥수수를 물에 불려 싹을 틔운 뒤, 건조시켜 빻아 가루를 만든다. 이 가루를 오랜 시간 끓인 다음 항아리에 넣어 발효시키면 밭일을 하는 원주민들이 즐겨 마시는 치차가 완성된다. 우리 나라의 막걸리같이 농부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전통술이다. 맛은 막걸리와 달리 다소 시큼하다. 당연히 애주가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다만 치차의 종류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상당히 높은 경우도 있으니 과음은 금물이다.

인디오들은 치차를 마시기 전 손가락을 술에 넣었다 빼며 술 한두 방울을 땅에 뿌린다. 대지의 신 파차마마(Pachamama)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식이다.


# 1 순례자의 마음으로 - 156p.

사진이나 영상으로 수없이 접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곳이 있다. 모든 사람이 꿈꾸는 곳. 죽기 전에 꼭 한 번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곳. 페루의 상징이자 모든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의 자랑. 산과 절벽, 강과 수풀 사이에 숨어 발견될 때까지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고 공중에서만 도시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하여 하늘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곳. 바로 마추픽추다.

이곳은 마치 성지와도 같다. 우뚝 솟은 산봉우리와 기암절벽에 빙 둘러싸인 이 비밀 도시를 보고 있노라면 알 수 없는 성스러운 기운에 모두들 순례자가 된다. 신이 있다면 이곳은 분명 신이 창조한 도시일 것이다. 수다스러운 페루인들이 이곳에만 오면 사뭇 엄숙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 잉카의 길 - 164p.

사실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잉카의 길(Camino de los Incas)'을 이용하는 것이다. 카미노 레알(Camino Real)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이름 그대로 옛날 잉카인들이 마추픽추로 향하던 길을 따라가는 트레킹 코스다. 보통 오얀타이탐보에서 출발한다. 3~4일에 걸쳐 걷고, 쉬고, 야영하기를 반복하며 마추픽추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일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한다. 트레킹으로 만나는 안데스의 장엄함이 어떨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 초현실에서 다시 현실로 - 183p.

여행 안내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고 지도를 보며 다니는 것도 좋지만 마추픽추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돌과 바람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고 눈앞에 있는 건물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데 급급하다 보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그저 순례자의 마음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성지를 하염없이 걸어보자.

걷는 데 자신이 있다면 '태양의 문'이라는 뜻을 가진 인티푼쿠(Intipunku)'에 가볼 만하다. 중앙 광장과는 꽤 거리가 있고 가는 길의 경사가 급한 편이지만, 경치가 아름답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석조 건축물이 있다. 태양의 문 앞에서 체 게바라(Che Guevara)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마추픽추에서 느꼈을 감정이 떠오른다.

 



<언젠가는, 페루>

이승호 지음

리스컴, 2014



언젠가는, 페루
국내도서
저자 : 이승호
출판 : 리스컴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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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 잿빛의 슬픈 언덕 산끄리스또발 - 43 ~ 44p.

전망대로 오르는 길. 언덕마을에 있는 집들은 꽃밭처럼 밝고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하다. "집들이 너무 예쁘다"고 하자 후안은 슬쩍 웃고 만다. 어떤 의미의 웃음일까? 차가 산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후안이 보여준 웃음의 의미가 이해된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채색된 집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차조차 쉽게 오를 수 없는 좁디좁은 골목길 사이로 가난한 이들의 삶이 숨겨져 있다. 겉으로만 보고 판단한 내 자신이 조금은 겸연쩍게 느껴진다.

후안이 "절대로 걸어 다녀서는 안 되는 길"이라고 경고하는 언덕 마을에는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 살아간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 시내 한 복판에 이렇게 가난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가난이야 어느 도시에나 있다고 스스로 위안해 보지만 화려함 속에 감추어진 슬픔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철근과 시멘트가 드러난 허름한 집들을 지나 산끄리스또발 언덕의 높은 곳으로 오를수록 가난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전망대로 향하는 도로 아래에는 판자로 만들어진 집들이 얼기설기 모여 있다. 마당이랄 것도 없는 좁은 비탈에 힘없이 축 쳐져 널린 낡은 빨래가 힘겨운 현실을 대변하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집에도 누군가 살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들의 가슴 아픈 현실을 뒤로 하고 비 내리는 산끄리스또발 언덕에 선다. 비에 젖은 언덕은 더욱 검게 보이고, 어두운 마음만큼이나 짙은 구름이 덮인 리마는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리마 시내로 향하고 있는 거대한 십자가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괜스레 판자 집 앞마당에 널린 비 맞은 빨래만 걱정된다.


# 신비로 우거진 '봄의 정글' - 103p.

무엇이 이들을 이 고단한 삶에서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가난' 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미련'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아마존의 축복과 재앙 속에서 한 평생을 살아온 이들은 이미 아마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도시의 회색 벽에서는 작은 씨앗조차 싹을 틔우지 못함을 알기에. 검은 아스팔트 위에 꽃이 필 수 없듯이 자연과 동화되어 버린 이들의 삶은 회색의 도시에서 피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문명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리라.

과연 이들의 삶은 불행한 것일까? 이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닐까? 나만의 동정심이 아닐까? 도시에서 많은 것을 누리는 나는 이들보다 행복한 것일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여전히 정답이 없는 어려운 문제다.


# 잉카의 슬픔을 간직한 꾸스꼬 - 183~184p.

 Goombay Dance Band의 El dorado (엘도라도)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죽였어요.

그들은 오직 총으로만 말을 했지요.

용감한 남자들은 쇠사슬에 묶이고

모든 젊은 엄마들은 노예로 팔려갔어요.

아기들은 밤새 울어 댔어요.

그 아기들이 빛을 볼 수 있을까요?

엘도라도의 황금의 꿈들은

고통과 피의 바다에 모조리 잠겨 버렸어요.

엘도라도의 황금의 꿈들은

오직 마음속에서나 가능할 거예요.

(중략)

힘과 권력에만 굶주려 있는 자들에게는

에덴의 문은 늘 닫혀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진정한 엘도라도는

다이아몬드와 금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니까요.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평화와 사랑, 이해를 향한 꺼지지 않는 갈망이에요.

엘도라도의 황금의 꿈...


# 산에서 나는 소금 - 215~216p.

소금 산이 있는 마라스(Maras)에 들어서자 히치하이킹을 하는 아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랄로가 '학교에 가는 아이들'이라고 알려 준다. 안데스에는 작은 마을이 넓게 흩어져 있어서 학교에 가려면 한 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한단다. 랄로도 어렸을 때 걷는 게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다니기 싫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택시는 가파른 산허리에 놓인 아슬아슬한 비포장도로를 지나 소금 산에 도착한다. 황토빛깔의 계곡 사이를 가득 메운 새 하얀 세상이 펼쳐진다. 산비탈은 한겨울 눈이 쌓인 듯 하얀 소금으로 가득하다. 염전에 대해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의 벽이 깨지는 순간이다. 산에 염전이 있다는 것에 처음에는 의구심을 많이 가졌는데, 지금 내 눈앞에 새 하얀 소금으로 뒤덮인 염전이 있다. 신기할 뿐이다. 이곳에서 나는 소금은 옛날 방식 그대로 생산되며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한다.

땅 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개울이 안데스의 뜨거운 태양과 만나 소금으로 변하는데, 이곳의 소금은 잉카인들에게는 '태양의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귀한 국가 자원이었다. 잉카인들이 먼 바다까지 가서 소금을 구해오기 어려워 만들어 놓은 산중 염전, 잉카인들의 지혜와 의지가 정말 대단하다.


Inside PERU & 트래블 노하우


# 돌고래가 강물에 산다고? - 104~105p.

바다에서나 사는 돌고래가 아마존에 살고 있다면 믿어지는가? 배를 타고 아마존 강을 지나가다 운이 좋은 날에는 귀엽고 예쁜 돌고래를 만나 볼 수 있다.

오직 아마존 강에서만 볼 수 있는 이 강물돌고래는 거대한 육식성 새들이 살던 마이오세(2600~2700만 년 전) 때 이빨고래가 진화한 동물로 바다에 사는 여느 돌고래보다 입이 뾰족하고 구슬 같이 맑은 눈과 곱사등, 매끈한 피부를 지니고 있으며, 아름다운 분홍 빛깔을 띠고 있다. 총 길이가 2.8m ~ 4m 나 되며, 무게는 180kg에 달할 정도로 크다.

이 분홍돌고래를 페루 인들은 '부페오 콜로라도'로, 브라질 인들은 '보뚜'로, 과학자들은 '이니아 조프랜시스'로 부르고 있다. 현존하는 고래 중 가장 오래된 종이기도 하다.

그 특이함 만큼이나 분홍돌고래에 관한 이야기도 다양하다. 아마존 사람들은 보뚜가 원래는 사람이었는데 분홍돌고래가 되었다는 전설을 사실로 믿고 있다. 또 다른 전서리 있는데, 소나기처럼 한바탕 쏟아 부으며 나무를 부러뜨리고서 이내 멎는 '남자 비'와 달리 몇 시간을 흐느끼듯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여자 비'라고 한다. 그런데, 분홍돌고래는 '여자 비' 속에서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자로 변하여 카누 위에 앉아 남자를 유혹해서 수중세계인 엥깡찌로 데려간다고 한다.

그 밖에도 청년으로 변한 보뚜의 구애를 받은 소녀의 이야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설화 속 주인공으로 분홍돌고래가 등장한다.

이끼또스의 아르마스 광장에는 부페오라는 이 아름다운 돌고래상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이 돌고래상을 보며 재미있는 서화를 떠올리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할 것이다.


# 흥미진진함에 취하는 사막 여행 - 120p.

부기의 거친 떨림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먼지가 폴폴 나는 시골길을 따라 삐스꼬 주조장이 있는 산 후안 바우띠스따(San Juan Bautista)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라쏘(Lazo) 주조장에 들어서니 술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냄새만으로도 취기가 오를 지경이다. 주조장 직원은 맛을 보며 까치나(Cachina)라는 술을 따라준다. 까치나는 포도주 이전단계의 술로 이곳 사람들은 '젊은 포도주(Vino Joven)'라고 부르는데 그 이름처럼 잘 익은 포도주보다 거칠고 단맛이 많이 난다.

페루를 대표하는 술인 삐스꼬는 이 까치나를 증류해 숙성시킨 것이다. 삐스꼬는 30~60도 정도의 독주기 때문에 계란 흰자와 레몬즙, 그리고 설탕과 얼음을 원액에 섞어 삐스꼬 샤워(Pisco Sour)라는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 맛을 한번 볼까! 매우 달콤해서 맛만 본다는 것이 어느새 연거푸 서너 잔을 마신다. 도수가 높아서 얼굴이 금방 화끈거린다. 바람이라도 쐬려고 주조장을 나서니 사막의 태양이 온몸에 내리쬔다. 그러나 주조장 아저씨의 후한 인심 탓인지, 아니면 취기 때문인지 사막의 뜨거움조차 따스하게 느껴진다.


# 점차 사라져가는 나스까 라인 - 131p.

페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나스까 라인에 대해서는 한 번씩은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나스까 라인은 안타깝게도 매년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지상에서는 그 큰 그림을 쉽게 알아볼 수 없어 개발로 인한 훼손도 많았고, 오랜 세월이 점차 나스까 라인을 깎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 이까의 돌이 무엇이기에 난리일까? - 143p.

1966년, 페루의 한 농부가 가지고 있떤, 특이한 모양의 물고기가 새겨져 있는 안산암(화산암의 일종)으로 된 돌에서 논란은 시작된다.

이 돌을 농부에게 선물받은 의사 카브레라는 돌에 새겨진 특이한 물고기 그림에 흥미를 가지고 자세히 살피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돌에 새겨진 물고기가 수천 년 전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표본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 것이다. 그리하여 카브레라 박사가 농부에게서 수집한 돌은 무려 15,000개 정도!

돌과 농부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영국 BBC와 페루 정부가 관심을 가졌고, 농부에게 출처를 추궁하게 된다. 고대 유물에 대한 관리가 엄격한 페루 정부의 추궁에 감옥에 갈까 두려워진 농부는 돌의 그림은 자신이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새겨 넣었다고 고백한다. 이 말에 페루 정부는 사건을 종결하고, BBC도 사기로 판명된 사건 방영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며 촬영을 중단한다. 이까의 돌은 이렇게 하여 미처 대중들에게 알려지기도 전에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농부의 말에 몇 가지 의문을 품은 카브레라 박사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하게 된다.

이까의 돌에는 고대 지구의 지도,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그림, 심장이식 수술을 하는 그림 등이 새겨져 있다. 뇌수술을 하는 그림은 칼을 대고 있는 부분에서 구불구불한 뇌의 주름까지 묘사하고 있다. 망원경 같은 것으로 별자리를 살피는 그림, 공룡에 대한 묘사 등 참으로 다양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이까의 돌,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나스까 시대의 신비로운 돌이다. 돌의 신비에 빠져들수록 페루의 나스까가 더 오묘하게 느껴질 것이다.


# 도둑시장 바라띠요 장 - 215p.

매주 토요일마다 싼띠아고 광장과 뿌에르또 벨렌 부근에서 도둑시장이라 불리는 바라띠요 장이 열린다. 대략 오후 4시까지 열리며, 갖가지 소품과 옷, 잡화 등 다양한 품목을 거래하는 장이다. 이곳에는 간혹 도둑맞은 물건들도 진열되어 있어 잃어버린 물건을 이곳에서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마추삐추를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 - 253p.

공중도시 마추삐추의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쌩끄리추어리 로지의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난 길을 200m 정도 가면 농지 관리인 주거 유적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시가지까지 300m 정도의 계단식 밭이 이어지는데 중앙 계단을 따라 '묘지' 위쪽까지 올라가면 그곳이 마추삐추의 전경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명당이다.


# 마추삐추에 갈 때 이것만은 주의하자! - 253p.

- 유적 내에 먹을거리와 20리터 이상의 큰 짐은 반입할 수 없다.

- 음료는 수통에 넣고 다니고 페트병에 든 것은 가지고 나온다.

- 화살표 등으로 지정된 장소 이외에는 들어가지 마라.

- 전 지역이 금연 구역이며 모닥불 등 불을 사용할 수 없다.

- 유적 위에 올라가거나 서 있지 마라.


# 버스보다 빠른 소년이 있다고? - 255p.

원주민 소년들이 마추삐추를 관람하고 내려가는 길과 버스 정류장, 그리고 버스에까지 올라와 관광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다. 잉카의 전령인 챠스키를 모방한 아이들로 '굿바이 보이(Good-bye Boy)'라 부른다.

아이들이 내리고 버스가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한 코너를 지난다. 그런데 한 소년이 어느새 달려와 버스 안 관광객들에게 '굿바이!'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아니 이렇게 빠른 소년이 있다니! 그런데 이런 놀라운 광경은 한 코너를 돌 때마다 일어난다. 참 놀랍고 대단하다. 그리고 결국 버스 정류장까지 먼저 내려와 가쁜 숨을 헐떡이며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안쓰러워 팁을 건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이 팁을 생활비에 보탠다.

이 소년들이 버스보다 빠른 비결은 바로 구불구불한 길을 가로지르는 샛길! 버스가 구불구불한 도로를 내려올 때 '굿바이 보이'는 이 샛길을 이요해 버스보다 앞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추삐추의 명물이던 '굿바이 보이'는 종적을 감추었다. 어린아이들이 '굿바이 보이'를 하며 돈을 벌기 위해 학업까지 포기하자 정부에서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난과 싸워야 하는 아이들이 좀처럼 이를 포기하지 않자 2005년부터 학교의 장기 휴가 기간에 한해서만 허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금지령은 분명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부의 조치일 테지만,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객의 모델이 되기도 하고, 민예품 장사꾼이 되기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추삐추를 오르내려야 하는 '굿바이 보이'의 피곤할 삶도 이들 스스로 자청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맛보자! 페루 대표음식


페루는 수산대국답게 어패류가 풍부하고 양파, 토마토, 시금치가 원산지라고 불리는 만큼 야채류도 풍부하여 이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가 발전하였다. 원주민 전통 방식이 남아 있어서 투박하고 독특한 요리들이 많다.


세비체 Ceviche

어패류를 레몬즙에 살짝 절인 후 야채, 향신료로 버무린 남미식 회 요리다. 페루에서는 아침에 즐겨 먹는다고 한다.


꾸이 차따도 Cuy Chatado

안데스 원주민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먹게 된 요리로 기니피그의 일종인 '꾸이'라 불리는 작은 동물을 구워 먹는 요리다. 지방이 거의 없고 담백하다.


따말레스 Tamales

옥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페루산 대형 옥수수알과 고기를 넣고 옥수수 잎에서 찐 것으로 지역마다 들어가는 재료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안띠꾸초 Anticucho

소 심장을 소스에 재웠다가 감자 등과 함께 꼬치에 끼워 구운 것으로 쇠고기의 질감과 달리 약간은 물컹거리는 느낌이다.


산꼬차도 Sancochado

고기와 옥수수, 감자, 양파, 호박 등 야채를 넣고 끓인 야채수프다.


추뻬 데 까마로네스 Chupe de Camarones

커다란 새우와 우유를 넣어 끓인 수프로 아레끼빠 지방에서 유명하며 우유가 들어가 부드럽다.


마사모라 모라다 Mazamorra Morada

보라색이 나는 옥수수를 쪄서 그 즙을 졸여 녹말로 굳혀 만든 젤리 형태의 과자


로모 쌀따도 Lomo Saltado

로모는 쇠고기를 말하는데 이 쇠고기를 잘게 썰어서 야채와 함께 볶은 요리다


삐스꼬 사우어 Pisco Sour

포도로 만든 증류수로 삐스꼬에 계란 흰자와 레몬즙 등을 섞어 만든 일종의 칵테일이다.


까우사 레예나 Causa Rellena

매시 포테이토를 으깨 여러 가지 야채를 섞어 완자 모양으로 만든 요리


빨리우엘라 Palihuela

유리조개나 게, 생선 뼈 등 다양한 해물을 넣고 풍성하게 끓인 수프



<페루 : 세상 끝에서 만난 잉카의 태양>

한동엽 지음

위즈덤, 2009



페루
국내도서
저자 : 한동엽
출판 : WISDOM(위즈덤) 20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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