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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fast in Singapore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자가 못하는 일은 대략 다음과 같다. 1. 운전 2. 운전 중에서도 끼어들기 3. 주차 4. 주차 중에서도 개구리 주차 5. 길 찾기 6. 길 찾기 중에서도 운전하며 길 찾기 7. 지도 읽기 8. 지도 읽기 중에서도 동서남북 파악하기 웃기는 일이다.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대부분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국땅이란 나만의 조각배를 띄운 검푸른 강이다. 여행의 묘미는 미리 정해진 쓸쓸함을 불쾌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즐기고,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마음의 조각배를 진지하게 굴 필요 없이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닌가. 노천카페에 앉아있을 때가 나는 가장 행복하다. 운전할 일도 없고 약속도 없는 여행자. 나는 이 순간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여..
연어이야기 "난 말이야, 넘지 못할 벽은 없다고 생각해. 아니 오히려 뛰어오르라고, 도전하라고 벽은 높이 솟아 있는 게 아닐까? 벽 앞에서 절망하고 되돌아서는 이들을 위해 한번 덤벼들어보라고,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고,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고 벽은 말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벽은 높고, 두텁고, 강하고, 오만한 것처럼 보이는 거지. 이 세상 어떤 벽도 하늘 위까지 막혀 있진 않아. 그러니까 넘을 수 없는 벽이란 없는 거야. 많은 연어들이 그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우리는 그렇게 달랐다. 나는 혼자인 게 싫어 강을 따라 내려가려고 했고, 너는 혼자이고 싶어 강을 거슬러오르려고 했다. 나는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겁 많은 연어였고, 너는 아는 게 너무 많아 두려움이 없는 연어였다. 나는 내가 ..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1. 셋이 좋은 이유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때로 나는 나를 둘로 나눈다. '보여지는 나'로 하여금 행동하게 하고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바라본다. '보여지는 나'는 나라기보다는 나로 보이고 싶어하는 나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나'는 그저 본다. 영화관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꽤 괜찮은 남자를 보는 정도의, 호의를 품은 타인의 시선으로. 그때 나를 보는 '바라보는 나'의 눈에는 나라는 자아가 제..
지식ⓔ Season5; 가슴으로 읽는 우리시대의 智識 07 안돼! 2차 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아버지... 나치를 피해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은 살아남은 아들의 몫이었다. 나치의 수배자가 되어 안전한 곳을 찾기까지 2년 동안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태어난 하얀 얼굴 빨간 입술 검은 눈물자국 피에로 빕(Bip) 그는 내면에 담긴 불안과 슬픔, 상심과 희구를 오로지 몸짓과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인간과 자연 일상의 모든 사물들을 관찰하고 모방하고 상상하고 덧입히는 전혀 새로운 문법 현실로 이미 존재하고 있는 거슬이 그의 몸짓으로 새로워지는 순간 사람들은 기쁨과 환희, 슬픔과 위로를 느꼈다 그리고 1976년 영화 에서 피에로 빕이 처음으로 입 밖에 낸 한 마디 "Non!" 그의 몸 안에 담긴 '말'에 모두가 귀기울일 때까지 그의 몸짓..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 07 영웅의 심리학 모든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아기는 세상에 태어난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태어난 다음 상당히 오랜 기간 부모가 보살펴주어야 한다. 동물은 어미가 돌보지 않아도 살 수 있거나, 보살핌이 필요한 기간이 길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태어나서 오랫동안 누군가가 반드시 보살펴주어야 하는데, 원시시대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올수록 그 기간이 점차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사람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바로 이 관계는 사람이 맨 처음 맺는 관계로, 이후의 인간관과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세상은 어떤 곳인지를 결정짓게 한다. 08 유토피아의 심리학 # 유토피아 : 토머스 모어가 1516년에 출판한 '국가의 최선 정체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란 책..
아불류 시불류 (我不流 時不流) 59. 한밤중. 우울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에서 잘 익은 우울 한 개를 따서 껍질을 말끔히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절망의 분말을 한 스푼 정도 섞은 다음 한 컵 정도의 쓰디쓴 그리움과 혼합해서 마시면 자살충동이 배가됩니다. 119. 잠시만의 머무름 속에도 아픔이 있고 잠시만의 떠나감 속에도 아픔이 있나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에서 아픔이라는 이름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293.작별 끝에 날이 갈수록 아픔이 희미해지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날이 갈수록 아픔이 선명해지는 인간이 있다. 전자는 괴로운 기억을 많이 남긴 인간이고 후자는 즐거운 기억을 많이 남긴 인간이다. 하지만 전자든 후자든 작별할 때 아프기는 마찬가지. 314.진실로 사랑했으나 미처 고백하지 못한 낱말들은 모두 하늘로 가서 별빛으로 돋아..
문라이트 새순이 형광빛을 띄는데, 마치 달빛 같다고 해서 '문라이트'라고 불린다. (학명: Philodendron CV. MoonLight Compact.) 햇빛을 직접 받으면 잎 끝이 타들어가기도 해서 반음지에서 키워야 하는데 누가 문라이트 아니랄까봐! :-) 새순이 붉은빛을 띄는 '선라이트'와는 같은 필로덴드론계로 사촌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학명: Philodendron CV. Sunlight Compact.)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 모처럼 형제들이 모이면 아이들 교육 이야기부터 시작해 각자의 직장 이야기에, 집장만과 재테크 이야기, 정치이야기, 연예인 가십거리에 이르기까지 온갖 이야기꽃이 만발한다. 그런데 그렇게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방금 전까지 계시던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조용히 혼자서 방에 들어가버리신 것이다. "우리끼리만 너무 시끄러웠나?" 큰아들이 먼저 아버지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아버지 눈치를 살피며 맥주나 한잔 하시자고 청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마다하셨다. 이런 적이 없으셨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뭔가 마음이 상하신 게 분명하다 싶으니 형제들간의 떠들썩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고 말았다. 아버지 방에서 나온 큰아들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 바둑 두자고 하셨는데 안 둬서 화가 나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