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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눈물] 2005 한국 초모랑마 휴먼원정대, 그 가슴 뜨거운 감동 실화 #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 - 10~11p. 8,000미터를 넘어서면 곳곳에 시신들이 즐비합니다. 예전에도 그들은 그곳에 있었습니다. 오직 정상만을 바라보는 등반을 할 때 저는 그들의 시신을 넘어 앞으로 나아갔었습니다. 성취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었던 겁니다.과연 히말라야의 정상에 선다는 것이 동료들의 시신을 외면하고 그것을 뛰어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일까요? # 내려오지 못한 친구들 - 25~26p. "내가 가서 무택이를 데려올게!"그것은 감히 표현하건대 일생일대의 결단이었다. 탈진한 채로 설맹에 걸려 해발 8,750미터 부근에 고립되어 있는 사람을 홀로 구조하러 간다? 그것도 이미 해가 져서 사위가 암흑 속에 묻혀버린 캄캄한 밤에? 만일 이것이 수학 문제였다면 정답..
[내 가슴에 묻은 별] 엄홍길의 인연 이야기 # 영원한 동료이자 가족, 셰르파 - 76~77p. 셰르파족은 16세기쯤 티베트 동부 캄 지방에서 에베레스트의 남쪽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셰르파란 말이 '동쪽에서 온 사람'이란 뜻을 지칭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언어, 복장, 종교, 생활풍습 등 모든 면에서 티베트 사람과 비슷하다. 이들은 네팔에만 15만여 명이 살고 있다. 인도의 다르질링, 칼림퐁 지역에도 일부 있다. (중략)현재 히말라야 등반의 거점인 쿰부와 솔루 지역에는 1만 명 정도의 셰르파족이 살고 있다. 셰르파족은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들은 태어난 요일에 따라 이름을 달리 짓는다.월요일에 태어나면 다와, 화요일이면 밍마, 수요일이면 락파, 목요일이면 푸르바, 금요일이면 파상, 토요일이면 펨바, 일요일이면 니마로 한다. 이름만 ..
[산책여행] 사람, 역사, 이야기를 따라 걷고 사유하고 성찰하는 알피니즘 여행 # Fallen Giants_ 역자후기_ 땀, 눈물, 그리고 정성으로 - 039p. 세상에는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 산을 올랐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먼 길 떠날 때 그런 책을 가방에 넣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에베레스트 정복_ 저자 서문_ 휴 루이스 존스 - 093p. 이제 많은 나라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에베레스트가 주는 기쁨과 도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그렇지만 에베레스트가 바다에서 솟아오른 이래 수백만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이 그곳에서 활동한 시간 모두를 합쳐도 그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 꽃의 계곡_..
[그곳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열 가지 시선, 열 가지 발견 # 내가 기억하는 가장 낯선 _아이슬란드, 생선 김동영 하루종이 지지 않던 여름의 태양 그리고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겨울의 태양, 그 하늘에 슬그머니 뜬 희미한 달과 치맛자락처럼 펄럭거리는 오로라, 북극에서 낮게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을 묵묵히 맞으며 견디고 서 있는 양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언덕들과 그 위로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이끼, 눈 덮인 산과 거친 바다와 검은 모래사장,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천 개의 폭포와 호수, 아직도 끓어오르고 있는 땅, 어디론가 날아가는 기러기들, 서서히 녹아내린다는 빙하, 어디가 음절의 시작이고 끝인지 모르는 낯선 언어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과묵하고 고독해 보이는 사람들... ...이런 곳에서 나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이 밀려 오는 고립감과 ..
[Travie JUL 2018] 롱동 해벽 클라이밍, 까슬한 바위에서 바다 내음이 난다 [원문] 트래비 2018 7월호 (Vol. 317)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71 龍洞岩場 석회암 절벽을 사력을 다해 오르느라 한소끔 땀을 흘리고 나니경쾌하지만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고단함을 풀어 주는 시원한바닷바람이 콧잔등을 스친다.나만 알고 싶은 해벽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롱동의 해벽에는 600여개의 클라이밍 루트가 있다 타이완 롱동 용의 동굴(Dragon Caves)이라는 이름을 가진 타이완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 롱동(龍洞)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이동하면 된다. 유명 관광지인 지우펀(九份), 진과스(金瓜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고 낚시,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하이킹, 클라이밍을 모두 즐..
[Travie JUN 2018] 멕시코에 '풍덩' 빠졌다 [원문] 트래비 2018 6월호 (Vol. 316)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310 온몸을 파도가 감싼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같기도, 여름철 몰아치는 소나기 같기도. 카리브해에 ‘풍덩’ 빠져 버렸다.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코수멜섬의 산호초 군락은 카리브해가 품은 보석이다 코수멜섬(Cozumel Island) 코수멜섬을 만나기 위해서는 플라야 델 카르멘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하거나, 코수멜국제공항까지 국내선을 이용하면 된다. 코수멜섬 바다 속에는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산호초 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동화 속에서나 마주칠 법한 풍경에 다이버들은 넋을 놓곤 한다. 태양을 품은 코수멜섬의 풍광은 처절하리만치 낭만적이다 ●비바 멕..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vs. 스카이팀(Sky Team) ■ 스타 얼라이언스 (Star Alliance) www.staralliance.com 소속 항공사 - 28개사, As of MAY 2018 JP 아드리아항공 A3 에게안항공 (그리스) AC 에어캐나다 CA 에어차이나 (중국국제항공) www.adria.si en.aegeanair.com www.aircanada.com www.airchina.com AI 에어인디아 NZ 에어뉴질랜드 NH ANA 전일본공수 OZ 아시아나항공 http://www.airindia.com www.airnewzealand.co.kr www.ana.co.jp flyasiana.com OS 오스트리아항공 AV 아비앙카항공 (콜롬비아) SN 브뤼셀항공 (벨기에) CM 코파항공 (파나마) www.austrian.com www.avianca..
[읽으면 살빠지는 이상한 책] 맛있게 먹고 즐기는 날씬 여우의 비밀 노트 # 배꼽시계를 리셋하라 - 73p.사실 삼시 세끼가 우리 생활에 자리를 잡은 건 18세기 말 산업혁명 때부터였다. 과거 로마인들은 하루 한 끼를 정오에 먹곤 했는데, 하루 한 끼를 건강에 좋은 식습관으로 여겼고 오랜 시간 식사를 하며 소화에도 상당한 신경을 썼다. 중세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일터로 나가 일하곤 했는데, 정오가 되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것을 보충하려 자연스레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인공조명이 보급된 18세기가 돼서야 삼시 세끼를 먹게 되었다. 공장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야 했으니 생존에 꼭 필요한 식습관이었던 셈이다. 결국 노동력을 있는 대로 쥐어짜 내던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서 선택한 식습관이란 말 되겠다.지금은 삼시 세끼가 과거로부터 내려온 하나의 문화이자..
[김새롬 탄력 웨이트] 왜 비욘세는 날씬하지 않아도 섹시할까? # 근육을 만드는 세 가지 원리 - 103p.첫 번째 원리, 하드 워크(hard work)훈련할 때 열심히 '빡세게' 밀어붙이는 것을 말하며, 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스트렝스와 근육 운동에서는 이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더라도 하드 워크 없이는 아무 효과를 얻을 수 없다."좋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 없이 하는 것보다, 좋지 않은 프로그램을 하드 워크로 하는 것이 더 좋다."(중략) 더 적은 양을 훈련해야 더 강하게 할 수 있고, 더 강하게 훈련해야 우리의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두 번째 원리, 개선근육 발달과 스트렝스 훈련을 위해서는 오버로드(overload)를 해야만 한다. 즉 예전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개선'은 오버로드를 ..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당신에겐 있나요? 기적 같은 단 한 사람 아무 걱정하지 마. 우린 잘 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기다려 주세요지금 만나러 갑니다 감독 이장훈출연 소지섭, 손예진2018
[그녀에 대하여] 황망히 세상을 등진 영혼에게 바치는 따뜻한 레퀴엠 - 64p.만약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 속에서 여든까지 산다면 이 외로움이 없어질까? 역시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내 외로움은 확고하게 있던 것이 없어진 데서 오는 거니까 어떤 인생을 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68p.아, 좋다, 꿈만 같아,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언제나 생각한다.사람과 헤어질 때마다, 어떤 장소를 떠나야 할 때마다,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몹쓸 말을 했을 때...... 만약 꿈속에서처럼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시간 감각이 꿈속만 같다면 늘 친절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사람에게, 사실은 언제나 그러고 싶지 않을까. - 119p.새 공기가 들어오자 집 안 분위기가 조금은 좋아져 움직여도 괜찮을..
[블랙코미디] 유병재 농담집 # 여는 글_아이스 브레이크 - 7p. 내가 좋은 놈일 땐 내가 가장 잘 안다. 내가 나쁜 놈일 때도 그걸 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내가 나를 제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나쁘다. 이미 지은 죄가 많아 훌륭한 사람이 되기란 글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 몸에 난 뿔도 모르는 괴물이 되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알고는 싶다. # 프로레슬링과 뮤지컬 - 39p. 나는 프로레슬링과 뮤지컬을 정말 사랑한다. 하지만 동시에 웃기기도 하다. 진지한 대화 도중 갑자기 노래와 춤을 선보이는 것과 상대방의 공격을 기다리는 것은 우습잖아! 하지만 우습다고 후진 것은 아니며 진지한 것만 멋진 것은 아니다. 나는 비웃는 동시에 사랑한다. 사랑과 조소는 가분의 개념이 아니다. # 불쾌 매크로 - 87p. 듣는 ..
[하얀거미] 아이거 북벽의 초등반 "행복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어느 위대한 철학자는 "밀크 스프와 편안한 잠자리, 거기에 육체적인 고통이 없을 것. 그것도 과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거기에 더 부연을 한다. 마른 의복, 믿을 수 있는 하켄, 맛있고 생기가 돋아나는 느낌을 주는 음료만이 아이거 북벽에서의 최대 행복이라 하겠다. 진정으로 우리는 행복했다. - 64p. 우리들은 때때로 행복을 체험한다. 그때는 그 행복이 무엇이었던가를 확연히 알지 못한다. 한참 지나고 난 후라야 비로소 그때의 행복이 어떤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된다. 그때 나는 행복하였노라고. 더욱이 지금 우리들의 비박지점에서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이 어떤 것인가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거 북벽에서의 이번 비박지는, 그 장소만 가지고 말..
[월간산 DEC 2017][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 수료기] 우리는 산에 왜 오르는가 [원문] 월간산 2017.12월호 (통권 578호)-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08/2017120802168.html 발목골절로 늦춰진 등산학교 교육과정을 통한 진짜 산꾼 되기 ‘네팔에서 348일 만에 도착한 엽서’ 월요병을 이겨내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우편함에 네팔 소인이 찍힌 우편엽서가 도착해 있었다. 지난해 11월 코오롱등산학교 히말라야 등반과정을 통해 간잘라피크(5,675m) 등정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카트만두에서 내가 나에게 부쳤던 엽서다. 한동안 소식이 없기에 분실되었나보다 생각하고 잊고 지냈는데, 2016년 11월 10일 발송한 엽서가 2017년 10월 23일 내 손에 도착했다. ‘첫 도전의 설렘을 잊지 않기를...
[Travie DEC 2017] 가라쓰, 다시 올레!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44~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4 가라쓰, 다시 올레! ●Karatsu Olle 가라쓰(唐津) 사가현 북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요부코항에서 신선한 활어회와 각종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가을이 되면 가라쓰 거리는 축제로 물든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라쓰군치 축제 기간 동안 청년들은 각 마을을 상징하는 히키야마 행렬을 이끌고 신사로 향한다. 서귀포시와 자매도시인 가라쓰에는 규슈 올레 19개의 코스 중 제주 올레와 가장 닮은 가라쓰 코스가 있다. 올레길의 종착점인 하도미사키(하도곶)에는 주상절리와 해송이 어우러진 절경이 펼쳐지고 그 말미에 익숙한 얼굴의 돌하..
[Travie DEC 2017]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54~55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6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Takeo Olle + Onsen 다케오에선 먹고 걷고 사랑하라! 글 차승준 사진 권라희 다케오(武雄市)사가현 서부에 위치한 다케오에는 산과 분지, 강을 모두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1,3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온천이 있다. 다케오 온천은 특히 피부에 좋은 수질로 유명하며, 규슈 올레의 다케오 코스 종료 지점에 있으므로 한바탕 걷고 난 올레꾼들이 뜨끈한 온천욕을 즐기며 시원하게 몸을 풀기에도 좋다. 다케오 시내와 야마우치초에는 도자기 가마들이 많아, 도자기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일본 다른 곳..
[Travie DEC 2017] 미인들의 온천 마을 우레시노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44~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7 미인들의 온천 마을 우레시노 Onsen Village미인들은 온천에서 녹차를 마시지 우레시노(嬉野)우레시노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로 사가현의 남쪽에 있다. 우레시노강에는 두루미가 자주 찾아와 ‘두루미가 즐기는 온천’ 이라고도 불린다. 일본 3대 피부 미인 온천 중 한 곳으로 손꼽힌 우레시노 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하루 3,000톤의 용출량을 자랑하며 온천 수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또한 에도시대부터 차 재배를 시작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300년이 넘는 큰 차나무가 있을 만큼 녹차도 유명하다. 최근 조성된 규슈 ..
[Travie DEC 2017] TARA Ryokan Night - 뜨끈한 사케 한 모금, 호요소에 별빛이 내린다! [원문] 트래비 2017 12월호 (Vol.310) 61p. / http://www.travi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48 TARA Ryokan Night - 뜨끈한 사케 한 모금, 호요소에 별빛이 내린다! 탁 트인 바다 전망에 별빛이 쏟아지던 호요소 료칸의 노천탕은 이번 원정의 하이라이트였다 ●TARA Ryokan Night 뜨끈한 사케 한 모금, 호요소에 별빛이 내린다! 글 차승준 사진 정혜진 산을 등에 업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천혜의 요지에 자리한 호요소 료칸(豊洋荘)의 노천 온천탕은 은둔자의 비밀장소 같다. 탁 트인 전망의 건물 옥상 노천탕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기다 보면 저 멀리 수평선 너머에서 떠오르는 달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
[공터에서] 마씨(馬氏) 집안의 가족사에 담긴 20세기 한국 현대사 김훈 작가의 신작 소설 '공터에서'. 김훈 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소설의 배경은 192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살아온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시간이다. 작가의 어머니는 실제로 1.4후퇴 때 삼 남매를 데리고 부산까지 내려갔는데, 다행히 세 남매 모두 죽지 않고 살았다. 연소득 80달러의 가난한 나라를 살았던 작가가 말한다. 필리핀의 원조를 받아 살던 시대였다고. 폭력과 야만, 억압, 박해, 그리고 차별이 일상이던 그 시대. 비리와 모순의 세계. 가난과 억압의 울분. 그 모든 기억들이 몸속에 딱지처럼 붙어 있다고. 그것이 평생 작가를 괴롭혀 왔고, 그런 것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게 미성숙한 것일 수 있겠다는 느낌. 이것을 빨리 극복하고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소..
[살인자의 기억법]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영화화되어서 유명해진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에 걸린 늙은 살인자의 이야기인데, 영화를 본 주변 지인들은 너도나도 추천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관에 갈 시간이 마땅히 나지 않았고, 책으로라도 먼저 만나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저자 김영하 작가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찾아 이 소설의 도입부를 들었다. 작가는 약 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담담히 읽었다. "죽음이라는 건 삶이라는 시시한 술자리를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켜는 한 잔의 독주일지도." 이 독백을 끝으로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은 끝이 났다. 소설을 내 눈으로 읽는 것과 저자의 목소리로 듣는 것에 차이가 있었다. 문장은 간결했다. 김병수와 호흡을 따라 박주태를 의심했고, 은희를 염려했다. 소설의 도입부를 읽고 난..